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후, 태풍이 지나간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고성군 죽왕면 삼포해변 앞은 어수선했다. 자작도해변 쪽에서 자작교를 건너오자 도로에는 바닥의 두꺼운 흙더미가 차를 막아섰다. 흙더미는 두꺼워도 차가 밝고 넘어갈 정도였지만, 이를 맞닥뜨린 차들은 주춤하면서 수십 미터 정도로 길게 이어진 두꺼운 흙더미 위로 천천히 지나갔다.
더 큰 문제는 오션투유리조트에 이르렀을 때 도로와 인도가 100ｍ 정도 침수된 것이었다. 도로뿐만 아니라 오션투유리조트 뒤편도 침수돼 마치 호수인 듯 보였다. 침수된 도로의 가장 깊은 곳은 어른 무릎을 적실 수 있는 정도였다. 좁은 도로에 이미 들어선 차들은 침수된 도로를 앞에 두고 서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좁은 길에서 겨우 차를 돌려 나오거나 왔던 길을 후진으로 다시 빠져나왔다. 침수된 길 앞에서 후진으로 빠져나온 한 관광객은 “태풍과 폭우로 길이 침수됐으면 이를 알리는 표지를 도로 입구에 설치해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전날에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봉수대해변 쪽에서 삼포해변을 향해 자전거를 몰고 간 이들은 인도마저 잠긴 상황에서 삼포해변 쪽으로 가지 못하고 한참 내려왔던 길을 거슬러 봉수대해변 쪽으로 돌아갔다. 침수구역을 알리는 표지는 침수가 가장 깊은 곳 부근에 있어 사람들이 이를 멀리서 알아보기는 힘든 상황이다.
삼포2리 함형복 이장은 “오션투유리조트 옆 도로는 비가 오면 며칠씩 침수되는 곳이라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면사무소 직원 등과 함께 줄을 쳐 놓는데 이를 사람들이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며 “군에서도 침수된 곳의 배수를 위해 자주 작업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함 이장은 “한편으로는 해변을 찾는 이들이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 그냥 이런 관광객이 오지 말라고 침수 시에는 ‘배수 작업을 일부러 늦출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죽왕면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장소에 접근하지 않도록 줄을 쳐 놓는데 아마도 줄이 바람에 날리거나 줄을 미처 못 본 이들이 차량으로 끊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군 관광문화과 관계자는 “해당 장소는 지대가 낮아 상습적으로 침수가 발생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해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 9일 10호 태풍 하이선이 지나가고 이틀이 지났는데도 삼포해수욕장 해변도로의 침수 상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마치 호수처럼 형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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