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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자화상(自畵像)
등록날짜 [ 2020년05월18일 12시01분 ]
이쯤 되면 블랙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일상이 불확실성과 미궁으로 빠져버린 2020년 봄은 블랙홀이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을 초래한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한 작금의 사태는 각국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명 안팎에서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일상으로의 복귀가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때였는데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소수의 인원들로 인해 다시 신규감염자 수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상태여서 모든 이들의 멘탈이 붕괴되기에 이른 것 같다. 이제는 괜찮겠지, 나 하나 쯤 괜찮겠지 했던 안일함이 다시 코로나 사태를 미궁으로 몰아넣게 된 것이다.
해마다 오월은 우리 지역 특유의 황사와 더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산불을 일으켰던 양간지풍으로 불리는 강풍에서 벗어나, 계절의 여왕이라는 봄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유일한 달이었다. 하지만 올해 오월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아름답던 봄 풍경뿐만 아니라 그 어떤 기념일들과 정치, 사회적 이슈들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는 세계 각국과 더불어 우리의 민낯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러워하고 동경해 마지않던 미국, 일본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그들에게 표준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처 방식이 오히려 자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도 한다.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의료진들의 눈부신 헌신과 활약을 경험하게 되었고, 각계 각 분야의 여러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물을 보고 느끼게도 되었다. 더불어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서도 어떠한 사안에 대한 결과물들이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우리가 이전에 경험했던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의 대처방식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체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리더의 의사결정 방식을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가 민주화 이전 군부독재하에 있었을 때, 모든 국가적 의사결정은 지금보다 오히려 빠르고 신속했었을 수도 있었다. 리더의 한마디는 토론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실행되었고, 단기적으론 효율적인 것 같아 보이던 그것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국가와 사회에 독이 되었음을 우리는 경험했었다.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나라의 리더가 보여주는 소통 방식이 현 시점에서 곧 그 나라의 국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필자도 이런 저런 단체나 모임에 소속되어 있다. 하지만 소속되어 있는 여러 단체나 모임들 속에서도 운영되는 방식은 전부 제각각이다. 욕하면서 닮아간다고 독재타도를 외치면서도 의사결정 방식이 독재로 흐르던 젊은 날의 어떤 모임과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한 모임도 있고, 때론 더디고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모임도 있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독단적이지 않고 구성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동반하는 모임이 좀 더 활성화되고 건전한 방향으로 잘 운영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아직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 채 온라인 수업을 이어오던 아들이 어느 날 퇴근 후 지친 몸을 누이려는 내게 시 한편을 암송한다. 필자가 청소년시절 좋아했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여러 시들 중 ‘자화상’이라는 시였다. 일제 강점기하에서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고뇌와 자아성찰을 이토록 진솔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시를 우리가 접할 수 있음이 감사하게 느껴지는 시다. 시에서 나오는 우물에 비춰진 우리의 모습이 나르시즘이 아니라 자아성찰로 이어지기를, 아마도 역사에 기록될 2020년 봄, 지금까지 잘 견뎌왔고 잘 지탱해 오고 있지만 그 역사에 기록될 우리의 자화상은 타인을 배려하고 토론하고 협의하면서 공동선을 향해가는 아름다운 모습이기를….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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