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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개 아빠’라니? 호칭유감
등록날짜 [ 2020년07월27일 17시57분 ]
 너무 나갔다. 어느 목사님이 산책 중에 겪은 난감한 일이다. 저만치 맞은편에서 중년부인이 시커멓고 큰 개를 데리고 다가오고 있었단다.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개가 목사님 쪽으로 다가오려고 하자 개 주인이 이렇게 말했단다. “아니야! 아니야! 아빠 아니야!”. 목사님은 언짢고 마음이 상했지만 못 들은 척하고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었단다. 
그 개주인은 목사님 만나서 참 다행이다. 만일 성질 고약한 사람을 만났다면 불쾌한 일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목사님처럼 인자한 태도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마 적어도 이런 말 정도는 했을 것이다. “여보시오. 개 어머니! 내가 왜 개 아빠요?”. 그러면 죄송하다는 말 대신에 이런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그래서 아빠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니 무슨 이런 난감한 일이 다 있나? 신상옥 감독의 영화 “여성상위시대”이후, 이 말은 여성지위향상의 대명사요, 그에 반비례해서 힘없는 남성의 비애를 대변하는 보편적 용어였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개 상위시대’가 된듯하다. 신조어에 접두사 ‘개’는 최상급 표현이다. 개와 관련된 은어와 유행어가 많다. ‘개좋아’, ‘개무시’, ‘개고생’이 대표다. 그렇다고 모든 개 관련 용어가 최고 권좌로 등극한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개떡은 좌천상태 그대로다. 자식 앞에 붙이면 결과를 감당 못한다. 개의 위상이 추락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 무조건은 당한다.
앞으로는 개가 낳은 강아지를 개새끼라고 부르지 못하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서로 다투다가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절대로 ‘개○○’이라고 욕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상대방에 대한 언어폭력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천박한 인격자를 어떻게 품격 있고 우리가족 모두에게 사랑받는 애완견에 비유할 수 있는가라는 전혀 별개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그리고 개와 견주어 재미로 하는 우스갯소리도 쉽지 않은 날이 올 수 있다. 예를 들면, 개와 나란히 가면 “개 같은 사람”, 개 앞에 가면 “개보다 나은 사람”, 개 뒤에 가면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는 희극적 비유표현이다. 위기에서 주인의 목숨을 구한 여러 충견들의 이야기에서, 인간 이하의 범죄자를 볼 때 “개만도 못하다”고 말하는데 앞으로는 민감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것들과 비교할 때 형평성 원칙에서 벗어난 호칭 때문에 견주들로부터 낭패한 제소를 당할 수도 있다. 일찍이 쥐는 ‘서생원’이라는 벼슬까지 부여받았고, 심지어는 도둑놈도 ‘도선생’, 더 나아가 대들보 위의 군자라 해서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까지 존칭을 사용하면서, 유독 개에 관해서는 ‘견공’이라하니 이는 편견에 가까운 처사로 어감 및 품격이 한참 떨어지는 호칭이니, 이제는 견공의 존엄에 걸맞은 격상된 최고 호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옛날에 능 지키는 능지기를 능참봉, 수능참봉(守陵參奉)이라 불렀다. 품계는 종9품의 말직의 관직이다. 그러나 “나이 칠십에 능참봉”이라는 말은 실속 없이 바쁜 상황을 빗댈 때 사용하는 말이다. 평생 벼슬에 못 나간 사람에게 붙여주는 명예직 호칭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진짜 벼슬은 아니다. 그러니 해학적 표현으로 능을 지키는 이가 능참봉이면 집과 가족을 지키는 고마운 개에게도 참봉 벼슬을 주어야 마땅하다. 견참봉이 제격 아닌가?
 이러한 상상들이 현실화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과거와 달리 사회가 변하면서 서양에서는 개에게 유산까지 물려주는 일도 있다고 한다. 애완견이 죽으면 박제를 해서 보관한단다. 일본에서는 말동무 챗봇으로 사용하던 로봇강아지가 고장이 나면 장례식을 치러준다. 슬픔을 애도하기 위해 곡하는 챗봇 강아지를 초빙해온다. 그래도 애완견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점에서 유별나다. 원래 ‘반려자’는 혼인관계의 남편과 아내를 일컫는다. 함께 살아간다는 뜻에서 ‘반려견’이라고 하는데 과잉호칭이 아닌가 생각한다. 애완견이라고 하면 크게 거스르지 않는다. 호칭은 질서다. ‘개 아빠’가 되면 사람이 동물이 되든지, 아니면 동물을 사람으로 여기는 무시무시한 무질서 혼돈상태가 되고 만다. 견주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이런 호칭은 아니지 않은가!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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