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어수선한 요즘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나라 전체가 온통 난리가 났다. 살면서 이런 때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일상이 온통 꼬이고 사업마저도 이모저모로 어려움이 생겼다. 정치권에서의 상대방을 힐난하는 행태가 보기 흉하고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어서 더욱 답답한 요즘이다.
여러 변화된 일상 가운데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카톨릭 신자인 내가 일요일마다 성당에 가는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으려는 정부시책에 발맞추느라 비단 일요일뿐만 아니라 모든 요일의 미사 집전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성당에서 미사가 없으니 일요일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고, 속초라는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리저리 얽혀있는 여러 가지 모임들을 가지지 않게 되니 각종 모임과 활동으로 보내던 시간들 역시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일상생활 중에 이뤄지는 여러 모임들이 취소되면서 최근에는 매출도 급감하게 되었고, 회사 입장에서 보면 현행대로 직원들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고민이 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젊은 시절 회사 다닐 때는 공휴일, 연휴, 휴가 등의 시간들이 꿀맛 같은 시간들이었는데 코로나 여파로 모든 경제 활동들이 거의 멈춘 상태에서 맞이하게 된 이런 종류의 느슨한 비자발적인 휴가 상태는 정말 수용하기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달리 뒤집어보면 코로나 사태 이전의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지난 일요일에는 영랑호 호수 근처의 산책로를 가족들과 함께 걸었다. 얼마 전 분양받은 반려견과 함께였다. 파양되었던 강아지 한 마리를 한 후배로부터 떠맡다시피 입양하게 된 터였다. 평소 집안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별로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던 나였는데 이런 우연한 기회로 집에서 반려견을 키우게 된 것이다. 또한 서로 바쁜 일상들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할 시간이 이전에는 별로 없었는데 코로나 사태 덕분에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온 가족이 함께 산책하는 시간들을 갖게 된 것이다. 평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하면서 이런 시간들이 봄 햇살만큼 얼마나 소중한지를 문득 깨닫게 된다. 코로나 사태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 덕분에 갖게 되는 소중함들이다. 개학이 연기된 탓에 가족들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던 시간이 훨씬 더 많았던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은 덤이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삶이란 역설적이게도 비우니까 오히려 채워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컵의 용도는 물이나 음료를 채우는 것. 컵이 그 쓰임을 다하려면 오히려 비어있어야 한다는 아이러니를 생각해 본다. 꽉 짜인 삶, 숨 막힐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던 일상들이 최근에는 느슨한 삶으로 변화되었고, 주변을 돌아보게 하고 나와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더 살피게 하는 여유를 준다. 분주함을 비우니까 여러 종류의 소중함들이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자주 접하는 말들 중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사무실로 향하는 길, 좁은 2차선 도로 양 옆에 심어져있는 매화나무 군락에는 벌써 매화꽃이 활짝 피어있다. 사람들의 삶은 조금 피폐해졌을지 몰라도 자연은 순리대로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다. 이제는 피폐해진 마음 한 구석을 비우고 대신에 희망을 차곡차곡 채워볼 일이다. 어김없이 또 봄이 오고 있고 꽃은 또 피고 있다.
전형배
데일리F&C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