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유럽을 잇는 동해선 철도의 유일한 단절 구간인 강릉~제진 구간의 철도사업이 확정되면서 속초 지역사회는 자연스레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가 당초 계획대로 완공돼 속초가 동서와 남북을 어우르는 북방경제의 관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과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가 모두 연결되면 자연히 강원도가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주목을 받게 되고 그 중심에 있는 속초시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의 철도사업이 확정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에도 동해북부선과 동서고속화철도의 중심에 있는 속초의 땅 값이 또다시 뜰썩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이 확정된 지난 2016년 이후 또다시 전국 부동산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동서고속화철도와 동해북부선 연결로 속초가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속초시의 체계적인 전략 수립과 동서고속화철도의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까지 기본·실시설계 완료 계획
강원도가 지난 2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사업과 관련한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지역사회는 안도했다.
30년 지역 숙원사업이었던 동서고속철도가 지난 2016년 6월 국가재정사업으로 확정됐지만, 이번에는 환경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3년 6개월 지지부진하다 나온 협의 결과여서 지역사회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도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에 대한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결과, 화천·양구·인제·백담·속초역 등 5개 역사와 춘천 구간(6.5km) 지하화를 포함한 총사업비(2조2,840억원) 협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도는 협의 내용을 발표하면서 국토교통부와 동서고속철 예비타당성 당시 검토한 노선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시 선정된 노선의 사업계획이 일부 변경되면서 늘어난 사업비를 반영하기 위해 그동안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그 결과 춘천 구간 지하화와 백담역 여객 취급 역사의 추가 반영으로 예타 조사 당시 2조631억원이던 사업비가 2조2,840억원으로 증액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가 지난 2016년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착수 이후 3년 동안 다듬어온 기본계획을 조만간 확정 고시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이어 3월에는 도와 국토부가 동서고속철 사업에 대한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기본계획에는 예타 조사 당시 없었던 백담역이 추가돼 춘천역 개량을 포함, 6개역이 들어서는 걸로 돼 있었다.
도는 당시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설계 및 공사 주체인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긴밀히 협의 중이며, 턴키 구간과 일반 구간을 나눠 사업 추진에 효율을 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미시령터널 구간과 춘천 도심 통과구간은 턴키로 발주하는 방안이 유력해 사업기간 단축과 공사 조기 착수를 기대했다.
국토부는 내년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한 후 오는 2022년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2026년(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현재 속초 구간(8공구)에 대한 사업 추진도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속초 구간에 대한 설계 용역업체 선정작업이 다음 달 초순경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용역업체 입찰에는 현재 4개 업체 정도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용역업체가 선정되면 속초구간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동서고속철 개통에 대비한 지역의 기대효과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를 하고 있다. 동서고속철이 개통되면 수도권과의 교통망 개선, 강원 북부권 관광산업 발전 및 원활한 기업유치 등을 기대하고 있다. 또 동서고속철과 동해북부선 연계로 국토 균형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교통망 개선에 따른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어 철도 교통망 개선으로 인한 다른 지역의 피해사례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설계에 지역 목소리 반영될지
동서고속철 조기 개통과 함께 속초 역세권 개발과 노선 개발에 따른 관광경관 훼손 우려 등에 따른 지역의 목소리가 기본 및 실시설계 등에 얼마나 반영될지도 관심사다.
속초시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강원도의 역세권 개발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종착역인 속초역의 위치로 노학동(동광사 인근)을 염두에 두고 용역조사를 진행한 도는 당시 △시외버스터미널 이전을 통한 항만·차로·자동차를 잇는 복합환승센터 △경관자원 및 관광자원을 활용한 리조트형 중규모 컨벤션센터 △멀티 주거 수요에 대응한 수익형 주거단지 △해안권 3개 시·군이 연계한 연구개발, 생산·수출까지 가능한 수산식품 클러스터 조성 계획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철수 시장은 “우리 지역에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인 소야벌에 개별 및 공동주택을 짓고 컨벤션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용역 결과에 우리 시의 입장은 물론 우리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현재 우리 시 자체로 ‘속초 비전 2035 용역’과 역세권 개발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 실정에 맞는 개발계획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역세권 개발과 관련해 도와 속초시의 의견이 얼마나 절충될지 관심사다.
속초 구간에 과도하게 설치되는 동서고속철 철도교각과 지상 구조물로 인해 설악산 조망권이 훼손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속초 구간(7.9㎞)에는 7~14ｍ 높이의 교량 5곳과 3~8ｍ 높이의 토공노반, 대규모 성토가 예상되는 5~9ｍ 높이의 지상정거장(토공) 등이 계획돼 있다. 이 때문에 철도 노선의 도심 통과에 따른 소음 진동, 도시개발축 단절, 경관 훼손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시와 지역사회는 동서고속철 속초 구간 일부 노선과 역사를 (반)지하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철수 시장은 지난해 8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토부 안대로 하면 속초 구간에 최고 14m 높이의 거대한 철도교각과 지상 구조물 등이 병풍처럼 설악산을 가로막아 도심에서 설악산을 조망할 수 없는 데다 관광경관이 심각하게 훼손된다”고 지적한 바 있어, 시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의 철도사업이 확정되면서 그 중심에 있는 속초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열린 동서고속화철도 조기착공 속초시민 결의대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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