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사 입어도 10년 된 듯한 옷, 10년을 입어도 1년 된 듯한 옷.’ 삼십여 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남성 신사복을 판매하는 모 의류 회사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내건 광고 문구였다. 처음 입어도 오래 입어온 것처럼 편한 느낌과 함께 오래 입어도 언제나 새 옷 같다는 느낌을 짧은 광고 문구에 함축적으로 표현한 대단한 광고카피라고 생각했었다. 대중적인 반응도 폭발적이어서 이 광고를 패러디한 유머들이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었다.
필자의 졸필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실리고 있는 <설악신문>이 이제 창간 3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열악한 재정과 언론 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지역의 소식지로서, 이쪽 저쪽에 휘둘리지 않는 지역의 정론지로서의 소명과 역할을 다해 오고 있는 <설악신문>의 창간 30주년을 마음 깊이 축하드린다. 위 의류 광고를 살짝 패러디 하자면 ‘설악신문은… 처음 신문을 보아도 30년을 봐왔던 것처럼 익숙하고 믿음이 가는 신문, 30년을 봐왔어도 처음 창간호를 보는 듯한 신선함이 묻어있는 신문’이라고 한다면 좀 과한 헌사일까?
작금의 언론 환경은 <설악신문>이 처음 창간했을 당시보다 훨씬 역동적으로 변화되었다. 조간, 석간으로 나뉘어 매일 배달되던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이들의 수는 현격하게 감소되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주도하던 중앙 일간지들의 영향력은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축소되었다. 대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소비되는 다양한 뉴미디어들이 구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게다가 이름마저 생소한 인터넷 신문사들이 각 분야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특종을 낚는 경우마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기존 언론사들의 일방통행적인 뉴스 생산을 통한 의제설정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설악신문>이 일간지가 아닌 주간지로서 뉴스 생산의 신속성 부족과 뉴스 생산의 물리적 공간이 지역에 머물 수밖에 없는 태생적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30년간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이슈를 재조명하고 중앙지나 일간지에서는 다룰 수 없는 지역의 숨겨지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나 사안에 대한 재조명과 그에 따른 심층 분석 기획기사들은 <설악신문>이 지방지, 주간지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다양한 경력과 이력을 지닌 이들의 시의적절한 기고문들은 <설악신문>이 지역의 소통창구로서의 역할을 다해 나가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꾸준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일이건 계속해야 할 이유보다는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훨씬 더 다양하고 많다. 나이 30세를 이립(而立)이라고 했던가. 뜻을 세우는 나이가 된 <설악신문>이 앞으로도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처음 창간했을 당시의 그 소신과 뜻을 굽히지 않고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여러 어려움들을 꿋꿋하게 이겨내면서 우리 지역의 소식지, 정론지로서의 역할과 소임을 다해온 <설악신문>의 창간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함께해온 100년, 함께할 100년’이라는 모 엘리베이터 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설악신문>이 지나온 30년처럼 앞으로의 30년도 우리 지역민들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입이 되어주면서 처음 창간했을 당시의 초심이 흔들리지 않고 이어져 나가길 기원한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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