시장 상인들에게 명절은 매출이 크게 상승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도 대부분의 시장 상인들이 낙담한 모습이다.
거진전통시장 앞 과일가게 주인은 “추석이 다가오는데 물건을 어찌 떼 와야 하나 감을 잡을 수가 없다”면서 “과일값이 올라 마진도 많이 못 붙인다”고 했다. 거진시장의 한 정육점 주인은 “보통 명절을 앞둔 10일 전쯤에는 장사가 되지 않다가 명절 2~3일 전에 장사가 됐는데 올해는 명절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고 했다.
거진전통시장 인근 휴대폰 가게 운영자는 “판매량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이라면서 “예전엔 여름휴가나 명절에 어르신들이 자녀들과 함께 방문해 휴대폰을 사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올여름에는 이마저도 거의 없었고 추석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 “요즘은 자식들이 인터넷으로 전화기를 사서 보내는데 어르신들이 작동법을 몰라서 가게를 방문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매장에서 전화기를 구매하려는 경우는 예전보다 현저히 줄었다”고 했다.
과일·채소·생선값 많이 올라
지난 21일 거진버스터미널 인근의 한 식당에서는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주인은 배달용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식당 주인은 “몇 달 동안 배달 아니면 주문이 거의 없고 번 돈은 임대료와 전기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더군다나 요즘은 채솟값이 올라 장사가 더욱 힘든데 그렇다고 채소를 적게 넣자니 손님이 더 줄까 싶어 그러지도 못한다”고 했다. 또 “이렇게 벌이가 시원찮아 명절 제수를 마련하는 것도 부담이다”고 덧붙였다.
시장 근처의 한 옷가게에서는 “물건을 구하기 위해 서울에 가야 하는데 가기가 꺼려져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서 “매출이 미미해 ‘왕창 세일’이라고 가게 앞에 써 붙였지만, 그래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한 가게에서 만난 가정주부는 “자식들에게 벌초도 오지 말고 명절 연휴에도 집에 있으라고 했다”며 “차례도 제대로 갖춰서 지내긴 어려울 거 같지만 차례 준비를 전혀 안 할 순 없으니 과일 한 개씩만 사서 올리는 정도로만 할 생각”이라고 했다.
간성시장에서도 추석 대목에 대한 상인들의 기대감이 낮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가게에 따라 조금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간성시장 생선가게에서는 “매출이 예년의 3분의 2 정도이며 생선값이 많이 올라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소고기, 돼지고기는 키워서 판매하는 거라 꾸준히 공급되겠지만 생선은 잡히지 않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장사도 그만큼 안 된다”고 했다. 가게 주인의 얘기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1주일 이상 남겨 둔 21일 현재 문어 1kg이 기존 3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오른 상황이다.
인근 한 정육점에서는 “명절 매출을 예년의 3분의 2 수준으로 잡고 있다”면서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면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하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추석 연휴를 1주일 이상 남긴 그의 가게에는 10분 정도에 한 명씩 명절에 먹거나 선물할 고기를 주문하는 이들이 꾸준히 찾아왔다.
간성읍에서 만난 상인 중에는 현재의 불황 원인을 코로나보다는 다른 곳에서 찾는 이들도 있었다. 간성읍의 한 가게 주인은 지역의 불경기 원인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장은 고성에 두고 애들 교육 등을 이유로 속초로 나가는 이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간성시장의 또 다른 가게 주인은 “장사가 힘든 것은 근본적으로 코로나보다 마트나 대형 슈퍼마켓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숙박업계는 업소마다 온도 차
최근 여러 언론에서는 추석을 맞아 숙박업소가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보도했지만, 확인 결과 업소에 따라 상황이 달랐다.
켄싱턴리조트 관계자에 따르면 켄싱턴 설악밸리 지점은 이미 몇 달 전에 연말까지 휴일 예약이 완료됐고 추석을 전후한 평일의 예약률도 평소보다 높은 상황이다. 설악비치 지점과 호텔설악 지점의 경우 22일 현재 명절 기간 예약률이 90%에 달했다. 리조트 관계자는 “설악밸리의 경우 시설이 독채라 코로나 상황에서 특히 더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현내면 한 콘도의 관계자는 “숙박업소는 속초 쪽부터 먼저 차기 때문에 명절 기간 예약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22일 현재) 예약률이 예년과 비슷해 90%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죽왕면 한 숙박업소에서는 “작년과 비교할 때 예약률이 주말은 20%, 평일은 10% 정도 올랐다”고 했다. 토성면 한 숙박업소에서는 “9월 상황이 작년보다 좋지 않았지만, 연휴 기간에는 객실이 모두 예약됐다”고 밝혔다. 이 숙박업소의 관계자는 “우리 지역 숙박업소들의 상황이 좋다고 하는 곳도 있지만, 내가 알기론 그렇게 양호한 수준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했다. 토성면 또 다른 숙박업소에서는 “현재로선 연휴 예약률이 60% 수준이고 작년과 비교하면 20% 정도 예약이 줄었다”고 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추석을 1주일 앞 둔 지난 24일 오전, 방문객이 없어 한산한 천년고성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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