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여름 피서철만 되면 영북지역은 온통 피서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많은 피서 인파가 몰리면서 교통체증과 바가지요금, 식수난, 환경오염, 청소년 탈선 등으로 지역주민들도 큰 곤욕을 치러야 했다. <설악신문> 기사를 통해 1990년대 여름 피서철 우리지역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봤다.
피서철이면 속초시내 7번국도 마비
속초시내 7번국도 우회도로나 설악금강대교가 개통되기 전인 1990년대 여름 피서철 가장 큰 걱정거리가 바로 교통난이었다. 여름 피서철만 되면 시내 7번국도는 심한 교통체증을 겪어야 했다.
1990년 6월 11일 <속초신문> 2호에는 “관광철 양양-속초-고성 교통난 해결책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7번국도 확포장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우회도로가 없어 아무런 대책이 없고, 도심권 주차시설은 관광철 하루 최대 주차량 5만여대의 7%에 불과해 정체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해인 1991년 7월 속초시는 피서철을 앞두고 시내 중심도로에 대형차량의 진입을 통제하고, 중앙시장 도로 및 수협진입 순환도로를 일방통행로로 지정했다. 이로 인해 시내 교통체증이 다소 줄어들었다.
1992년 7월 27일자 <속초신문>에는 지난 한 주 교통사고가 42건 발생해 평소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해 여름도 시내 교통체증은 전보다 더 심했다. 피서차량이 전년보다 20% 증가해서 소방서에서 수복탑까지 10분 거리가 정체로 인해 30분 정도 걸렸다. 특히 수복탑 앞 좁은 2차선에 시내버스 정차공간이 따로 확보되지 않아 뒤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운행하느라 교통체증을 가중시켰다.
1993년 8월 1,2일은 장마가 늦게 끝나는 바람에 피서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교통체증이 아주 심했다. 속초시내 교통체증이 아주 심해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40여분, 낙산까지 2시간 이상, 간성과 양양까지 2시간 이상, 강릉까지 8시간, 서울은 무려 12시간 이상 걸렸다.
피서철 교통체증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1997년 8월 18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올여름에도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최악의 교통정체를 보였다”며, 여름 피서철 교통정체가 가장 심한 구간으로 설악산입구에서 대포고개, 문화회관에서 공설운동장 5거리 구간을 손꼽았다. 이 해 여름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20일간 속초 국민연수원에서 고성 용촌까지 4km구간을 고성방향 일방통행으로 임시개통하기도 했다.
피서철 속초시내 불법주정차도 심각했다. 이에 1997년 7월 속초시에서는 3백명의 고등학생을 비롯해 3백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불법주정차 근절 결의대회를 갖고 시내 불법주정차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해수욕장 바가지요금 시비
1990년대 해마다 피서철이면 바가지요금이 큰 문제가 되었다. 1992년 7월 27일자 <속초신문>에서는 “해수욕장 바가지요금이 여전하다”며, “컵라면 1개에 1천원에 팔고 캔음료는 시중가보다 2배 비싼 7백원에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행정에서는 해마다 숙박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민박가격을 고시해 행정지도를 했다. 1993년 피서철에는 고성군은 2인1실 기준 1만5천원에 1인 추가시 2천원, 양양군은 2인1실 기준 1만3천원에 1인 추가시 2천원으로 민박가격을 고시했다. 그러나 이 고시 가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1993년 8월 9일자 <설악신문>에서는 바가지요금이 극성을 부려 피서지 행정지도 가격 유명무실하다고 보도했는데, 고성 송지호해수욕장 주변 민박 2인1실 기준 2만5천원에서 5만원, 일부 주점에서는 도토리묵 등 안주 한 접시에 무조건 1만원에서 최고 1만5천원. 맥주(3홉) 1병에 행정지도 가격보다 1천9백원이 비싼 3천원을 받았다고 했다. 1994년 여름에는 낙산해수욕장에서 임대업자들이 피서객들이 백사장에 파라솔을 설치하는 것을 막아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1996년 7월 22일자 <설악신문>에는 고성주민들이 민박요금을 현실화해 달라고 요구하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주민들은 군이 지정고시한 가격은 2명 기준 2만5천원, 1명 추가 2천원인데, 피서철 성수기인 7월말 8월초에는 방 1개에 7,8만원으로 민박가구들이 불법을 저지르게 된다고 했다. 행정지도 요금 현실화 요구에 고성군은 민박고시가격은 관내 여관 요금 수준에 맞춘 것으로 더 인상하면 행정이 바가지요금에 앞장서게 된다고 난감해 했다.
1997년 7월 28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속초시 직영 속초해수욕장에서 행정지도 품목에 누락된 튜브를 1만원에 대여해 원성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성군 2곳의 시범해수욕장에서는 행정지도요금 1만원인 파라솔을 1만5천원 또는 2만원에, 5천원으로 정한 튜브도 1만원에 빌려주고 있었다. 5백원짜리 컵라면을 물을 부어주고 2천원을 받는 곳도 있었다. 양양의 해수욕장에서는 1시간에 1천원으로 정한 튜브를 시간에 관계없이 1만원에 빌려주고 있었다.
급기야 1996년과 1997년에는 피서철 바가지요금이 큰 지역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설악신문> 1997년 8월 25일자 피서철 결산 기사에서는 “올 여름은 피서객은 줄고 경기도 없어 울상”이라며, “바가지와 고물가 해결이 최대 과제”라고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지난 7월말 속초시와 지역주민들 간에 유언비어 같은 말이 나돌았는데, 그 내용은 서울 상봉터미널에 ‘바가지 성행하는 속초로 가지 말자’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는 것. 누구는 직접 목격했다고도 했으나 행정에서 나서서 조사했지만 확인된 바는 없는데, 지난해에는 고성군이 이런 곤욕을 치렀다고 했다. 행정에서도 뒤늦게 피서지 바가지요금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올여름에도 어김없이 민박이나 숙박, 해수욕장 편의시설, 물품판매에서 바가지요금이 성행했다고 보도했다.
불법행위와 청소년 탈선, 주민갈등까지
1990년 8월 20일자 <속초신문>에서는 관광버스 불법영업을 고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서울소재 5개 여행사가 하루에 2번 서울에서 설악산까지 불법으로 관광버스를 운행하는데, 고속버스 요금보다 2천5백원~8천원 비싼 요금을 받고 있으며, 일부 설악동 숙박업소는 1인당 2천원씩 매표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수막까지 내걸고 불법영업을 벌였는데, 고발해도 추징금 약간만 내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속초신문>에서는 피서철만 되면 관광버스의 불법운행 말고도 택시기사들의 지역주민 승차거부, 상가와 민박집의 과도한 호객행위, 청소년 탈선, 범죄 증가 등을 피서철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했다. 1990년 9월 3일 민영숙기자는 “피서철유감”이라는 제목의 기자수첩에서 “취재차 올라간 설악산에는 관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여학생들이 옅은 화장을 한 채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면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탈선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라고 했다.
1991년 8월 26일자 <속초신문> “피서문화, 이대로 좋은가?”라는 기사에서는 “8월 초 속초시 모은행에는 비키니 차림의 피서객이 출현하는 돌발사태가 발생해 주민들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1992년 8월 24일자 <속초신문>에는 피서철 결산 기사에서 불법숙박을 큰 문제로 제기했다. 고성 해수욕장내 콘도업체가 관광사업등록도 하지 않고 숙박영업을 하다가 고발당했고, 속초 모콘도업체는 준공검사도 받지 않고 40실을 불법으로 운영해 고발당했다. 같은 기사에서는 “속초시와 고성군이 식수원으로 쓰는 고성 원암저수지가 피서객이 버린 쓰레기로 수질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했다.
1996년 8월 7,8일 양양군의회 낙산해수욕장 현장점검에서 지역의 봉사단체가 주차장으로 위탁받은 곳을 매점으로 재임대하거나 백사장을 야영장으로 불법운영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1996년 7월 12일과 16일에는 양양 전진2리 주민 50여명이 “특정개인에게 주어진 설악해수욕장 일부임대권을 마을에 넘겨달라”고 군청 앞에서 항의농성을 벌였다. 1997년에는 고성 백도해수욕장 운영권을 두고 마을번영회와 개인 간에 소송이 벌어져 해수욕장 문을 열지 못하자, 7월 31일 뒤늦게 고성군이 직영으로 해수욕장을 개장하기도 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993년 8월 9일자 <설악신문>에 실린 피서철 풍경. 그해 8월 5일 속초해수욕장에서 열린 제2회 미스썸머 미인선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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