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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우렁골 마을이 사라지는 걸 보고…
사라지는 마을에 대한 기억작업이 없다 / 아파트 짓기 위해 마을 집들 철거 / 소소한 마을 내력이 바로 지역 역사 / 어떤 방식이든 마을기억 남겨놓아야
등록날짜 [ 2020년06월15일 10시55분 ]
2020년 6월 10일. 속초의 마을 한 곳이 흔적이 없이 사라진 걸 목격했다. 중앙동과 경계를 이룬 동명동 일대에 자리잡은 우렁골 마을이 대부분 사라졌다. 수복로에 인접한 몇 집을 빼고 마을 집들이 거의 다 철거되고, 포크레인 세 대가 남은 옹벽을 허물며 가파른 언덕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항공사진으로 보니 족히 50여 채 이상의 집들이 헐렸다. 조만간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나서서 29층 5백60여 세대의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어디로 갔을까? 수십 년 터를 잡고 살던 마을이 사라지는 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처음 이 마을에 터 잡고 살던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참 여러 생각이 든다.
이 일대 다른 마을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수복기념탑 북쪽 마을도 사라져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고, 탑 서쪽 마을도 곧 사라질 운명이다. 우렁골 마을 남쪽 가파른 언덕 위 사이렌 동네도 재개발이 이뤄지면 사라질 곳이다.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기존 주민이 아니라 새로운 주민들이 들어와 살 것이다. 기존 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고 말 것이다.
마을이 사라지는 건 한 사람의 죽음보다도 못하다. 사람이 생을 다하면 후손들은 정중한 장례식을 치르고 망자의 생몰을 기억해 해마다 기억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수십 가구가 살던 한 동네가 사라져도 마땅한 이별의식은 없고, 기억의 시간이나 장소는 아예 남겨두지 않는다.
우렁골도 그저 향토사 문헌에 시외터미널 인근 장안골과 중앙시장 용수골 사이에 있었던 골짜기 이름으로만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우렁골이란 지명 대신 건설사 이름을 딴 아파트 이름이 동네 이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렁골이라는 지명은 아파트단지 경계에 남아있는 도로명인 우렁골길, 우렁골 4길, 우렁골 6길에만 흔적이 남을 것이다.
2020년을 즈음한 속초에서는 수십 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되던 동네가 몇 개월 사이에 사라지는 일이 아주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돌아보면 우리는 여러 마을을 잃어버렸다. 청호동 신수로 개설로 실향민 마을 일부가 사라졌고, 조양동 일대 택지 개발로 논산리, 온정리 마을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속초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의 한 곳인 부월리도 위태롭다. 이제는 시내 구 주거지나 마을도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사라진 마을을 기억하는 표지석도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지금 급격한 변화를 거부한다고 해도 개발의 흐름 자체를 아예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라진 마을들이 바로 속초 역사의 한 장을 이뤄왔다는 사실 자체만은 부정할 수 없다. 예전에 마을은 사람들이 만들었다. 우렁골만 해도 가파른 언덕에 석축을 쌓아 집을 짓고, 이웃과 더불어 힘들게 길을 만들고 마을을 만들었을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어떻게 정착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소소한 마을의 내력이 바로 속초의 역사인 것이다. 마을 하나가 사라지면 그 공간에 살던 주민들 집단 기억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마을은 사라졌어도 그 마을 공동체의 역사와 주민의 삶을 기억으로 남기는 이유가 마을의 역사가 곧 지역의 역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역 스토리텔링이든 문화도시사업이든 마을의 집단 기억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요즘 전국적으로 마을 공동체를 기억하는 아카이빙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속초에서는 사라지는 마을에 대한 기억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 적이 없다. 기억 작업은 단순히 기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보다 포괄적이고 적극적인 작업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라지는 마을에 대한 기억을 남겨놓아야 할 텐데.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속초 우렁골 마을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마을 집들이 거의 다 철거됐다. 포크레인이 지난 10일 가파른 언덕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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