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최초의 신학문 학교인 현산학교의 개교는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어 많은 격려가 쇄도했다.
峴校寄付 현산학교 기부
양양 현산학교에서 경향 유지인사의 재력 보조에 힘입어 학교 건물을 새롭게 수선하고 원근에서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기로 이미 보도하였는데, 양양군 인사와 학도들을 칭찬 독려했더니 현산학교에 편지가 왔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교관 상인씨는 자기가 번역해 출판한 세계사(萬國史) 한 책을 기부하고 성진항 선교사 보조 홍순국씨는 신(新) 화폐 1환을 글과 함께 써 보내 학교를 격려했다. 두 사람의 성의는 비할 바 없이 감사하거니와 배우는 사람들에게 큰 격려가 됨은 실로 그 공이 적지 않다.
<황성신문 1906년 12월 13일(大韓光武十年十二月十三日木曜)>
1906년 9월 9일 현산학교의 첫 가을 운동회가 양양 낙산사 아래 바닷가에서 많은 관람객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양양현산학교 가을운동회 襄陽峴校秋動
양양 현산학교에서 9월 9일 중양절에 추계 운동회를 거행하였다. 낙산사 아래 바닷가 평평한 지상 위에 일대 운동장을 만들었다. 울타리를 두르고 소나무 가지로 녹문(綠門)을 만들어 교장 남궁억, 교사 정우용씨 등이 근 2백 명 학도를 인솔하여 각양각색의 경주와 놀이를 거행하니, 이같이 활발한 신기상(新氣像)은 영동 사람들은 처음 보고 듣는 일이라 모든 절차가 생소하고 어렵기는 하지만 학도들의 재주가 펼쳐지는 게 그 총민한 재질에 감탄할 만하다. 매 경기마다 우등생을 시상하는데, 한쪽에서는 음악을 연주하여 사람의 마음이 활짝 펴지게 하고 또 한쪽에서는 학교 사무원 5,6백명의 구경꾼이 일제히 박수갈채하니 양양군에서는 수백년 내 처음으로 성황이다. 해가 저물어 모든 경기를 마치고 폐회를 하고 귀가하였다. <황성신문 1906년 11월 21일자>
다음해 봄에도 춘기 운동회가 낙산사 아래 바닷가에서 열렸다. 황성신문 1907년 5월 14일자 신문에 운동회 소식이 상세하게 실렸다. 춘기 운동회는 간성에 있는 광명학교(廣明學校)와 함께 연합 운동회를 개최했는데 현산학교 학생은 2백명, 광명학교 학생은 20명이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점심과 저녁 식사까지 먹으며 체조와 경주, 운동경기와 놀이를 진행했으며 애국가 제창으로 폐막했다. 특히 내빈 중에는 외국인(일본인?)이 다수 있었는데, 체조교사와 양양경찰서보조원, 우편소장과 통역, 간성의 교사 1인이라고 지목했다. 당시 신학문 학교의 운동회는 큰 볼거리로 원근 부락사람들과 인근 군에서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현산학교는 1907년 1월부터 황성신문이 주도한 일본 유학생 돕기 의연금 모금에도 동참했다. 천도교주 손병희와 일진회장 이용구 두 사람이 세운 일진회에서 전국에 공모하여 50여명을 선발해 일본으로 유학을 보냈으나 1906년 7월부터 생활비와 학비가 끊겨 이중 20여명은 학업을 중단하고 귀국했다. 남은 30명 중 21명이 1906년 12월 30일 손가락 한마디씩을 잘라 피로써 쓴 진정서를 유학 감독부에 보냈다. 유학생들은 어떠한 역경이 닥쳐 죽더라도 졸업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일진회장에게 밀린 학비를 빨리 보내라고 촉구했다. 1907년 8월 현산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황성신문이 펼치는 재일본 단지(斷指) 유학생 의연금 모금에 참가했다. 황성신문에는 양양 현산학교 교장 남궁억과 교사 정우용, 사무원 6명, 학생 137명이 많게는 5환에서부터 작게는 10전까지 총 71환30전을 모금해 신문사에 기탁했다며 명단과 취지문을 함께 게시했다.
현산학교는 개교 1년이 지난 1907년 12월 8일(음력 11월 4일) 양양읍에 진입한 의병들에 의해 불탔으나, 1908년 10월 3일(음력?)에 다시 문을 열었다. 대한매일신보와 황성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신임 최종락 양양군수와 군 주사, 지역내 유지들이 협의하여 학교를 다시 확장하고 경신학교 졸업생 신상민씨를 교사로 초빙하여 복교했다. 이때 사범속성과와 보통과, 유치과 3반을 나누어 3백여 명의 학생을 가르쳤으며, 양양군 3개면에 개량서당을 설치하고 현산학교 속성과 졸업생들을 채용하여 신학문 교과서로 가르치기로 했다. 현산학교는 양양군내 신학문 보급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되었다.
1909년 3월 현산학교는 교사를 해고한 후 최종락 군수와 통역주사가 각 학과를 분담하여 공무 중에 시간을 내어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학생 1백여명이 모두 삭발하고 검은색 복장을 착용하였다. 군수가 직접 나서서 학생들을 가르칠 만큼 현산학교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각 면에 설치된 서당과 노동야학에 현산학교에서 파견수업을 진행했는데, 양양군에는 노동야학교가 70여 곳에 이르렀다. 1910년 5월 3일에는 현산학교 제2회 졸업과 진급식이 거행되어 고등보통과 졸업생 30명, 진급생 20명, 각 면의 15개 서당 우등 포상자가 64명에 이르렀다.
개교 초기 때 현산학교 출신 중에는 이후 1920년대 이후 양양에서 면장을 한 조학원, 이종한, 박세환이 있으며, 일제가 배일사상의 인물로 주목한 고성출신 장봉환도 있다.
1906년 사립학교로 개교해 영북지역 최초로 신학문을 전파한 현산학교는 일제의 침략이 완성된 1911년 9월 양양공립보통학교로 인계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엄경선 설악닷컴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불에 탔던 현산학교가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을 전하는 1908년 11월 22일자 대한매일신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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