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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30년, 다시 보는 그 시절<22> / 최악의 재난, 태풍 루사의 악몽
44명 사망·실종…재산피해 8천53억 / 이재민 5,355세대 1만5,212명 발생
등록날짜 [ 2020년09월14일 14시50분 ]

 올해는 오랜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30년 동안 지역에 많은 태풍이 지나갔지만, 그중에서도 2002년 8,9월에 몰아닥친 태풍 루사는 설악권 최악의 재난으로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큰 상처로 남아 있다. 태풍 루사가 할퀴고 간 후인 2002년 9월 9일자와 9월 16일자 <설악신문> 지면은 태풍 루사에 대한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당시 <설악신문> 기사를 통해 태풍 루사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 봤다.

 2002년 8월 31일과 9월 1일 이틀간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속초·고성·양양에 426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곳곳에서 하천 범람과 산사태, 도로유실과 침수가 발생하면서 44명이 사망 또는 실종하고 8천53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민은 양양군이 전 군민의 1/3 수준인 3,285세대 9,855명, 고성군이 1,051세대 2,910명, 속초시가 1,019세대 2,447명에 달했다.

양양군, 가장 큰 피해…군민 1/3 수재민
양양군에서는 하루 사이에 최고 867mm의 살인적인 강우가 내려 24명이 사망·실종되는 등 설악권 시군 중에서도 태풍 피해가 가장 컸다. 특히 남대천 상류 마을은 다리와 도로는 물론이며, 하천변 마을은 대부분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농경지 1,670ha, 도로 56곳, 교량 50곳, 하천 57곳, 수리시설 120곳이 피해를 입었다.
현북면 법수치리와 면옥치리, 서면 내현리와 수리 마을은 접근도로가 모두 끊어져 1주일 이상 고립되어 군 헬기로 생수와 빵, 라면 등 생필품을 공급하거나 7시간 정도 지게를 메고 끊어진 도로를 넘어와 생필품을 조달해 가기도 했다. 현북면 원일전리 마을도 고립되었다가 5일 만에 간신히 군 헬기로부터 생필품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양양에서도 현남면 상·하월천리에서만 모두 1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마을의 40%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양양농협 이상국 조합장은 시설물 점검을 나갔다가 귀가하던 중 거마리 일대에서 급류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으며, 속초에서 인천으로 이사를 가던 일가족 3명이 양양읍 거마리에서 승용차와 함께 급류에 휩쓸려 어린 초등생을 포함해 일가족 모두 목숨을 잃었다.

속초시, 청초천 범람·상가 침수로 큰 피해
속초에서는 도문동과 조양동에서 산사태로 매몰되어 2명이 사망하고, 시내 동설악장 지하 1층이 침수되어 1명이 사망하는 등 9명이 목숨을 잃었고, 시내지역이 침수되어 상가 800여 곳이 피해를 입었다. 교량 18곳과 도로 7곳, 청초천과 쌍천 등 하천 22곳이 유실되었으며, 전체 농경지의 절반이 넘는 499ha가 매몰되거나 침수되었다.  
청초천 상류인 척산 토종닭마을 일대도 큰 피해를 입었다. 청초천 상류 척산천의 제방이 터지면서 마을 인근 도로가 모두 물에 잠겼다. 비상근무에 나선 공무원들이 척산 근처에서 고립된 택시기사 2명을 어른 가슴 높이까지 차오르는 급류를 헤치고 구조했으며, 나뭇가지에 의지한 20대 초반 2명을 구조하기도 했다. 8월 31일 밤 11시 노학동 청초천 하구에서는 주민 10명이 함께 나서서 하천 범람으로 미처 피하지 못해 도로 전신주에 매달린 청년을 비상탈출용 밧줄로 구출하기도 했다.
아남프라자 지하 1층도 완전히 물에 잠겨 마트를 비롯해 식당 16곳도 큰 피해를 입었다. 식당가 점포 상인들은 수해 한 달 만인 10월 1일 아남프라자 20층에 임시로 식당을 개설해 정상영업을 시작했다.

고성군, 7시간 동안 나무에 매달렸다가 구조
고성군에서는 11명이 사망·실종되었고, 농경지 9백91ha, 도로 및 교량 21곳, 하천 11곳, 수리시설 1백13곳 등이 피해를 입었으며, 탑동1리와 구성리를 비롯해 많은 마을이 고립되었다. 간성읍 고성전화국도 침수되어 9월 3일까지 고성군 일대 통신이 두절되기도 했다.
고성군 죽왕면 구성리 76가구 1백50명 주민이 마을로 들어오는 도로 및 교량이 모두 붕괴되어 며칠째 고립되었다. 고성경찰서 토성파출소 소속 경찰관 2명이 토성면 성대리에서 급류에 고립된 주민을 새벽에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하기도 했다. 조난자는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다가 간신히 물오리나무를 붙들고 나무 꼭대기에 올라가서 7시간 동안 매달려 있었다.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인 명파리 마을도 큰 피해를 입었는데, 서해안 최북단 파주군 백연리 마을 주민 30명이 위문품을 싣고 명파리를 찾아와 복구작업을 거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명파초등학교도 수해 피해가 커서 학생들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수업을 받아오다가 2004년 5월 말에 학교 건물을 신축 준공했다.

수재민 돕기에 온정 쏟아져
본인도 큰 피해를 입은 수재민이 다른 수재민을 도와달라고 수재의연금을 내놓기도 했다. 양양읍 송암리 김웅래 씨는 폭우에 과수원이 잠겨 큰 피해를 봤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수재민들을 위해 써달라고 9월 10일 1천만원 상당의 금품과 사과 80상자를 양양군에 기탁했다.
<설악신문>도 지면을 통해 수재민돕기 캠페인을 적극 벌였다. 경기도 김포의 ㈜김포뉴스에서 10월 11일 <설악신문>을 통해 1,460여만원의 성금을 보내와 시군별로 3명씩 9명의 수재민에게 성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응급복구에 자원하고 나섰지만, 누구보다도 군 장병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양양의 일출부대는 폭우가 그친 9월 1일부터 하루평균 2,300여명의 병력과 120대의 장비를 동원해 복구작업에 함께 나섰으며, 고립된 마을 전화개통 작업을 거들기도 했다. 그해 12월 12일 양양 현북면 어성전1리 주민들은 수해 직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 달간 마을 응급복구에 헌신한 3500공병대와 포병연대를 찾아 4백명분의 떡과 돼지 2마리, 전통농주를 감사의 뜻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지역에서는 수해로 인해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까 큰 걱정거리였다. 이에 가을 단풍철을 앞두고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속초시 공무원과 관광업체 직원 등 30명이 서울 명동 등을 찾아 관광홍보에 나섰다. 미시령도로는 9월 27일부터 통행을 재개했고, 소공원에서 대청봉, 오색구간 등 설악산 주요등산로도 이즈음 복구를 완료했다.
태풍 루사로 인해 그해 가을 속초의 설악문화제와 양양의 연어축제, 고성군의 수성문화제 행사는 취소됐다. 양양 송이축제는 잠정적으로 취소를 결정했으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송이채취 현장체험 위주로 대폭 축소해 축제를 개최했다. 14일간 진행된 송이채취 현장체험에는 일본인 538명이 참가해 수해로 침체된 양양군 지역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04년 7월 복구공사 모두 완료
2002년 9월 13일 정부에서는 태풍 루사로 큰 피해를 입은 전국 수해지역을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해 설악권에서도 본격적인 피해복구에 들어갔다. 그해 10월 2일 속초·고성·양양 태풍피해 복구비가 9,388억원으로 확정되었다. 이중 속초시는 1,437억여원, 고성군은 2,858억여원, 양양군은 5,092억여원이다.
2002년 10월부터 본격적인 피해복구 작업이 시작되어 다음해인 4월까지 피해를 입은 농경지 복구를 완료했다. 그러나 다음해인 2003년 9월 22일 태풍 매미가 강타하면서 속초·고성·양양 일대에 다시 999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태풍 루사로 유실된 양양 국도 59호선 임시가도가 다시 유실되었으며, 복구를 완료한 양양군 강현면 석교리 물치천 제방도 옹벽이 들뜨는 피해가 발생했다. 수해복구 업체의 중장비가 급류에 떠내려가기도 했다. 태풍 매미로 고성지역 연안어장이 큰 피해를 입어 수산물증양식 시설 한 곳이 유실되었고, 가리비가 폐사했으며, 해안쓰레기가 2천5백여톤 발생했다.
태풍 루사에 이어 다음해 태풍 매미 피해까지 발생하자, 2003년 9월 22일자 <설악신문>에는 “올해 한 해 평균 강우의 세 배 정도의 비가 왔다고 하니, 해도 너무 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날씨가 쾌청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늘에 기청제(祈晴祭)라도 지내야 하는가”라는 탄식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태풍 루사 복구공사는 2004년 7월 양양읍에서 현북면 어성전리까지 국도 59호선 공사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으로 모두 완료됐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태풍 루사가 지역을 할퀴고 간 후 발행된 2002년 9월 9일자 설악신문 1면. 당시 처참했던 수해현장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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