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처럼 오징어가 조업 초기에 속초 연안에서 이처럼 많이 잡히는 것은 처음이네요.”
지난 9일 오전 4시50분 동명항 난전상가들이 위치한 위판장에서 만난 한 어민은 요즘의 조업상황에 만족한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전날 오후에 속초 연안으로 나가 밤샘 조업을 마치고 막 동명항 위판장에 도착한 이 모(48) 씨는 지친 기색 없이 위판 준비에 분주했다.
이 씨는 “올해는 작년보다 오징어가 많이 잡혀 좋다”며 “선원 생활 중 조업 초기에 올해처럼 고기가 많이 나는 것은 처음이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가격이 지난해의 반도 안 되고 코로나19로 소비도 줄어 아쉽다”며 “얼른 가격이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물량장에는 밤샘 조업을 마치고 귀항한 채낚기어선 5척이 정박해 위판을 준비 중이었고, 항내에도 어선 5척이 위판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새벽 5시, 첫 위판을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리자 물량장은 경매에 참여하는 난전상인들과 어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첫 경매가 진행된 어선의 위판가격은 급(20마리)당 2만1,7000원이었다. 두 번째 어선은 이보다 조금 낮은 2만원에 판매됐다.
경매가 끝나자 선원들은 싱싱한 오징어를 대야에 담아 활어 운반 차량과 손수레에 옮기느라 분주했다.
이날은 11척의 어선이 모두 1,022급(급당 20마리)의 오징어를 잡아 1만7,000원~2만1,700원에 위판했다. 전날인 지난 8일에는 이보다 두 배 많은 2,039급의 오징어가 위판됐다. 위판가격은 1만7,400원~2만4,000원에 형성됐다.
속초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하순부터 속초 연안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면서 조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속초지역의 오징어 조업은 지난달 1일 금어기가 풀리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초순에는 어황이 부진하다 중순 이후 조금씩 잡히기 시작해 하순에는 하루 평균 500~700급 정도가 위판됐다. 속초 연안에서의 오징어 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27일 이후부터는 하루 1,000여급 정도가 위판되고 있다.
위판 물량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중순까지 3만2,000원~4만3,000원 하던 위판가격(급당)도 최근에는 1만7,000원~2만원대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 2018년 이맘때에는 오징어 조업 부진으로 위판 가격이 급당 10만~11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채낚기에 이어 자망 어선 3~4척이 그물을 이용해 오징어 조업에 참여하면서 어획량이 크게 늘어나 지난달 하순까지 2만원에 3마리 하던 소비자가격이 지금은 만원에 7마리로 내려갔다.
이모(47) 씨는 “예년에는 이맘 때 오징어가 비싸 제대로 먹어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만원이면 7마리를 살 수 있어 오징어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속초수협 관계자는 “수온 상승으로 오징어 어군이 북상하면서 최근 동해안에 오징어가 많이 잡히고 있는 것 같다”며 “오징어가 속초 연안에서 자취를 감추기 사작하는 다음달 하순까지는 이 같은 어황이 유지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수협은 올들어 지난 9일까지 25톤(활어)의 오징어를 위판해 19억6,000여만원의 위판고를 올렸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최근 속초연안의 오징어조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일 새벽 어민들이 갓 잡은 오징어를 대야에 담아 손수레로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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