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오면 친구도 많고 음식도 잘 맞고 누구나 ‘우리말’을 써 참으로 좋아요.”
올해 제33회 강연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카운터포인트>에서 청나라 왕자 ‘홍타이지’ 역할(누르하치의 18째 아들)을 맡은 배우는 중국 ‘훈춘시가무단’ 소속의 최덕춘(55)씨다. 당시 조선에 대한 청나라의 위압적인 태도를 홍타이지 역의 최 씨는 말투와 표정으로 그대로 살려냈다.
본래 성악가인 최덕춘 씨는 2013년부터 속초에서 공연활동을 펼쳤다. 그해 양양 8경가를 주제로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족의 애환을 담은 연극 극단 청봉의 <오래된 우물>에 참여했고, 속초예총 종합예술제의 개막식 무대와 추석 콘서트에서 성악 공연을 선보였다. 깊고 부드러운 테너 음색을 가진 그는 2002년 길림성 제7기 성악 콩쿨 2위, 같은 해 전국 조선족 성악 콩쿨 2위, 2008년 길림성 문화예술 성악 콩쿨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중국의 ‘가무단’이란 연극, 음악, 무용 등 다양한 공연예술을 선보이는 (국가)단체다. 훈춘가무단에서 무대장치와 조명도 담당했던 최 씨는 속초예총이 자매도시 훈춘에서 개최한 훈춘국제가요제(2000~ 2014년)에서 조명을 맡았다. 당시 무대장치 담당자였던 극단 청봉의 김일태 씨와 알게 되면서 그의 주선으로 속초예총의 공식 초청을 받게 됐다.
<오래된 우물>은 양양에서 중국 흑룡강성 해림시로 이주한 김남옥 할머니의 실화를 연극으로 만든 것으로, 2013년 공연을 준비할 때 최 씨는 실제로 조선족이 쓰는 말이나 행동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줬다.
최 씨의 고향은 훈춘에서도 30㎞ 떨어진 작은 시골로, 그는 어렸을 적 아직 집체화된 농촌이었던 고향마을에서 매일 농사일을 거들었다. 당시 농촌에서 연례행사로 열리는 운동대회에서 노래를 부르곤 했던 그는 스무 살 되던 해 훈춘문화원 관계자의 눈에 띄어 성악을 공부하게 됐다. 그 뒤 연변예술학교 성악계에서 공부했고, 졸업 후 들어간 훈춘가무단에서 조금씩 연극의 세계에도 발을 들이게 됐다. 속초에 와 있지 않을 때는 훈춘문화원에서 성악을 가르치는 일을 주로 한다.
훈춘에서는 <이수일과 심순애>와 같이 사람들을 울고 웃게하는 희·비극을 많이 공연하는데, 1000여명을 수용하는 훈춘극장에 시민들이 표가 없어 못 들어갈 정도로 연극의 인기가 좋다고 한다. 정부 지침에 따라 훈춘가무단은 농촌에서 교육용 연극을 하기도 하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방안에서 공연한다고 해서)일명 ‘온돌공연’이라고 불리는, 시대적 아픔을 희·비극으로 풀어낸 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연극을 할 때면 맡은 배역의 역할과 극의 의도를 면밀히 살펴본다는 최 씨는 <카운터포인트>에서 중국어로 대사를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어 성조가 헷갈려서 대사에다 일일이 성조를 그려놓았다고 했다.
속초에 머무는 동안에는 십년 넘게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는 김일태 씨 집에서 기거한다. 속초에 있는 친구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는 앞으로도 속초와 훈춘이 지속적으로 교류활동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언젠가 속초와 훈춘의 연극인들이 하나 돼 만드는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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