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아일보에서 기획 연재되고 있는 2020 행복원정대의 이야기를 열심히 찾아 읽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학생들이 지금 왜 행복하지 않은 지를 다룬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다. 그 중 남학생과 여학생의 차이점에 대해 다룬 알파걸과 베타보이의 이야기는 우리 부모들이 꼭 이해해야 할 개념이다. 왜 요즘 학교 현장에서 남자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 남녀공학인 학교에서 반장도 전교회장도 여자 아이들 몫이고, 심지어는 대학 진학률도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으로, 하버드대의 댄 킨들러 교수는 모든 면에서 으뜸이 된 여학생들을 ‘알파(α)걸’로 부르고, 알파걸의 선전에 상대적으로 위축된 남학생들은 ‘베타(β)보이’로 불렀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여학생들에게 유리한 우리의 학교 시스템과 학부모들의 조바심이 우수한 알파걸과 모자라는 베타보이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뇌 과학적 측면에서 보면, 현재 학교 시스템은 10대 남자 초등학생들에게 불리하다. 뇌에서 듣기와 말하기, 기억력 등을 주관하는 측두엽의 신경세포는 여성이 남성보다 10% 정도 많고, 남자는 시각이, 여자는 청각이 뛰어나다. 따라서 지금처럼 교사 한 명이 여러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의식으로 진행하는 수업방식은 청각 자극에 둔감한 남학생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호르몬의 차이도 초등학교 남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 시기의 남자아이들은 직접 탐색하고 모험하는 방식으로 배우는 반면에 여자아이들은 묻고 답하고 쓰는 방식에 뛰어나다. 그런 이유에서 교육 선진국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을 의무적으로 교실 밖으로 나가 뛰어놀게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교실에서 뛰지 마라’ ‘장난치지 마라’ 하며 남자아이들의 집중력과 학습능력을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남자아이들도 때가 되면 여자아이들과의 인지 발달 격차도 좁혀지고 즉흥성도 서서히 줄어들어 자신의 역할을 다 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알파걸로 불리는 여자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 또한 아니다. 집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딸’이라 불리고, 학교에선 ‘남학생들보다 나은 모범생’이라며 칭찬 받는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스로가 자신감도 떨어지고, 부모의 기대와 친구 관계의 어려움으로 학교생활을 버거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자아이는 초등 성적이 대학까지 간다’는 잘못된 속설을 믿는 부모의 초조감이 여자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또래 남자아이들에 비해 사춘기를 빨리 겪는 여학생들은 신체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도 그만큼 심하다. 생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외모, 키, 몸무게에 대한 왜곡된 편견으로 가득한 우리 사회적 환경도 여자아이들에게는 심각한 스트레스의 요인이다. 또한 관계지향적인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타인의 시선을 더 많이 의식한다. 이들은 특히 친구들의 평가를 중시한다. 특히 최근 들어 SNS의 영향으로 또래 집단의 평가는 예전보다 여학생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알파걸들은 스트레스도 알파급’이라고 하소연 한다.
전문가들은 여성은 남성과 달리 사회화 과정에서 자신을 선택받는 존재로 생각하도록 훈련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여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은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적어도 사춘기 이전까지는 부모나 교사들이 남자아이를 여자아이와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의 뇌 발달단계와 심리적인 변화들을 정확하게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 아이들이 왜 그렇게 말하고,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여전히 불행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왜 그들이 알파걸과 베타보이로 구분되는지를 우리 모두가 이해하고, 그들이 필요한 교육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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