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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 ‘에헴톨톨’ 아니 하련다!
등록날짜 [ 2020년09월14일 11시46분 ]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마지막 연이다. 필자의 연구실 남창을 열면 바로 숲이다. 구름이 유혹할리 없지만 별관심이 없다. 언제라도 새소리는 공짜다. 한참갈이 노학버덩 너른 밭에 괭이와 호미로 심은 강냉이가 익었다. 서투른 농부를 얕잡아보고 제멋대로 자랐지만 그런대로 여름한철 나눠 먹는 강냉이 맛은 그만하다. 시온성 바라보는 칩거생활 끝자락에 어느덧 개강은 했는데 전염병 때문에 꼼짝을 못한다. 왜 사냐건 웃지요!
생각 없이 살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기 지식이 자기 세계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지식의 한계를 벗어 날 수 없다. 속초 생선장수가 행상을 떠났다. 두메산골에서 민물고기만 잡던 노인이 물었다. “어디서 왔소? 예 속초에서 왔습니다. 속초가 어디요? 속초는 넓은 바닷가에 있는데 그 바닷물은 몹시 짜답니다. 그곳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입니다. 예끼 이사람! 짠물에서 어떻게 고기가 살아? 아주 몹쓸 사람이네! 내가 늙었기로 나를 놀리는가?”
그래서 배우기를 쉬지 말아야 한다. 진리 편에 서는 일은 더욱 그러하다. 자칫 자기 안에 갇혀버리기 쉽다.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상에서 흉악범과 교수만이 독방을 쓴단다. 그래서 필자는 보통 연구실 문을 열어놓는다. 연구실 문턱을 낮추려는 생각이다. 대학시절에 교수님 뵙기가 무척 어려웠던 기억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한참 요란 떨던 열린 교실이 떠오른다. 교실 벽을 허물었다. 소통의 벽 대신 실제로 벽을 허물라는 것이 열린 교실인가?
열린 연구실에 언제 들어 왔는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번 아웃 되지 않고 대단합니다.” 옆방 교수가 한마디 던지고 서둘러 나간다. 논문 마무리에 바쁜 모습을 보고 한 말이다. 때를 놓칠까 뒷걸음에 대고 “번 아웃 안 되려고 애쓸 뿐이요.”라고 답했다. 사람은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 본성이다.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 더 누워있으면 빈궁이 도적같이 임하고, 곤핍이 군사같이 이르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편할 것 같아도 자칫 가라앉기 십상팔구다. 사실 필자는 구태여 논문을 안 써도 문제될 것이 없다. 서울대를 비롯한 정년보장 교수들의 논문편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이유가 그것이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연구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체력의 한계도 어쩌면 타당한 사유 중에 하나다. 그래서 다짐한다. 나는 나이가 더 들더라도 일은 안하고 참견만 하는 사람은 되지 않으련다. 죽지 않고 살아 있노라고 에헴! 헛기침 소리나 내고, 그래도 못 마땅해서 곰방대로 툇마루를 모질게 톨톨 두드리는 ‘에헴톨톨’은 아니 하련다!
생각(Think)과 감사(Thank)는 어원이 같다. 감사는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이 없으면 감사할 일들이 없다는 말도 된다. 감상주의자들은 자기 코끝만 본다. 현상만 보고 판단한다. 사고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저 보이는 대로 말하고 듣는 대로 생각한다. 그러니 생각의 깊이가 없다. 그래서 TV를 보는 시간을 줄이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생각하고 사고할 겨를이 없다. 현대인의 사고 능력이 인터넷에 잠식당해 버렸다. 남의 이야기가 자기 가치관이 되었다. 그래서 쉽게 선동되는 지적 수준을 개돼지 짐승에 비유한 지 오래다. 그들은 어른들을 꼰대로 처분시켜버렸다. 이제는 말할 기회조차도 얻지 못한다. 그런 너는 언제까지 젊을 것 같으냐?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너 늙어 봤냐? 난 젊어 봤다!”.
그러나 포기 못할 것이 있다. 우리는 살만큼 살았다 해도 반짝이는 손주들의 눈망울을 어찌할 것인가. 시시한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참견하는 ‘에헴톨톨’ 늙은이 행세는 멀리할지라도 정의가 폐기되고 불의가 판치는 세상을 향해서 비겁자는 되지 아니 하련다! 하늘이시여! 얼마나 막말을 해댔기에 주둥이를 막으시는가! 얼마나 싸우고 반목하고 갈등했기에 거리를 두고 떨어지라 하시는가! 얼마나 도둑질을 했기에 물을 볼 때마다 손을 씻으라고 하시는가!
최철재
경동대 평생교육대학 학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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