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이은 태풍 북상에 따른 조업 차질과 오징어 조업 부진으로 어민들이 어느 때보다 우울한 추석을 맞게 됐다.
어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지금이라도 고기가 많이 잡혀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어가가 떨어져 추석 차례 비용이라도 제대로 건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속초지역의 전체 어획량은 5,082톤으로 지난해 5,736톤보다 654톤(11.4%) 감소했으며, 오징어 활어 어획량도 247톤으로 지난해 366톤보다 119톤(32.5%) 줄어들었다.
지난 16일 오전 속초 동명항 오징어 난전상가.
추석을 보름여 앞두고 오징어 난전상가가 조금 분주했다. 오징어 조업 부진 등으로 영업을 중단한 지 두 달 만에 일부 난전상가가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14개 난전상가 가운데 3~4개 상가에서 영업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상인들은 두 달 동안 영업이 중단되면서 먼지가 쌓인 식기류 등을 닦아내고 텅 빈 수족관에 바닷물을 채우느라 분주했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두 달 동안 문을 닫은 것은 처음”이라며 “추석을 앞두고 문을 열게 돼 다행”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속초수협과 상인들은 속초지역의 경우 보통 7월 하순에 접어들면 오징어 조업 부진으로 20~30일 정도 문을 닫는 경우는 있지만, 올해와 같이 두 달 동안 장사를 중단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손님은 줄고 잦은 태풍으로 오징어도 안 잡혀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며 “추석을 앞두고 어민들이 차례비용 마련을 위해 조업에 나서면서 그나마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어젯밤에 3척의 어선이 앞바다로 조업에 나섰지만 태풍 영향으로 바다 물살이 거세 낚시가 말려 70여 마리를 잡는 데 그쳤다”며 “현재 앞바다는 조업이 어려워 어선들이 멀리 대화퇴어장(울릉도 해상)에서 조업 중인데, 이들 어선이 속초항에 귀항하는 19일부터 정상 영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오징어 70여 마리는 16일 위판에서 평상시보다 비싼 급당 5만9,000원에 위판됐다.
속초지역의 다른 어종 어민들도 최근 연이은 태풍과 코로나19에 따른 관광객 감소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태풍이 북상하면 사전에 바다에 설치한 그물을 철거해야 하고 태풍이 지나가면 파도가 잔잔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그물을 설치해야 하는데, 태풍이 3개나 연이어 북상하면서 이런 작업을 3번씩이나 반복하다 보니 어민들이 거의 한 달 가까이 조업을 못했다”며 “16일 오전부터 정상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협 관계자는 “어민들 사이에서는 추석 쇨 돈이 없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며 “앞으로 고기가 많이 잡혀야겠지만, 그렇다고 코로나19로 수산물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무조건 많이 잡히기를 기대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고명진 기자
속초 동명항 난전상가 상인이 지난 16일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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