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흔적을 찾기 쉽지 않지만 속초·고성·양양에도 한때 철도가 운영됐었다. 현재 북한에 속한 안변에서 양양까지 운영되던 철도, 즉 동해북부선이 이 지역을 철로로 연결했다. 하지만 동해북부선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속한 역들과 연결이 끊어져 버린 채로 사실상 폐지됐고 1960년대에 서류상으로도 역들이 폐지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현재 간성역, 속초역, 양양역의 흔적은 누가 따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남북 철도 연결 합의 후 28년 흘러
노태우 정부 때인 1992년 2월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를 통해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기로 합의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동해북부선 연결에 대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동해북부선에 대한 논의는 구체성을 갖추게 됐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인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두 달 뒤인 2000년 8월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 간 동해선 철도 연결 동시 착공을 합의했다.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동시 착공식은 그로부터 2년 뒤인 2002년 9월에 개최됐다. 2004년 4월, 군사분계선을 건너는 선로가 복원됐고 2005년 12월, 제진역까지 선로가 복원됐다.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 3월에 제진역사 준공식이 열렸고 5월에 남북 간 열차 시험운행이 있었다. 하지만 동해북부선 건설을 위한 더 이상의 진전이 있기까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필요했다.
2016년 6월, 정부는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동해선 강릉∼제진 연결사업 포함했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판문점선언에서는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고 두 달 뒤에는 남북고위급회담 철도협력분과회담이 개최됐다. 그해 연말에는 북한의 동해선에 대한 현지조사가 이뤄졌다.
2019년 4월, DMZ박물관에서 열린 ‘평화경제 강원비전 전략보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동해북부선 남측 구간의 조속한 연결’을 강조했다. 올해 4월 7일, 강원도와 속초·고성·양양·강릉 등 지자체는 ‘동해북부선 강릉~고성 제진’의 조속한 추진을 위한 예타 면제 공동건의문을 국토교통부와 통일부에 전달했다.
강릉~제진 완공되면 유럽까지 연결
통일부는 지난달 23일 제313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을 남북교류협력사업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강릉~제진 철도건설사업은 사실상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돼 조기 착공의 여건이 마련됐다. 이로부터 나흘 후인 지난달 27일에는 통일부와 국토교통부가 판문점선언 2주년과 동해북부선 사업 추진을 기념하기 위해 고성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내년 말 사업 착공 의지를 드러냈다.
강릉~제진 동해북부선은 110.9km의 연장에 단선 전철 형태로 건설되며 총 사업비는 2조8,530억원으로 추산된다. 강릉~고성 제진 구간은 공사 중인 철로를 제외하고 동해선 철도의 유일한 단절 구간이다. 현재 포항~삼척 구간은 철로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며 강릉~제진 구간만 완공되면 부산에서 유럽까지 철로로 연결된다.
강릉~제진 동해북부선이 개통하고 원주~강릉선,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2027년 개통), 부산~삼척 동해 중·남부선(2022년 개통) 등이 연계되면 환동해 및 강원권 철도망이 구축돼 물류 개선과 산업 활성화, 관광산업 촉진 등의 폭넓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강릉~제진 구간 동해북부선 건설을 계기로 고성군은 앞으로 고성 유엔평화특별도시 건설과 물류중심지 조성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
강원연구원의 2018년 ‘강원도 교통SOC사업 중장기계획 수립’ 연구에 따르면 강릉~제진 구간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개통 후 40년간 △생산유발 효과 4조7,426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9,188억원 △고용유발 효과 3만8,91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강릉~제진 구간 건설사업은 신속한 진행을 위해 설계와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턴키’로 진행된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 말 착공 후 공사기간이 6년 정도 소요되며 2027년 말 개통된다. 동해북부선이 과연 이 과정을 무리 없이 거쳐 평화통일과 지역발전의 매개로서 지역주민의 삶 속에 조만간 다가올 수 있을까? 설악권 주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지난달 27일 고성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이 열렸다.
고성 제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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