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서 과거와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혹은 ‘바뀌어 가고 있다’고 체감하는 환경들 중 대표적인 것이 ‘교사 및 학생의 자율성 확대’와 ‘탈 권위적 분위기’이다. 단지 교사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학생 및 학부모들도 이에 공감하는 부분이 크다.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수평적 구조보다는 수직적 구조의 분위기가 팽배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 많은 구성원들의 의견이다. 교육현장에서 ‘권력과 서열’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의 미래가 밝다는 긍정적 신호이기도 하다. 권력과 서열이 존재하는 교육현장은 자율성보다는 수월성, 과정 보다는 결과, 적성과 진로보다는 학력과 높은 학교급별로의 진학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에 ‘권력거리(Power Distance)’라는 용어가 있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인 모크 멀더(Mauk Mulder)가 부하들을 그들의 상사로부터 격리시키는 감정적 거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며 사용한 명칭이다. 직장에서 부하 직원들이 상사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고, 상사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전제적이지 않거나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미리 부하직원들과 상의하는 조직에서의 권력거리는 ‘작다’라고 표현한다. 반대로 부하 직원들이 상사와 다른 의견을 갖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고, 상사가 의사결정에 있어 전제적인 경우가 많은 환경의 조직은 권력거리가 ‘크다’라고 이야기한다. 한국과 중남미국가 등이 권력거리가 큰 나라에 속하며, 서구 국가들이 대체로 권력거리가 작은 범주에 속한다.
사회심리학자인 거트 홉스테드(Geert Hofstede)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 ‘세계의 문화와 조직(Cultures and Organizations: Software of the Mind, 1995)’에서 어느 한 사회의 문화적 가치를 설명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권력거리로 두고 있다. 권력거리가 큰 사회에서는 아이들은 부모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권력거리가 적은 사회에서는 어린이가 활동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어른과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 가정에서의 부모-자식 역할은 학교에서 교사-학생 역할에서도 이어진다.
권력거리가 큰 사회의 학교에서는 선생님은 존경받는 대상이 되어야하며, 교육과정은 교사 중심적으로 이루어져 학생들이 무엇을 배울지는 교사가 결정한다. 수업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시키는 형태이며, 교사의 말은 거스를 수 없고 비판해서도 안 된다.
교육 민주와 참교육을 기반으로 하는 지금의 교육현장의 변화는 적지 않다. 수업에서의 학생들의 창의와 자율을 이끌어 내는 토론식 수업이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고, 교사들이 다양한 연구와 토론을 통해 효율적인 교육과정을 수립하며, 자유학기제 및 진로 교육의 확대를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의 적성과 끼를 찾아 꿈과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학교운영위원회나 학부모위원회 등을 통해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은 학교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어 다양한 의견 제시를 통해 학교가 민주적·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사회 구성원들이 관심과 열정, 그리고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교육환경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한 노력과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한 예로 아이들의 적성과 진로 발견을 도와 꿈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 4월 개원한 강원진로교육원이 최근 ‘진로봉사단’을 발족시켰다. 평소 진로지도에 관심 있는 30명의 학부모, 퇴직교사, 전문가들로 구성된 진로봉사단은 진로교육원을 찾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로체험실 안내 및 인솔 등의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 진로봉사단은 ‘마을공동체 교육’의 모범 사례들 중 하나이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고 참교육을 튼실하게 하려면 먼저 학교와 같은 일선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관리자들과 교사들이 자신들의 권력거리가 너무 크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짚어 보아야한다. 우리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미래의 사회는 권력거리의 크고 작음이 없는,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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