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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30년, 다시 보는 그 시절<9> /설악권 시·군 통합 3차례 추진 무산…지역 갈등 더 부추겨
속초 찬성 - 고성·양양 반대 / 반대 궐기대회에 군의원 사퇴까지
등록날짜 [ 2020년06월01일 15시03분 ]

지난 30년 동안 속초·고성·양양 시군통합이 세 차례 추진되었으나 모두 무산되었다. 당초 행정구역 통합으로 행정효율을 높이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취지와는 달리 지역별 찬반이 현격히 엇갈렸으며, 통합추진 자체가 오히려 지역 갈등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첫 시군통합 추진은 지난 1994년 1월에 시작됐다. 1994년 1월 31일자 <설악신문> 1면 머리기사에서는 “행정구역 통합 관심”이라는 제목으로 “인구 10만 미만 시와 인접 군과의 행정구역 통합 문제가 비상한 관심 속에 검토되는 가운데, 속초시와 인접 양양군, 고성군 주민들 사이에서 논의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먼저 고성군의회에서 행정통합 반대 의견이 나왔다. 1994년 2월 21일자 <설악신문> 1면에서는 “고성군의회에서 지난 2월 15일 의원정기간담회를 갖고 고성군은 통합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보도했다. 의원들은 “고성군이 속초시와 통합되면 예산이 도시로 집중돼 농촌지역이 소외되고, 묘지나 쓰레기매립장 혐오시설이 농촌지역으로 몰리게 돼 지역균형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내다봤다.
양양군의회도 행정통합 반대를 결의했다. 1994년 3월 7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양양군의회가 지난 2월 28일 임시회를 열고 행정구역 반대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의원들은 결의문을 통해 “역사와 전통의 맥을 후세에 남기고, 지방자치행정의 자율성을 보장받기 위해 인근 시군과의 통합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속초 95.7% 찬성…양양 84.1% 반대
이후 정부는 고성군은 제외하고 속초시와 양양군을 시군통합 권유대상지역으로 확정했다. 이에 양양군의회와 양양군 사회단체는 강력히 반대했다. 양양에서는 3월 21일 전국 최초로 행정구역개편 반대추진위를 결성해 3월 31일 군민궐기대회를 개최했다.
1994년 4월 4일자 <설악신문>에서는 양양군민 궐기대회 소식을 보도했다. 5천여 주민이 참석한 궐기대회에서는 “양양군이 속초시와 통합하면 망한다. 양양군민이 속초시민의 시녀나 종노릇을 감수하라는 발상이다”라는 규탄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같은 호 <설악신문>에는 통합을 찬성하는 속초시의 행보도 함께 보도됐다. 속초시는 시청회의실에서 관내 통장과 공직자 등 7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상철 속초시장이 나서서 시군통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94년 4월 18일자 <설악신문> 1면 머리기사에서는 “양양군의회가 속초시와 양양군 통합이 백지화될 때까지 모든 의정활동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의했다”라고 보도했다.
속초시와 양양군 시군통합은 주민의견 수렴으로 결정짓기로 했다. 양양의 통합 반대 활동이 더욱 거세졌다. 추진위가 전단 1만매를 뿌리며 통합 반대를 호소하고 나섰고, 5월 26일에는 양양군청과 읍내 담벼락에 양양군수를 비난하는 원색적인 낙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양양 사회단체 회원 7명이 삭발 단식농성을 시작해 30여 군민이 동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편 속초지역은 비교적 조용했다. 4월 27일 속초시의회는 “도농통합의 대의를 성취하기 위해 통합 후 시 명칭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냈다.
5월 3일 시군통합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 결과가 나왔다. 속초시 주민의 95.7%가 통합을 찬성했고, 양양군 주민의 84.1%가 통합을 반대했다. 시군 통합에 대해 속초시와 양양군 주민의 의견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1994년 5월 9일자 <설악신문> 1면 머리기사에서는 “속초 양양 홀로서기”라는 제목으로 결과를 보도했다. 속초 주민들은 통합 무산을 아쉬워했다. 반면 양양에서는 체육관에서 군민축제를 열어 통합무산을 자축했다.
 
1995년·2011년 통합 재추진도 무산
두 번째 시군통합 추진은 다음해인 1995년 3월에 진행됐다. 1995년 3월 13일자 <설악신문> 1면 머리기사에는 정부의 속초·양양 통합 재추진에 항의해 양양군의원 6명이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양양군 의원 7명 중 강현면 이상돈의원을 제외한 의원 6명이 모두 사직서를 제출해 임기 3개월을 남기고 의회가 사실상 문을 닫게 됐다.
1995년 3월 15일 양양 남대천 고수부지에서는 5천여명의 주민이 모여 통합반대 궐기대회를 가졌다. 주민들은 “재통합 시도는 문민독재정부의 주민말살정책”이라며 주장했으며, 대회 후 시가행진을 벌였으며, 마지막으로 상여를 태우는 화형식까지 벌였다.
결국 속초·양양 통합 재추진도 무산됐다. 1995년 3월 27일자 <설악신문>에서 통합무산 소식을 보도했다. 3월 21일 주민의견서를 집계한 결과 속초시에서는 통합찬성이 94.1%, 양양군에서는 통합반대가 79.5%였다. 양양군에서는 지난해보다 반대표가 5.5% 감소했을 뿐이었다.
세 번째 시군통합은 16년 후인 2011년 9월 다시 시작되었다. 2011년 9월 7일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시·군·구 통합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근거해 10월 27일 속초지역 사회단체가 설악권 4개 시군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설악권 4개 시군 통합 건의문 서명에 나섰다. 반면 양양에서는 11월 11일 군의회와 사회단체가 나서서 반대투쟁위를 발족하고 반대운동에 나섰다. 11월 21일 속초시통합추진위는 속초주민 2,480명이 서명한 통합건의문을 속초시장에게 전달하고 통합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통합논의는 다시 지역갈등으로 번졌다. 11월 8일 예정된 설악권 주민자치박람회에 통합대상으로 거론된 인제군이 불참했으며, 11월 15일 속초시청에서 예정된 설악권행정협의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11월 24일 양양지역에서는 통합반대투쟁위가 발족식을 갖고 활동에 들어갔으며, 11월 30일 고성지역 60여개 단체가 나서서 통합반대추진위를 구성했다. 고성 통합반대추진위는 “1천3백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기를 희망하는 고성군이 통합되면 속초시의 들러리로 전락하게 되고 혐오시설만 가져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해 12월 20일 4개 시군 통합 관련 단체가 모여 간담회를 가졌지만 찬반의 입장만 확인하고 말았다. 이날 고성·양양·인제 3개군 통합반대 추진위는 “속초 사회단체의 안하무인적인 통합 활동을 규탄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2012년 4월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통합찬반의 불이 붙었다.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인제를 제외한 속초·고성·양양 3개 지역을 통합대상으로 5월 4일 지역을 방문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통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5월 4일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양양군을 시작으로 속초시와 고성군에서 잇달아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그러나 고성군에서는 주민들이 군청 진입을 막아 간담회 자체가 무산됐다. 양양에서도 간담회에 앞서 주민 200여명이 양양군청 앞에서 통합반대 집회를 열었다.
2012년 6월 13일 세 번째 시군통합 추진이 공식적으로 무산되었다. 이날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는 속초·고성·양양지역을 통합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발표했다. 여론조사 결과 찬성률이 50% 미만인 지역은 통합 대상에서 제외됐다.
시군통합이 무산되고 난 2012년 6월 20일,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에 참석한 속초시장과 고성군수, 양양군수가 회의 후 서로 손을 잡고 상생 협력을 다짐하는 포즈를 취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1995년 3월 15일 속초·양양 통합 재추진에 반대하는 양양군민 궐기대회. 1995년 3월 20일자 <설악신문> 보도.
2012년 5월 4일 통합추진 간담회가 열릴 군청 정문을 가로막고 있는 고성군민들. 2012년 5월 7일자 <설악신문> 보도.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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