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쌍성호(雙成湖, 雙城湖)<2>
두 개의 호수(湖)일 가능성
두 번째로 두 개의 호수(湖)일 가능성에 대해서다.
옛 문헌이나 기록에서 찾아야 하는데 그 기록을 아직까지는 찾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중국의 청초호가 동정호(洞庭湖)와 연결되어 있다고 하니 그래서 쌍성호(雙成湖)인가? 다만, ‘두 개의 호수가 있었을 것이다’라는 막연한 사명감을 가지고 여러 자료들을 찾은 끝에 미약하나마 100년 전 가장 최근에 기록된 자료를 찾을 수 있었다.
<부산일보> 1917년 10월 17일자에 게재된 이타모토 미나미다케(板本南岳) 특파원의 ‘강원도 발섭기(跋涉記)’라는 기행문 중 “대포항에서 간성으로” 라는 기사의 내용 중 필자는 뜻밖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섭기(跋涉記)’란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먼 길을 수고하며 돌아다니면서 기록한 것을 의미한다. 발섭기의 전문을 보면 다음과 같다.
대포항에서 간성으로
특파원 이타모토 미나미다케(板本南岳)
27일 오전 9시 대포를 떠나 간성으로 향하기로 했다. (중략) 각별히 강원도 산하의 아름다운 풍경을 접하는 일이 가능해 왼쪽(필자의 의견으로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물결이 요동치는 해수면 저편에 나무 하나 없는 작은 섬(조도를 말함)이 푸른 바다에 쌓여 있다. 물위에 떠 있는 모습이 정말 뭐라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오른쪽(필자의 의견으로는 왼쪽)에는 고개를 돌리면 중첩된 산악의 흉부를 찌르는 창을 세워놓은 것 같은 바위산(울산바위)이 한층 더 솟아 있어 마치 하늘을 갈아놓은 듯한 모습을 보는 듯하다.
완만한 경사면은 옷이 흘러내리듯 서서히 열리고 끝자락에 5정(五町)1)정도의 사이를 두고 하나는 주위 2리(里)2)의 호수를 ‘좌천호(左川湖)’라 부르며, 또 하나는 ‘속진호(束津湖)’라고 부른다고 들었다.(후략) <부산일보 1917년 10월 17일자 - 강원도 발섭기(跋涉記)>
1)정(町), 밭이랑의 두둑한 부분. 거리의 단위 1정은 60간(間), 간(間)은 길이의 단위로서, 길이 한 간은 여섯 자이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약 1.8182미터. 즉 5정은 약 9미터
2)1리(里)는 약 400미터. 즉 2리는 약 800미터
위 강원도 발섭기를 쓴 이타모토 특파원의 청초호를 묘사한 대목을 살펴볼 때 이 글을 쓴 1917년은 아직 청초호가 항구로 개발(1933년 이후)되기 이전이므로 최소한 조선시대 여러 방랑객들이 청초호를 둘러보며 ‘쌍성호(雙成湖)’라 이름 불렀을 당시 그대로의 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전문의 내용 중 나에게 “심봤다!”를 외치게 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완만한 경사면은 옷이 흘러내리듯 서서히 열리고 끝자락에 5정(약9m)정도의 사이를 두고 하나는 주위 2리(약800m)의 호수를 ‘좌천호(左川湖)’라 부르며, 또 하나는 속진호(束津湖)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즉, 대포에서 간성을 향해 가는 길에 너비 약 9미터의 밭이랑 같은 두둑한 부분을 두고 양옆으로 호수가 있는데 하나는 둘레 약 800미터(주위 약 2리) 규모의 ‘좌천호(左川湖)’라는 호수가 있고, 또 하나는 ‘속진호(束津湖)’라는 호수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속진호는 우리가 아는 ‘청초호(靑草湖)’이며 일제강점기 초기에는 청초호를 ‘속호(束湖)’, ‘속진호(束津湖)’, ‘속초호(束草湖)’ 등 다양하게 불리다가 1918년에 <조선오만분의일 지도>를 제작하면서 ‘청초호’로 정립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좌천호(左川湖)’의 위치는 구체적으로 어디인가가 궁금하다. 아니 그보다 먼저 ‘좌천호’라는 호수의 존재에 대해서 이타모토 특파원 외에는 그 당시에 이 지역사람 그 어느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이타모토 특파원이 이곳을 지나가던 10월 동해안의 밀물과 썰물의 차이로 인해 물속에 있던 밭이랑 같은 두둑한 부분이 물위로 모습을 나타내 2개의 호수처럼 보였을까?
여하튼 ‘좌천호’를 한자해석상 ‘하천(川)의 왼쪽(左)에 있는 호수(湖)’라고 풀이를 한다면 ‘소야천의 왼쪽에 있는 호수’라는 의미로서 대략적인 위치추정이 가능하다.
1953년에 제작된 속초 위성사진을 보면 청초호 서쪽으로 움푹 파인 부분이 보인다.
원안의 지역은 위치상 청초호 호수 왼쪽으로 지금은 매립되어 ‘석봉도자기박물관, 청초정, 어린이 교통공원’ 등이 위치해 있는 지역이다.
1979년에 제작된 위성지도를 보면 청초호 북쪽, 즉 소야천의 왼쪽으로 이타모토 특파원이 언급한 주위 800m규모의 조그마한 호수를 볼 수 있다. 이 사진은 1979년 당시 청초호 매립사업의 일부이다. 아마도 1953년 이전에는 1979년의 사진처럼 확연하게 분리된 적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추측을 하게 된다.
그 막연한 추측은 우측의 일제강점기 1928년 제작된 <양양명소 속초항>이라는 제목의 우편엽서를 보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시청 근처로 추정되는 곳에서 영금정 쪽을 향해 찍은 이 사진에는 일명 ‘배다리(원안)’가 보이는데 물이 얕아지면 부월리 사람들이 이 다리를 건너 속초리, 속진리쪽으로 걸어 다녔다고 한다. 또한, 물이 배다리 위로 차오르면 청초호 안에 있던 배들이 다리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러한 현상을 ‘밀물 때’와 ‘썰물 때’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얼마만큼의 주기를 갖고 일어났는지는 정확한 자료가 없어 알 수 없지만, 물이 낮아져 배다리가 보였을 때 조선의 유랑객이 청초호를 보았다면 1979년의 위성사진처럼 청초호가 2개로 나뉘어져 ‘쌍성호’라는 이름으로 불렀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조선 후기의 학자 류휘문이 지은『북유록』에 “청초라는 이름이(어떻게 지어졌는지) 양양사람들조차 모르더라”라는 문장이 다시 생각나는 시점이다.
필자의 생각은 ‘청초호’라는 이름이 무슨 연유로 이름 지어졌는지 모르는데, 하물며 ‘쌍성호’라는 이름 또한 왜 지어졌는지 모르는 것이 당연한 얘기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나라에서 지은 이름이기에… 청초호를 지나간 선비들이 지은 이름이기에… 양양백성들에게는 순수하게 ‘논뫼호’라는 이름으로만 기억되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끝>
1953년 위성사진(출처 : 국토정보맵)
1979년 위성사진(출처 : 국토정보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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