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뉴스홈 > 인물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삶에 걱정 없지 않지만, 하루하루 온전히 사는 느낌 들어요”
고성 공현진 해변 카페 ‘드레’ 길고은 대표 / 1년 걸쳐 주택 개조…주민과 함께하는 공간 만들 예정
등록날짜 [ 2020년06월29일 13시20분 ]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 해변 마을에 있는 카페 ‘드레’는 처음 온 이들이 찾기가 쉽지 않다. 드레는 차도가 아니라 골목 안쪽에 있는데 골목길들이 미로 같다. 드레의 상호도 쉽게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글씨가 작아 휴대폰 GPS를 켜고 골목길을 돌아도 어디가 드레인지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어 주변을 배회할 수 있다. 출입문은 골목길 바깥쪽이 아니라 키가 큰 흰색 담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드레는 겉에서 보면 일반적인 주택 같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주택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흰 담과 담에 붙어 있는 조명, 작은 입간판, 입구 옆 벽화 등이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오래된 골목길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점이 신기해 보인다.
드레는 대로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 비수기와 성수기가 구분되지만, 작년 6월 카페 문을 연 후 손님은 꾸준히 증가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지만 드레는 여기에서 벗어나 있는 것만 같다.

전시공간에 직접 가꾼 정원까지
카페 ‘드레’는 작년에 문을 열었다. 웹디자이너로 일했던 길고은 씨가 남편과 함께 신혼집을 결혼 전부터 조금씩 개조해 카페이자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드레의 지하에는 전시공간이 있고 마당에는 부부가 직접 가꾼 정원이 있다. 2층은 카페가 아니라 생활공간이다. 전시공간에서는 지금까지 두 차례 전시회를 열었고 현재는 다음 전시를 준비 중이다.
출입문을 지나 실내로 들어서면 주택을 개조했기에 포근하고 잘 정돈된 가정집 느낌이 난다. 계산대를 지나 마당으로 나가보면 드레만의 특별한 정원이 있다. 마당의 정원은 부부가 직접 가꾸었기에 반듯반듯한 느낌은 약하지만 다양한 화초들이 눈길을 끈다. 화초를 바라보는 고은 씨의 눈빛에는 뿌듯한 시선이 어려 있다. 그 시선을 통해 젊은 부부가 정원을 가꾸며 들인 노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마당의 작은 정원은 회랑이 ‘ㄷ’ 자로 둘러싸고 있다. 이 회랑은 드레를 찾기 위해 골목길을 돌다가 보게 된 흰 담의 안쪽이다. 회랑에는 나무 의자들이 여러 개 놓여 있다. 이 의자들은 정원을 향하고 있어서 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정원을 감상하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오래된 공간이지만 세련되고, 투박하면서도 정감 어린 소품과 공간의 배치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카페에서 쉽게 접할 수 없기에 드레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거라 짐작해볼 수 있다.

힘들었던 카페 창업 과정
올해 삼십 대 중반인 고은 씨는 속초에서 태어났지만, 너무 어렸을 적 속초를 떠나 이 인근 지역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는 어린 시절 여수에서 살았고 성인이 된 후에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는 서울에서 7년 동안 웹디자이너로 일했다. 하루에 13시간 정도 일하며 오전 9시 출근, 오후 10시 퇴근을 밥 먹듯이 했다. 그가 다닌 회사는 주 5일 근무를 지켰지만, 평일 근무로 쌓인 피로로 인해 주말에는 쉬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하기 쉽지 않았다.
고은 씨가 고성으로 온 계기는 그의 남편이 결혼 몇 해 전 고성에 터를 잡으면서이다. 고은 씨의 남편 곽용인 씨는 가진해변에서 ‘테일커피’를 운영 중이다. 고은 씨는 남자친구인 용인 씨가 고성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동안 고성을 오가며 용인 씨를 응원했다. 그러다가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어느새 고성에 정이 들었다. 고은 씨가 이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울에서 접해 왔던 이들과는 약간 달랐다. 가령, 서울에서는 직장이 어딘지, 차림새나 외모가 어떤지,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을 좀 더 따졌다면 여기에서 만난 이들과는 서로가 좋아하는 것을 묻고 대화를 나누며 삶의 소소한 행복들을 공유하는 일이 많았다. 당시 고은 씨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었는데 프리랜서 생활은 거주지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성으로 올 수 있었다.
고은 씨는 처음에 카페를 운영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생활은 2층만으로도 충분한 데다 고성에 문화공간이 거의 없기에 해변에 이런 공간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하게 됐다. 고은 씨와 용인 씨는 1년에 걸쳐 집을 개조했다. 집을 수리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카페 개설을 위해 개조를 하려고 보니 해야 할 일들이 끊이지 않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바꾸려면 까다로워 애를 먹었다. 개조 비용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계속 들었고 테일에서 번 돈을 여기에다 쏟아 부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다가 함께 펑펑 울기도 했다. 공사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바람에 결국에는 부모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고은 씨는 멀리 있는 딸이 잘사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불효를 한 것 같아 무척 괴로웠다고 한다. 결국, 고은 씨는 현실과 타협하고 미비한 점은 개점 후 천천히 개선해 나가리라 마음먹으며 마음고생을 덜 수 있었다. 카페 준비 과정이 힘들었지만 얻은 것도 있다. 고은 씨와 용인 씨, 두 사람은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단단해졌다.

‘드레’에 담긴 뜻
고은 씨에 따르면 ‘드레’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들에 있고 싶다, 자연 속에 살고 싶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발음이 비슷한 ‘두레’의 의미도 담고 있다. 두레, 고은 씨는 주민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장차 드레를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드레에서 지역 산물을 이용해 무언가를 함께 만들 수도 있고 드레를 지역 생산품 판매 공간으로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웹디자인 경력을 활용해 농민들의 브랜딩을 도울 생각이다. ‘두레’의 정신은 이미 고은 씨가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다. 고은 씨는 빵을 만들 때 지역에서 난 감자를 사용한다.
고은 씨는 빵을 굽고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 등으로 인해 서울에서 일할 때보다 일의 양이 확연히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가게 문은 화요일과 수요일, 1주일에 두 번 닫지만, 이틀 중 하루는 재료 준비 등으로 일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하는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점은 고은 씨가 느끼는 큰 장점이다.
차분하고 편안해 보이는 고은 씨는 현재의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삶에 걱정이 없을 수는 없지만, 하루하루를 온전히 사는 느낌이 들어요. 손님을 맞기 위해 빵을 굽고 개와 해변을 산책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예전에는 수동적으로 직장 생활만 하는 게 다였는데 여기에서는 자려고 누웠을 때 찝찝하지 않고 개운한 느낌이 들어요. 온전히 ‘나’로서 사는 느낌이 들죠.”
공현진 바닷가에서 작은 정원을 가진 카페를 운영하는 길고은 씨. 그는 이미 ‘드레’가 뜻하는 바를 삶 속에서 조금씩 구현해나가고 있는 듯 보인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공현진 해변에서 ‘드레’를 운영하는 길고은 씨.
드레의 실내.
죽왕면 공현진 ‘드레’.
드레의 작은 정원과 회랑.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좋아요 0 싫어요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한지로 만든 작품, 1천년 이상 가요” (2020-06-29 13:35:00)
양양출신 김기호, 도교육청 행정국장 (2020-06-29 13:20:00)
영랑교 인근 관광테마시설 조성 ...
강원북부교도소 수용자 등급 완...
“간이지급명세서 7월말까지 제...
양양남대천 ‘어화원’ 조성사업...
낙산지구 13일부터 건축행위 가...
소상공인 시설현대화사업 추가 ...
1
속초 중앙동재개발사업 탄력 받나
속초시 중앙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정비계획 변경 지정을 위한 ...
2
도시인들 ‘소똥령마을’ 1주 살기 체험
3
속초시 일몰제로 도시계획시설 38개소 43만...
4
임업후계자 고성군협의회 창립
5
불편함 감수하면서도 ‘교복 착용 지지(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