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와 태풍의 피해로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지난 주말에도 비는 주룩주룩 내렸고 긴 숨을 내쉬며 TV 리모콘을 잡았다. 영화 ‘증인’을 다시 보기 하였다. 기억 어렴풋이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뭉클한 감동을 준 영화였다. 이 영화는 사건의 목격자로 지목된 자폐를 가진 어느 평범한 중학생 지우가 법정 증인으로 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변호사 양순호가 지우를 만나게 되면서 변화되는 과정, 감정, 생각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말이다. 법원에서 “다리가 불편한 사람과 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걸음걸이를 맞추면 되죠.” 양 변호사가 처음 자폐를 앓고 있는 지우와 소통하는 방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라 헤매고 있을 때 상대 검사가 해준 말이다.
장애가 있건 없건 타인을 진심으로 대하고 싶으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장애를 가진 사람의 삶과 장애를 이해하려고 하면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임을 느낄 수 있겠다.
또 다른 장면이다. 병원에서 지우 어머니가 “장애가 없으면 그건 지우가 아니죠. 저는 지우가 장애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라고 양 변호사에게 한 말이다.
지우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다가왔다.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는 무언가 불행하고 힘들고 우울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편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 장면은 장애인 가족에 대한 시각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양 변호사가 마지막 재판과정에서 자신을 향해 한 말이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방식도 다르다. 나는 편견 없는 사람인지 생각하면서 부끄럽게도 제가 그랬다. 증인은 저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믿지 못했고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했다. 왜냐하면 제 자신만 생각했다”고 말한 부분에서 마음속으로 ‘음… 그래그래’ 하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회 안에서 우리가 지나쳐온 무의식적인 많은 편견이 있다. 편견과 차별은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언젠가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직장 관계자가 다른 직원들도 있는 사무실에서 편견과 차별적 말과 행동을 하고 “장애인이라서 고집이 센 건가”라는 말을 듣고 생각했다고 했다. “장애인라서 이런 말을 듣는 건가? 장애인이니까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인가, 하는 생각에 자신이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생각했다. ‘주위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편견에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하고 그만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거나 규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장애의 원인이나 유형, 그리고 그 정도가 다양하고 사회문화적 환경의 차이가 장애를 가진 사람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므로 장애를 가진 사람을 한가지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기질과 특성이 있고 그로 인한 다양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소통 관계는 다르게 형성되어진다.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가끔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한다고 해서, 편견과 차별로 대하기보다는 장애가 있지만 꿈이 있고, 혼자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는 점을 알아차려야 한다.
우리 모두의 일상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서 함께 살아가는 가치의 크기를 키워 나가면 좋겠다. 장애가 있건 없건 관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회적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일상을 공감하는 우리의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권리, 폭력이나 인권침해에서 자유로울 권리가 요구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사람은 누구나 인권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존재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문희
속초성폭력상담소·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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