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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 자리 잡은 청년이주민 / 술집 ‘아프리카’ 박영아 대표
광활하고 거대하며 두근거리고 뜨거운 곳/여인숙이던 건물, 새로운 공간으로 꾸며/만남·소통·이벤트 가득…“기획자라 불리길”
등록날짜 [ 2020년07월13일 11시30분 ]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작은 골목. ‘술’이라는 한 글자의 간판이 맞아주는 술집 ‘아프리카’가 있다. 왜 그곳은 ‘아프리카’ 됐을까?
전라도 광주 출신에 서울에서 생활하던 청년 박영아는 지난해 혈연단신 속초로 내려와, 어머니와 함께 술집을 꾸려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가게에 대해서 “캐릭터는 확실한데 정체성이 모호하다. 그것이 좋다.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뭘 해도 어울리는 공간이어서 좋다”고 말했다. 술집 ‘아프리카’는 만남과 소통, 이벤트가 가득한 곳이다.
나무판자로 짜인 외관에 야자나무와 비치의자, 평상이 손님을 맞는다. 휴양지 느낌 가득한 외관을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익숙한 듯 새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여인숙이던 건물을 그대로 살려 뚫려있던 복도식 공간에 지붕을 만들어 홀을 꾸미고 각각의 작은 방들은 손님들을 위한 특별한 방으로 만들어졌다.
“저라는 사람을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박영아 씨는 사장님이라는 타이틀보다 기획자로 불리길 원한다고 했다. “저희 가게가 술집 이전에 ‘공간’으로 보여지길 바라거든요. 즐거움을 소비하는 공간. 다른 가게와 차별화된 여러 가지 이벤트들을 진행하고, 그게 받아들여지는, 사람들에게 전달이 되는 것이 제가 목표하는 것이어서, 항상 다음은 뭐할까 생각을 해요.” 여러 가지 이벤트를 기획할 때 사람들에게 “사장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저희 가게를 보면서 이 가게는 다음에 무엇을 할까. 무엇을 펼칠까 기대하게 하는 것이잖아요.”

“유명한 혼술방…끊임없이 소통”
박영아 씨는 이벤트를 펼치면서 끊임없이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지만 모든 테이블의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언니, 누나가 되어 준다. 가게를 찾는 여행객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프리카’를 지켜보던 손님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도 하고 손님들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고 있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귀찮지 않고 매일 물어보면 매일 이야기를 해요.” 그의 소통 능력은 혼자 여행 온 사람들 앞에서 더 큰 빛을 발한다. ‘아프리카’에는 ‘혼술방’이 있다. 각각의 분리된 자리에 4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작은 방. 혼자 온 손님들만 들어갈 수 있는 방이다. 혼술을 좋아하고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했던 그였기에 혼술방에 들어간 손님들에게 더더욱 친근하게 소통하고 있다. “혼자 와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느낌을 잠시라도 드리고 싶어요. 그 눈높이에서 가장 잘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저니까요. 그분들의 모습이 저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동질감을 많이 느끼고 좋아하세요.” 그의 따뜻한 마음이 가득 들은 혼술방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방이 되었다.
“일 년에 한명도 저 방을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가게는 이렇게 혼자 오신 분들을 위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이슈가 됐죠. 저 방을 가려고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박영아 씨는 인스타그램 ‘속초아프리카(africa_of.sokcho)’에서 많은 사람들과 아프리카의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 꿈이 작가였어요. 오랫동안 꿈꿨다가 접었는데, ‘글’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나를 이루는 요소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학생 때부터 사회의 부조리한 사건을 보면 참지 못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는 아프리카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각들을 수필형태로 쓰고 있다. 텍스트보단 이미지가 소비되고 조금이라도 긴 글은 읽히지 않는 시대에 글을 쓰고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글이냐가 아니라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많이 늘기를 바라지만 팔로우 수가 고객이 되길 바라지 않아요. 팔로우를 했지만 평생 가게에 오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상관없어요. 저희 가게의 지지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방문을 안 할지라도 우리 가게를 발견해서 재밌는 곳이라고 계속 응원을 해주면 저는 그걸로 됐어요. 세상에 이런 가게가 있다고 읽혀졌으면 좋겠어요.”

딸 위해 고향 광주 떠나온 어머니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술집 ‘아프리카’엔 또 다른 숨은 이야기가 있다. 인터넷에 가게가 유명해지기 시작하며 메뉴판도 이슈가 되었었다. “저희집 한식 메뉴들은 전라도 광주에서 35년간 백반집을 운영하시다가 맏딸의 첫 사업을 돕기 위해 모든 걸 접고 속초로 올라오신 사장 어머님의 손끝에서 완성합니다. 주문 즉시 조리에 들어가니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쓰인 문구가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왔다. 35년간 식당을 운영했던 어머니(송성숙)가 딸을 위해서 고향을 떠나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 박영아 씨는 어머니의 삶이 이곳에서 이야기가 되고 함께 기억되길 바라며 어머니를 속초로 초대했다. 
글을 써 읽혀지고 어머니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이 가게는 왜 ‘아프리카’여야 했을까?
‘아프리카’는 박영아 씨의 별칭이었다고 한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최소 2주 이상 시간을 내야 갈 수 있는 아프리카는 도전하기 힘든 꿈의 여행지였고, 직장을 그만둔 후 제일 먼저 다녀온 아프리카 이야기를 하는 그에게 자신도 모르게 붙여진 별칭이었다. 우연히 듣게 된 순간, ‘아프리카를 다녀온 애’도 아니고 ‘아프리카’라는 고유명사로 불리는 자신의 별칭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가게 이름을 ‘아프리카’라고 정하게 됐다.
가게의 이름처럼 ‘아프리카’는 광활하고 거대하며 두근거리고 뜨거운 곳이다.

손미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아프리카’ 박영아 대표. 전라도 광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생활하다 속초에 자리 잡았다.
박영아 대표와 어머니 송성숙씨. 어머니는 전라도 광주에서 35년간 백반집을 운영했다.
‘아프리카’의 유명한 ‘혼술방’.
아프리카는 ‘술’이라는 한 글자의 간판이 맞아준다.
아프리카의 외부 모습. 나무판자로 짜인 외관에 야자나무와 비치의자, 평상이 손님을 맞는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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