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성들이 모여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렇게 연등을 밝힙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 노을 지는 천년고찰 낙산사 원통보전에서는 불기 2564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 봉행 후 불자들이 모여 ‘코로나19 국난극복과 국민건강을 기원하기’ 위한 작은 희망의 연등을 들었다.
주지 금곡 정념스님과 법인 스님 등 대덕스님들과 최소한의 불자들이 참여한 부처님 오신 날 경내 제등행렬은 천년고찰 낙산사가 코로나19 위기를 국민과 함께 극복해 나가는 원력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정부의 생활방역 지침에 발맞춰 이뤄진 이날 제등행렬은 지난 2005년 양양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후 금곡 정념스님의 열정과 국민사랑 정신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은 원통보전에서 출발해 의미를 더했다. 낙산사 불자마을 주민들과 신도들이 손에 든 작은 연등은 날이 저물며 더 환하게 빛을 발하면서 보타전과 해수관음상, 의상대 등 꿈이 이루어지는 낙산사 길을 따라 코로나19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부대중에게 희망을 전했다.
이처럼 지역은 물론 국가가 어려운 위기에 처할 때면 언제나 국민과 함께 하며 희망의 등신불로 자리매김한 천년고찰 낙산사는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방문객이 홍례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감나무와 이팝나무 등 건강한 숲이 먼저 맞는다. 이어 방문객들은 낙산사의 전체 탐방 코스를 지도로 만든 이정표에 잠시 멈춰, 자신에게 맞는 코스를 선택해 이내 발걸음을 옮긴다. 화마에 휩싸인 후 다시 복원된 원통보전은 탑에 동전을 던져 붙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믿음이 알려져 이곳을 찾는 이들 대부분 부처님을 알현한 후 탑에 동전을 던지면서 즐거움도 함께 쌓아간다. 이어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꿈이 이루어지는 길은 낙산사의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핵심코스로 서로를 보듬는 정겨움이 묻어난다. 해수관음상을 보고 동해바다의 웅장한 기운을 받은 후 오솔길 같은 내리막길을 따라 가면, 이내 코로나19로 쌓였던 스트레스는 온데간데없고 마음은 가벼워진다.
세상만사 무거운 짊 나눠져
천년고찰 낙산사를 아는 이라면 시대와 세대 구분 없이 누구나 가본 곳, 의상대와 관음신앙의 발상지인 홍련암을 마주하면, 코로나19로 인해 불안한 마음이 어느 새 평안해지고 삶의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한다. 홍련암 종무소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절편 한 조각은 꿀맛으로 포만감까지 얹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이곳을 본 후 다시 대웅전인 보타전으로 오르는 길에는 2005년 산불 당시의 참화를 되새기기 위한 산불체험관이 자리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연못을 따라 보타전에 다다르면 낙산사를 마주하게 된다. 보타전에는 2년 전 열반에 든 설악산 조실 설악무산 큰스님과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자리해 사부대중의 번뇌와 고민 등 세상만사의 무거운 짐을 함께 지고자 하는 것 같은 미소로 모두를 반긴다.
이렇게 경내 한 바퀴를 돌아본 후 종무소에 다다르면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운영을 중단한 다실이 삶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아름다운 향기를 전한다.
이처럼 천년고찰 낙산사를 국민사찰로 탈바꿈시키며 국민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하게 한 주지 금곡 정념스님은 지난달 30일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양관내 불우이웃들과 어르신들을 위해 2천만원의 성금과 마스크 1만개를 김진하 양양군수에게 전달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로했다. 또 불교대중화를 위해 공헌해온 이철수·양운석·홍봉기·이동근·반숙덕 씨 등 5명의 신도들에게 원행 총무원장 스님의 표창을 대신 수여하고 격려했다.
낙산사를 국민사찰로, 흥천사를 서민사찰로 승화시켜 사부대중인 국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는 금곡 정념스님은 “코로나19로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와 지역사회마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사부대중 모두가 부처님과 함께 동행하는 동반자가 되어 위기를 이겨 나가자”며 “향기롭고 좋은 작은 마음들이 모여 평화와 희망을 전하면 코로나19는 반드시 종식될 수 있다는 희망을 위해 부처님 전에 향을 피우면서 신명을 다하겠다”고 기원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낙산사 경내에서 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맞춤형 제등행렬이 이어져 희망의 연등을 밝혔다.
금곡 정념스님이 김진하 양양군수에게 어려운 이웃들과 어르신들에게 전해 달라며 성금 2천만원과 마스크 1만개를 기탁했다.
이양수 국회의원과 김진하 군수가 낙산사 합창단원들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천년고찰 낙산사를 찾은 방문객들이 입구에 설치한 이정표를 보면서 탐방코스를 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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