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나는 정치에 관심 없어~!”란 말이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일견 수긍은 가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론 약간 화가 나기도 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전혀 자랑이 아닐뿐더러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부끄러운 부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는 관심이 없거나 몰라도 되는 일이 아니다. 알아야 하고 모르면 또 배워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분야와 달리 정치는 꼭 정치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것, 예컨대 경제, 사회, 문화예술 각 분야에 걸쳐 정치와 연관이 되지 않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크게는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작게는 지방자치 선거에 이르기까지 선출된 이들의 보수와 진보 성향에 따라 국가나 지역의 운영방향이 달라지고 경제 운영정책의 기조가 바뀌며 사회적 함의 또한 변화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의 운영에 있어서도 지원하느냐 방임하느냐에 따라 문화의 융성이 달라지기도 한다. 정치는 우리와 무관한 저 멀리 있는 별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사실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뽑은 대표자가 정치하는 대의민주제다. 프랑스 대혁명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한 장 자크 루소의 대의민주주의 비판은 200여 년의 시간을 넘어 현재에도 유효하다. ‘시민들이 선거날만 주인이 되고 투표가 끝나면 다시 노예로 돌아가는 제도’. 루소의 말대로 시민은 그저 정치인에게 한 표 던지는 고객수준에 머문다. 그것도 사야 할 물건이 정해져 있는 고객이다. 정책마다 투표할 수도 없고 정당과 후보가 내놓은 ‘묶음 상품’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놈이 그놈이지’라는 말로 정치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선거를 통해 정치인을 뽑을 때 완벽한 성인군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내게도 치명적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 상대방에게도 결정적 미덕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담보될 때에야 비로소 이념 대립이 바람직한 사회발전을 가져올 수 있듯이 최선의 인물이 아닐지라도, 여러 가지 흠결이 있더라도 각자의 위치와 입장에 따른 투표를 통해 민의를 전달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정치인들이 시민들, 주권자들의 의향에 따라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투표는, 선거권은 의무가 아니라 우리의 권리이다. 그것도 오랜 세월 이어져온 피와 투쟁의 귀하디귀한 결과물이며 우리의 더없이 소중한 권리이다. 지혜로운 사람 ‘호모 사피엔스’는 필연적으로 정치적 인간 ‘호모 폴리티쿠스’이며 참다운 호모 폴리티쿠스의 구현은 시민 주권의 실현 즉 투표에 귀결되는 것이리라.
‘자유는 권력에 참여하는 것이다. 권력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권력의 대상이 될 뿐이다’라는 그리스 철학자 키케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유를 누리는 방법은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정책을 결정하는 대리인을 고용하고, 4년 혹은 5년 동안 한시적으로 위임받은 권력을 남용한 대리인으로부터 주권을 되찾아오는 것. 그것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호모 폴리티쿠스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모든 일상이 엉클어져버렸어도, 당장 먹고 살기조차 힘들다 해도 투표는 향후 우리 삶의 행방을 결정지을 아주 중요한 행위이다. 이모저모로 잘 따져보고 확인해보면서 우리나라와 우리 지역의 삶의 방향을 대변해 줄 대리인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