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지던 코로나19가 8월 중순 이후 다시 확산하면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대체로 교육과 공연이 주된 수입원인데 각급 교육기관과 공연장이 폐쇄되고 문화예술행사가 취소돼 당장 생계가 걱정인 문화예술인들이 적지 않다.
거진읍 각자교육전수관은 한 해의 교육을 3월에 시작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대응 방침에 따라 6월에 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늦게 시작된 교육은 계속 진행되지 못하고 다시 8월 말부터 중단됐다.
각자교육전수관 관계자는 “교육이 매년 봄부터 10월까지 진행되고 11월에 교육생들의 수료 전시회가 개최되는데 올해는 전시회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각자교육전수관의 이창석 각자장은 “교육생들이 한창 재미를 느끼는 상황에서 교육을 중단하게 돼 너무 아쉽지만, 코로나 극복을 위해 정부 방침을 충실히 따를 생각”이라고 했다. 이 각자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현판 등 외부 작품 의뢰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해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모두가 힘든 상황이니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며 이 시간을 이겨내려고 한다”며 예술가로서 초연한 모습을 보였다.
“대출 냈지만, 갚을 수 있을지…”
지역의 대표적인 국악단체인 박치영 갯마당 대표는 좀 더 심각한 상황을 얘기했다. 갯마당은 올 상반기에 각종 공연이 취소되면서 활동이 거의 없었다. 외부 교육도 대부분 취소됐고, 갯마당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교육도 현재 모두 폐강한 상태이다. 올해 타지 공연도 지난 6월 춘천에서 열린 6.10민주항쟁 기념행사에 한 번 다녀온 게 전부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표는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았는데 이는 박 대표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박 대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것 같다. 그런데 노력을 한다고 개선되는 상황이 아니니 대책이 따로 없다”고 했다. 박 대표는 힘든 시기를 버티기 위해 잠시 다른 일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취소되지 않은 교육도 있어서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도영 씨는 현재 공연 일정을 잡지 못해 강원문화재단 지원금을 다시 반납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현재 자신이 지휘를 맡은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공연 연습에도 애로가 크다. 고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연습장소로 대관했던 고성군문화복지센터가 휴관하면서 연습을 못 하고 있다. 설악프라임오케스트라의 경우 온라인 교육을 진행했지만, 연습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중심이 된 공연전문업체인 ㈜아트제이는 올해 추진하던 공연 7개가 취소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아트제이 박정근 대표는 “공연을 위해 기획을 하고 제안서를 쓰는 데에만 몇 주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공연이 취소되는 바람에 헛고생을 한 것 같아 허탈감이 매우 크다”고 했다. 아트제이는 현재 코로나 상황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 따라 온라인방송을 하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산불에 코로나로 이중고 겪기도
사회적기업 ㈜노리소리 강원두레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악재가 이어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노리소리는 작년 4월 산불로 사업장이 전소된 이후 이를 복구하는 데 매진하느라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공연과 교육이 취소되면서 2년째 수입이 미미하다.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올해 휴관 없이 운영됐지만 2~4월의 입장객은 예년의 절반 정도였다. 7~8월에는 회복하는 조짐을 보였으나 지난 광복절 집회를 거치며 전국으로 코로나가 재확산된 이후 다시 방문자가 반 정도로 급감했다.
사정이 그나마 나은 문화예술인에게도 코로나 사태의 어려움이 피해가지는 않는다. 코로나의 암울한 분위기는 창작활동의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죽왕면 문암진리에서 아트홀을 운영 중인 김하인 작가는 “이전에 쓴 작품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덕분에 경제적인 상황은 심각하지 않지만, 세상이 어수선해 작품 활동 의욕 자체가 떨어진다”고 했다. 김 작가는 “이전에는 문학성이 있으면 출판사들이 작품을 출간했는데 요즘, 특히 운문의 경우 시인이 자비 출판을 하지 않으면 알 될 정도로 출판시장이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사태는 문화예술인들의 단체 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고성군사진동우회 안의봉 전 회장은 “사진가들은 자주 함께 출사를 나가는데 몇 달 동안 단체 장거리 출사를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운영을 중단한 속초문화예술회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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