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라는 이름을 단 바이러스 하나가 전 세계 인류의 삶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중국에서 시작된 감염 사례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대륙까지 그 확산 속도를 무섭게 넓혀가고 있다.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고, 환율이 고공으로 치솟고, 실물 경제는 바닥을 보이는 등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인류의 삶의 근간이 온통 뒤흔들리고 있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만물의 영장이라고 큰소리치며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망각하고 삶의 터전을 파괴해 온 우리 인류에게 보내는 자연의 옐로카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의 보편적 견해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는 400만년이다. 그에 비해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지구의 나이는 46억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질학자들은 이를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으로 비유하면 지구의 생일이 1월 1일이라면, 우리 인류가 태어난 날은 12월 31일이라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즉 지구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물 중에 어쩌면 막둥이에 불과한 인류가 오늘날 지구의 생태계를 가장 위태롭게 만드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음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알려 주는 회초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우리 인류는 자연 환경 파괴에 따른 대가로 기후 변화에서 비롯되는 각종 재난 사태를 해가 거듭될수록 심각하게 겪어오고 있다. 그러나 그 피해가 일부 지역에 편중된 결과로 지구촌 모두가 자신의 일이 아닌 강 건너 불구경으로 손을 놓고 있을 뿐, 심각한 대안 마련에는 인류 전체가 머리를 맞대지 못하고 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현상을 우리 인간은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자연은 오로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태계의 구성원의 상호작용에 의해 유지되고 그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그 모든 것이 마치 우리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며 산다. 그런 이유로 소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아마존의 밀림을 불태우고, 고기를 구해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실 벽면을 장식하는 트로피를 위해 멸종 위기종의 동물들을 사냥한다.
꽃의 색깔이 화려한 것은 보는 우리 인간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나비를 불러 모으기 위해서다. 벌난초의 꽃이 말벌의 암컷 모습을 하고 꽃향기를 풍기는 대신 페르몬을 풍기는 것은 수펄들에게 꽃가루를 나르게 하기 위한 고육책이며, 앉은 부채가 향기 대신 악취로 곤충을 유혹하고, 시체꽃은 썩은 냄새로 곤충들을 유인해 먹이로 삼는다. 담배 나무는 메뚜기가 잎을 먹지 못하게 니코틴을 만들고, 그 담배나무의 잎에 박가시나방은 니코틴 면역을 가진 애벌레를 낳는다. 그렇게 자연의 생태계는 적자생존이라는 대원칙 속에서 서로 공생하고, 때론 기생하며, 끊임없이 적응되고 도태되는 과정을 통해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 생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지구 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 기록물을 보고 있노라면 인류의 생존 가능타임라인이 과연 얼마나 남아 있을까라는 생각을 이따금 하게 된다. 그것이 지금의 일이 아니라고, 내가 죽은 뒤에 일어날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뉴스 매체에서 하루 종일 귀가 따갑도록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수칙과 감염사례가 보도되고, 전국 각지에서 감염사례를 줄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신의 전지전능을 방패로 신도들을 좁은 공간에 모이게 하고, 누군가는 봄꽃 놀이를 가다 동승자 전체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누군가는 대박이라는 단어를 위하여 마스크를 여전히 창고에 쌓아둔다면 우리 인류의 내일은 점점 더 어두워질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저 지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장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인류가 좀 더 겸손해졌으면 좋겠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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