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마을’ 하면 사람들은 안동 하회마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지역에도 그에 못지않은 민속마을이 있다. 바로 고성군 죽왕면 왕곡마을이다. 2000년 1월 국가민속문화재 제235호로 지정된 왕곡마을은 19세기 북방식 전통가옥의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왕곡마을 전통민속 상설체험축제를 맞아 마을을 둘러보며 마을이 가진 매력과 특징을 살펴본다.
왕곡마을 주택
왕곡마을을 걷다 보면 먼저 집 모양이 눈에 띈다. 집들은 ‘ㄱ’자형을 하고 있다. ‘ㄱ’자로 앞에 돌출된 공간은 외양간이고 외양간 뒤쪽은 부엌이다. 이러한 구조는 추운 지방에서 부엌의 온기를 유지해 가축을 기르기 위해 형성된 것이다. 왕곡마을에서 집을 보면 눈에 띄는 것이 또 있다. 항아리를 얹은 굴뚝이 눈에 들어온다. 굴뚝에 항아리를 엎어놓은 것은 굴뚝에서 나오는 불길이 초가에 옮겨 붙지 않도록 하고 열기를 집 내부로 다시 들여보내기 위함이다. 왕곡마을에는 방문객들을 위해 지어진 공중화장실도 북방형 가옥처럼 ‘ㄱ’자로 지어져 있어 눈길을 끈다.
왕곡마을 주택의 장작…우물터
마을에는 초가지붕, 우물, 장작 땔감, 집 앞 꽃밭, 앵두나무, 전통 그네, 뻥튀기 기계 등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조용한 시골에서 맑게 울려 퍼지는 새소리들도 마을에 정겨움을 더한다.
왕곡마을에 핀 무궁화
마을에서는 접시꽃도 자주 볼 수 있다. 접시꽃의 색은 하양, 분홍, 다홍 등 다양하다. 접시꽃이 마을 여기저기에 다채로운 색으로 피어 있기에 ‘왕곡’ 마을을 ‘접시꽃’ 마을로 불러도 될 것만 같다.
영화 ‘동주’ 촬영지 팻말…정미소
마을을 걷다 보면 윤동주 시인을 다룬 영화 <동주>의 촬영장소임을 알리는 팻말도 보인다. 그중 한 곳이 정미소인데 양철로 지어진 정미소 안에는 낡은 기계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철재 기계에 덧댄 목재 시설도 썩지 않고 잘 보존된 상태이다. 양철로 된 벽들은 여러 군데가 뚫려 있어서 빛이 새어 들어와 어두운 실내를 밝히는 조명 역할을 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궁화와 조명
마을 곳곳에는 평상과 정자, 조명시설도 설치돼 있다. 산책하면서 마을을 둘러보다 앉아서 쉬기에도 좋고 조명시설 덕에 어둡기만 한 시골길이 아니라 밤에도 마을을 운치 있게 산책하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왕곡마을 민속 체험장…10월까지 토·일 전통민속 체험축제
10월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전통민속 체험축제가 열려 마을회관 인근에는 지게, 활과 과녁, 딱지, 제기, 투호 장비 등 민속 체험을 할 수 있는 기구들이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말 오후 1시에는 떡메치기 체험이 진행되며 오후 2시에는 체험마당에서 국악공연이 펼쳐진다. 이밖에 마을에서는 짚풀공예 체험, 전통의상 체험, 부채 색칠, 구슬팔찌 제작 등을 할 수 있으며 한과·감자전·추어탕 등의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왕곡마을 관람 시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왕곡마을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원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마을이고 지금도 마을에는 농업 등을 영위하며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소란스럽게 떠드는 것은 금물이며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도 안 된다. 주민 중에는 소란스러운 사람 등 달갑지 않은 방문객들이 찾아오는 것이 마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기에 왕곡마을 방문 시에는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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