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에 자동차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상 경제, 사회 활동이 점점 활발해짐에 따라서 통행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많은 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와 사회가 정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주행만 하는 게 아니고 주정차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눈여겨 봐야한다. 하루에 주행하는 평균시간은 영업용 차량을 제외하고는 기껏해야 1~2시간에 불과하다. 하루 중 대부분 주차장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주행할 수 있는 도로는 충분한데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주차할 공간이 아닌 장소에 불법 주차를 할 것이다. 보도 위 또는 도로 위에 주차를 하게 되어 다른 주행 차량과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게 된다. 지금 주변의 도로에 나가보면 도로상 불법 주차공간에 주차되어 있는 수많은 차량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보행자와 차량이 빈번한 지하철역 주변의 이면도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자. 도로의 양쪽단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교통 정체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심한 경우 왕복 이차선도로가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일차선도로로 변신하여 한쪽의 자동차가 지나가고 다른 쪽의 차량이 지나가는 불안정적인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게다가 예측하지 못한 이면도로에서의 교통 혼잡은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양방향으로 오가는 차량, 건물로 진·출입하는 차량, 노점상 그리고 보행자가 불법주차 차량들과 얽히고설켜서 복잡하게 혼재된 상황은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간 교통사고는 그리 큰 사상자를 만들어 내지 않지만, 자동차와 보행자 간 충돌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교통약자(장애인, 어린이, 여성, 노인 등)는 반응과 운동신경이 크게 떨어져서 그러한 교통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제법 많은 현실이다. 나를 포함하여 지역에 사는 모든 이웃들이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발생되는 황당한 교통사고에 매순간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불법 주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주차 공간의 부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역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여전히 주차공급은 주차 수요에 비해서 충분하지 못한 편이다. 주차장이 충분하지 않으니 불법 주차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주차 공간의 부족은 시민들에게 불법주차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차장이 없는데 어디에 주차하란 말이냐?”하고 말이다.
두 번째, 불법 주차에 대한 단속이 지나치게 미약한 것이 불법 주차를 양산하는 원인이라고 본다. 최근에 4대 불법주차지점(소방전, 버스정류장, 횡단보도, 교차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결과, 위반율과 교통사고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는 통계 결과를 볼 때, 그동안 불법 주차에 대한 단속이 부족하고 미흡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불법 주차 시 단속에 걸릴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크게 많아야만 위반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불법 주정차 현상이 잦아들지 않는 원인은 제도적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뜨는 사항은 처벌의 기준과 규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벌금을 부과하고 벌점을 주는 주요 이유는 운전자들의 불법 주차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자는 데 있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장세호
전 속초시 지방행정동우회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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