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양간지풍과 통고지설은 말로서 설명할 수 없다고 하여 일구지난설(一口之難說)이라고 했고 근래에도 시인들은 ‘속초 바람’ ‘미시령 바람’ 등 시구로 양간지풍의 위력을 표현하고 있다. 동해안 산불을 계기로 양간지풍이 자주 회자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푄현상이라고만 설명하고 있고 대부분 사람들은 양양과 간성 어간의 바람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본래 ‘푄(fohn)현상’이란 지중해의 습기가 많은 바람이 알프스 산맥을 넘으면서 수증기가 응결하여 구름이 되고 산세가 높은 산맥과 역전층 사이로 빠져 나가면서 압축이 되고 가파른 경사지를 내려오면서 가속도가 붙어 독일 쪽으로 건조하고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현상을 표현한 말이다.
양간지풍이란 양양군 지역 중에서 한계령 바람의 영향을 받는 양양읍과 서면, 강현면 지역이 해당되고(미시령 바람의 영향을 받는 속초시 일원은 옛날 양양군이었다), 고성군 중에는 미시령 바람의 영향을 받는 토성면 전역과 죽왕면 일부 지역만 해당되고 간성읍 전 지역은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양간지풍이라고 한 것은 일제 초기(1914년) 군, 면 폐합 전에는 간성군 지역이었기 때문에 양양군 일부 지역과 간성군 일부 지역에 부는 바람이라고 해서 양간지풍 이라고 했다.
영동지역과 경북 동해안 지역은 공통적으로 태백산맥을 넘어오는 바람 때문에 푄현상이 나타나는데 유독 양간지풍이 강한 이유는 한반도 지형이 서해안에서부터 양평, 홍천, 인제까지 개활지로 연결되어 있어 서풍이 저항을 받지 않고 태백산맥까지 도달한 후 신선봉, 대청봉 등에 가로 막히자 주풍(走風) 방향인 한계령과 미시령으로 빠져 나오면서 강력한 푄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통천군과 고성군 사이에 봄눈이 많이 내리는 이유는 한 겨울인 1월까지는 시베리아 기단의 강한 고기압 세력이 서해를 거치면서 습기를 흡수한 후 서해안에 눈을 많이 뿌리지만, 2월로 접어들면서 시베리아 고기압은 약해지고 오츠크해 기단의 습한 바람이 함경남북도 해안을 따라 서남진하다가 원산만에 이르러 지형이 강원도 쪽으로 90도 바뀌자 바람의 주풍 방향인 통천군과 고성군 일원을 거쳐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습기가 구름으로 변하여 많은 눈이 오게 된다.
김봉연
전 속초아파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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