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8일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명파초교 전교생 25명이 금강산으로 1박2일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그해 12월 12일에는 고성 대진초교 6학년생 21명이 2박3일의 일정으로 금강산 체험학습을 다녀왔고,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기 한 달여 전인 2008년 6월 2일 양양 회룡초교 전교생 42명이 1박2일의 일정으로 금강산으로 체험학습을 다녀왔다.
2008년 7월 11일 관광객 피살사건으로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지 꼬박 12년이 지났다. 아직도 금강산관광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금강산관광이 계속 이어졌다면, 지금 우리 지역 초등학생 금강산 소풍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남북한 교류와 금강산관광이 시작된 이후 <설악신문>은 교류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해 왔다. 그 기록은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모든 교류가 끊어진 지금도 여전히 분단극복의 절박한 목소리로 살아있다.
1998년 2월 속초에서 남북 간 첫 여객선 취항
1998년 2월 26일 속초항에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 간 여객선이 취항했다. 2월 26일 오전 12시 경수로건설사업에 투입되는 기술자와 현장인부 15명을 싣고 대아고속해운 대원카타마란호가 속초항을 출발해 오후 4시 30분 북한 신포 양화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경수로 기술자 24명을 태우고 북한 양화항에서 정오에 출발해 오후 3시15분 속초항에 도착했다. 비록 임시항로지만 북한과 정식으로 여객항로를 개설해 여객선이 운항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속초시민들은 크게 환영했다. 북한으로 여객선이 처음으로 떠나는 날, 실향민을 비롯한 5백여명의 속초시민들이 여객터미널에 나와 북으로 떠나는 여객선을 환송했다. 환송객 중에는 여객선이 도착하는 신포가 고향인 실향민이 고향으로 가는 배를 향해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 첫 운항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여객선이 운항됐으며, 2000년 10월부터는 월 2회씩 운항 횟수가 늘어났다.
1998년 6월 16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5백마리를 실은 트럭과 함께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했다. 8일간의 일정으로 북한에 머물렀던 정주영 회장은 북한 측과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을 합의하고 돌아와서 6월 25일 “금강산에 1천명 승선 규모의 유람선을 띄우겠다”고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6월 27일과 28일 이틀간 유람선 출항지로 유력한 속초시와 동해시를 찾아와 현지여건을 조사하고 갔다.
이때 금강산관광이 속초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에 속초 지역은 온통 흥분에 휩싸였다. 금강산관광 발표 이틀 후인 6월 27일 속초시는 금강산유람선 유치기획단을 구성했고, 7월 2일에는 속초지역 1백46개 사회단체가 나서서 금강산유람선 속초항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7월 6일부터 금강산 유람선 유치 서명을 전개해 순식간에 시민 3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7월 7일에는 이북5도민회와 정주영 명예회장의 고향인 통천군민회 출신 실향민 1백55명이 서울 현대 본사를 방문해 속초항을 유람선 출항항으로 선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7월 9일 동명항 항만부지에서 시민 1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금강산 유람선 취항 환영 및 속초항 유치 범시민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 1천개의 소망 풍선을 하늘에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속초시민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첫 금강산 출항지는 속초항이 아닌 동해항으로 선정되었다. 1998년 11월 18일 오후 5시 44분 동해항에서 관광객 933명을 태운 유람선 ‘현대 금강호’가 4박5일의 여행 일정으로 북한 장전항으로 출항해 다음날 오전 6시 장전항에 도착했다. 이후 동해항 금강산 유람선 운항은 현대상선의 누적적자로 인해 2001년 6월 27일 금강호의 출항을 마지막으로 2년 7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현대의 관광 유람선 유치에 실패한 속초는 금강산국제그룹 박보희 회장이 추진하는 금강산 관광 1일 쾌속선 운항에 기대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26일 쾌속선 운항에 대해 정부가 승인 유보결정을 내리는 바람에 사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2001년 1월 6일 금강산 관광선 속초 취항
다시 1년 후 속초에서 금강산 쾌속선을 띄우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1999년 10월 11일자 <설악신문>에 현대상선이 속초시에 속초~장전간 관광선을 운항할 사업계획을 제시했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현대상선은 9천톤 규모에 7백20명이 승선할 관광선을 하루 1회 왕복하는 노선으로 운항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쾌속선 속초취항은 바로 이뤄지지 않고 다시 1년의 시간이 지났다. 2000년 10월 금강산 쾌속선 운항을 위해 현대상선은 이미 그해 4월 28일부터 속초~자루비노 항로를 운항 중인 동춘항운과 두차례 터미널 사용을 협의했으나 끝내 합의를 보지 못했다. 결국 금강산 쾌속선 첫 취항도 동해항에서 이뤄졌다. 대신 쾌속선 취항 이후인 12월 2일 현대상선은 속초항에 여객터미널 신축공사에 착수했다.
드디어 2001년 1월 6일 오후 1시 속초항에서 장전항까지 금강산 관광선 현대 설봉호가 역사적인 첫 취항을 했다. 첫 취항에서 5백명의 관광객을 실은 설봉호는 동해항 항로를 절반으로 단축시켜 장전항까지 3시간 만에 도착했다. 설봉호는 금강산 육로관광이 시작된 이후에도 계속 운항되다가 2004년 1월 10일 마지막으로 출항을 했다. 이로써 금강산 해로관광이 끝났다.
속초항에서 설봉호가 취항해 운항시간도 단축되었지만, 2001년 들어서면서 금강산관광은 오히려 줄어들기 시작했다. 결국 다음해인 2002년 3월 정부에서는 이산가족과 학생 등에게 1인당 최대 34만원까지 금강산관광 경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2년 4월 6일 처음으로 216명의 여행객이 금강산관광 경비를 지원받고 속초에서 설봉호를 타고 떠났다.
정부의 관광경비지원으로 금강산관광객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으나, 설봉호가 출항하는 속초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그해 2월 정부의 금강산 수학여행 경비 지원 방침이 알려지자, 속초 설악동 주민을 중심으로 크게 반발했다. 설악산 수학여행에 큰 타격이 예상되는 금강산 수학여행 경비지원을 철회하라고 두 차례나 항의집회를 가졌다. 금강산 관광 경비지원은 1년 가까이 진행되다가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되어 2003년부터 중단되었다.
육로관광이 본격화된 2004년 12월 정부가 중·고교 학생과 인솔교사에 대한 금강산 체험학습 경비를 다시 지원하게 되자, 설악동 주민들이 재차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1년 후인 2005년 10월 10일 설악동번영회와 현대아산이 설악·금강 연계관광에 합의해 수학여행단에게 설악동 숙박이 포함된 금강산관광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2002년 9월 금강산 육로관광로 개설 첫 삽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던 1998년 11월 10일 고성군과 군내 사회단체는 금강산관광 육로개설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채택해 정부기관에 보냈다. 고성군에서 금강산까지는 20km에 불과해 해로관광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향후 설악·금강 연계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는 이러한 의견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해로를 이용한 금강산관광이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자 현대아산은 육로관광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2001년 3월 21일 현대아산 김윤규 사장이 북한 아태평화위 강종훈 서기장 등 북측관계자들과 협의해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으로 들어가는 육로관광로를 개설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도로개설 등 준비작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2년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한이 동해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합의하면서 금강산 육로관광 준비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2002년 9월 18일 금강산 육로관광의 실현을 알리는 동해선 철도·도로연결 착공식이 고성 통일전망대 전방 5백m 지점에서 열렸다. 동해선 철도는 다음해까지 제진부터 북쪽 군사군계선까지 9km 구간을 개설하고, 남북을 잇는 도로는 11월까지 금강산 임시도로 1.5km 구간을 먼저 연결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 이어 고성군과 미수복고성군민회가 공동으로 추석차례와 경모제를 지내기도 했다. 이 역사적인 행사는 2002년 9월 30일자 <설악신문>에 크게 보도됐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북으로 가는 여객선을 환송하는 속초의 실향민들. 1998년 3월 2일자 설악신문 1면 게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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