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양양 주택 화재현장에서 미등록(불법체류) 외국인 신분에도 희생적인 구조 활동을 펼쳐 큰 감동을 전한 카자흐스탄 국적의 율다셰프 알리아크바르(29, 알리) 씨가 정부로부터 의상자에 선정됐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지난 4일 오전 10시 군수 집무실에서 당시 양양읍의 한 원룸 건물 화재 현장에서 인명을 구한 알리 씨에게 보건복지부의 의상자 증서를 전달하고 격려했다.
군은 알리 씨의 선행이 알려지자 사실관계 확인 후 지난 6월 보건복지부에 의상자 선정을 신청했고, 복지부는 지난 7월 24일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어 알리 씨를 의상자로 인정함에 따라 의상자 증서 및 보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또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로 불법체류자인 알리 씨는 이번 정부의 의상자 지정에 따라 법무부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 이달 중 영주권을 신청할 계획이다.
알리 씨는 지난 3월 23일 밤 11시 22분경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으로 들어오다 매캐한 냄새가 나자, 직감적으로 불이 났다는 것을 알고는 2층으로 올라가 잠든 사람들과 입주자들의 대피를 도왔다.
특히, 203호 세입자가 이미 연기에 질식해 대피에 어려움을 겪자 그는 옥상으로 올라가 203호와 연결된 TV유선 줄을 타고 내려가 열려진 창문으로 뛰어들어 문을 열고 구조에 나서는 등 사투를 벌였다.
알리 씨의 헌신적인 구조로 원룸 입주민 10여명이 목숨을 구했고, 이 과정에서 그는 목과 등, 귀, 손 등에 2∼3도의 화상을 입어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소리 없이 그 자리를 떠야만 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하고도 정작 치료도 못 받는 그의 안타까운 사연은 화재 당시 그의 활약상과 딱한 사정 등을 알게 된 장선옥 손양초등학교 교감이 ‘강원도 의사상자’로 추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에 속초경찰서와 양양군과 알리 씨를 지원하기 위해 나섰다. 속초경찰서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화상치료비 지원을 요청했고, 양양군은 희망나눔운동 지원사업을 통해 긴급 생계비와 치료비를 지원했다.
이어 양양군은 강원도를 거쳐 보건복지부에 알리 씨의 의사상자 선정을 건의했고, 속초경찰서도 LG복지재단에 ‘의인상 추천서’를 보냈다. LG복지재단은 지난 4월 22일 알리 씨에게 LG의인상을 수여했었다.
이날 김진하 군수로부터 정부의 의상자 증서를 받은 알리 씨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이렇게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가족들도 너무 좋아한다”며 “앞으로 대한민국과 양양군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면서 열심히 일하고 어려운 이웃들도 보살피며 살겠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편,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으로, 사망한 사람은 의사자, 부상을 입은 사람은 의상자로 구분해 선정한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정부로부터 의상자로 선정된 알리 씨가 김진하 군수와 기념촬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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