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쌀 팔던 옛 옥토상회 개조
‘골목길 펌퍼들 벽화그리기’ 진행
동네 모습 기록 중…책 발간 예정
산불복구 자원봉사자들에 숙소 지원
지난 14일 속초시 동명동 소호거리(시외버스터미널 뒤)에 위치한 ‘고구마쌀롱’에서 이승아 대표를 만났다. ‘고구마쌀롱’은 옛 옥토상회의 ‘고구마 쌀집’ 간판을 그대로 사용한 여행자센터다.
옥토상회는 실제로 고구마와 쌀, 생필품을 팔던 곳으로 국수를 끓여먹고 탁주를 마시며 마을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이제 문을 닫은 ‘고구마 쌀집’이 지난 2019년 다시 한 번 여행자들과 속초시민의 사랑방이 되기 위해 ‘고구마쌀롱’으로 새롭게 오픈했다.
2015년 게스트하우스 열고 정착
이승아 대표는 서울 출신의 청년 이주민이다. 2015년 ‘Soho259’ 게스트하우스 1호점을 오픈하면서 속초에 정착했다. 친오빠인 이상혁 대표와 함께 속초로 내려와 Soho259 게스트하우스 1호점과 2호점을 운영하고 있다. ‘고구마 쌀롱’은 게스트 하우스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고구마 쌀집’ 간판과 아담한 외관이 마음에 들어 눈여겨보다가 그대로 살려야겠다고 마음먹고 강원창조경제 혁신센터의 공간재생사업에 지원해 만들게 되었다. 사업선정 후 환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정할 수 있는 부분들만 인테리어를 했다.
“기존의 것을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 항상 있어요.”
속초와 어떠한 연결지점도 없던 이상혁, 이승아 대표가 속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호스텔을 시작하기 전, 지역조사를 많이 했는데 블로그 인지도와 관광객 유입, 게스트 하우스 개수 등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점수를 매겼고 속초는 후보지 중 하나였다. 조사를 위해 속초를 다녀가던 중 1호점이 매물로 나왔고 건물이 마음에 들어서 바로 계약하게 되었다. ㄷ자 형태의 건물과 가운데 위치한 마당이 개조하기에 너무 좋을 것 같았다. 그 당시 서울의 익선동이 유행이었는데 오래된 한옥 건물을 개조해서 카페나 음식점들을 만들었다. 지금의 소호거리에서 익선동처럼 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봤다. 여기에 있는 환경을 해치지 않고 관광객들, 젊은 밀레니엄 세대들이 좋아하는 공간으로 꾸며나가고 싶었다.
현재 동명동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올 예정이다. 지금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개발이 이루어지는 모습에 아쉬움을 느끼고 골목길 아카이빙 작업을 계획 중이다. 조금 더 바뀌기 전에 현재의 모습을 기록하고 지금까지 이 동네를 가꾸고 일궈온 이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골목길 활성화 사업으로 ‘골목길 펌퍼들 벽화그리기’ 작업을 두 번째로 진행하고 있다. 밑그림을 그리고 전체적으로 디자인할 전문 디자이너를 섭외하고 ‘고구마 쌀롱’ 인스타그램을 통해 채색을 도와줄 신청자들을 모집했다.
“욕심이 많으시죠?”
무례한 질문에 이승아 대표는 “열정이 많은 거라고 해주세요”라며 싱긋 웃었다. 게스트 하우스 2곳을 운영하며 여행자센터와 그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동네의 모습을 기록할 아카이빙 작업을 추진 중이며 개인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많이 도전하고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커서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어요.”
이승아 대표의 모험심과 추진력을 뒷받침해 지금까지의 활동을 할 수 있게 해준 건 이상혁 대표의 역할이 컸다.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뛰어난 이상혁 대표와 도전, 모험심, 추진력이 강한 이승아 대표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다양한 활동을 치밀하게 완성해가고 있다.
속초 살아보기 프로그램 계획
“서로의 이야기가 오고가고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면 새로운 프로그램이 형성되고 또 다른 협업이 나올 수 있고, 그런 걸 바라고 있어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스스로를 ‘컬쳐디렉터’라고 칭하는 이들은 자신의 공간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로컬 라이브러리’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많은 책들이 ‘고구마 쌀롱’에 채워질 예정이다. 속초시민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드나들며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곳. 여행자들이 재밌게 즐기다 갈 수 있도록 정보와 체험프로그램으로 도움을 주는 곳. 다양한 사람들이 작은 공간 안에서 모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이들의 사랑방은 ‘고구마 쌀롱’에서 ‘Soho259’까지 확장되고 있다. 2019년 속초산불 때 많은 봉사자들이 속초에 내려왔는데 숙소를 못 구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들에게 숙소를 지원해 주었다. 속초시자원봉사센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에게 신청을 받아 100명 이상 숙소를 지원해 줬다.
“그때 관광객들이 없었고 한 달 반 동안 영업이 안됐어요. 하루하루를 보지 말고 좀 더 멀리 보자. 복구가 빨리 돼야 관광객들도 오는데 이 틈을 타서 한 명이라도 더 받으면 무슨 소용이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들의 선한 마음이 전해져 좋은 마음들이 이어져 갔다. 게스트하우스에 손님으로 왔던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보고 자원봉사를 하러 오기도 하고, 숙박지원을 받았던 봉사자들이 사람들과 나누라며 간식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 일로 이상혁 대표는 속초시장 표창장을 받았다.
게스트하우스 1호점은 ‘강원작가의 방’이라는 강원문화재단 사업에 선정되어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거주하고 있다. 1호점 전체를 개인룸으로 변경해 작가나 이주를 꿈꾸는 청년들이 속초에서 살아보는 체류형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이주하는 청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고구마 쌀롱’은 속초 여행과 이주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한 도움을 주고 있다. 남매 단 둘이 외부에서 왔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에서 다양한 고민을 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열정 가득한 이승아 대표의 일상은 유튜브 ‘숭렌드(Soong Friend)’에서, 고구마 쌀롱의 다양한 소식과 정보는 인스타그램 ‘고구마쌀롱(goguma_ssalon)’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손미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여행자들과 속초시민의 사랑방인 고구마쌀롱의 이승아 대표.
이승아(왼쪽) 대표와 친오빠 이상혁씨가 고구마쌀롱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승아 대표가 고구마쌀롱과 ‘Soho259’ 게스트하우스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속초시 동명동 소호거리에 위치한 ‘고구마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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