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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발전시설 갈등, 어떻게 봐야 하나
고성지역 몇 년 새 빠르게 늘어…‘지속가능한 환경’에 목적 둬야/소규모환경영향평가 58건 중 41건 ‘조건부 동의’/주민과 소통 않고 대규모 추진 시 갈등 유발 가능성 커/군, 올해 태양광 발전사업 30건 이상 불허
등록날짜 [ 2020년03월02일 11시50분 ]

고성 곳곳에서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에 반발한다고 언론에 보도된 곳만도 토성면 도원리, 거진읍 송강리, 간성읍 흘리 등 3곳이다.
토성면 도원리에서는 도원저수지 수면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문제로 도원1리 주민들이 1년 넘게 고성군과 농어촌공사에 수질오염 등이 우려된다며 항의했다. 거진읍 송강리에서는 마을 인근 농경지 등에 최근 몇 년 사이에 태양광발전시설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주민들이 마을 미관 파괴, 농지 축소 등을 이유로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간성읍 흘리에서는 주민들이 태양광발전시설이 경관을 해치고 농사에 지장을 준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마을이 있지만, 고성군에서는 태양광 설치와 관련해 별다른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사업 허가 담당부서인 종합민원실 담당자는 태양광발전시설을 언급하는 것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사업허가는 규정대로 처리하면 될 뿐”이라고 말했다. 송강리 한 주민은 “몇 년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군청을 찾아 호소하고 있지만 군이 주민의 견해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진읍 22건 중 송강리 8건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판매하는 태양광발전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지자체의 발전사업 허가, 개발행위 허가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과정 중의 하나인 환경영향평가의 수치를 검토하면 고성에서 추진됐거나 추진 중인 태양광발전의 현황을 가늠해볼 수 있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시설과 관련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소규모환경영향평가는 고성군 5개 읍·면에 걸쳐 58건이다. 읍·면별로 보면 △간성읍 13건(조건부 동의 10건/반려 3건) △거진읍 22건(조건부 동의 16건/부동의 2건/반려 3건/진행 1건) △현내면 3건(조건부 동의 3건) △죽왕면 13건(조건부 동의 5건/반려 6건/취하 2건) △토성면 7건(조건부 동의 7건)으로 고성에서 진행된 소규모환경영향평가 총 102건 중 절반이 넘는 58건이 태양광발전시설에 관한 것이다. 또한 58건 중 70% 정도인 41건이 ‘조건부 동의’로 결정된 사안이다. 간성읍과 토성면을 제외하고 거진읍, 죽왕면, 현내면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소규모환경영향평가가 태양광 관련이다. 시기별로 나눠 보면 2017년 1월 이후 태양광시설 관련 소규모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된 경우가 46건으로 총 58건 중 80%에 육박해 거의 대부분의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사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추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성군 전체에서 거진읍이 태양광발전시설 관련 환경영향평가가 22건으로 가장 많고 그 중에서도 송강리가 8건으로 거진읍의 다른 마을보다 2배 혹은 그 이상으로 가장 많다. 송강리 8건 중 7건이 2018년 3월 이후 진행됐고, 반려나 취하 없이 7건이 조건부 동의, 1건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이런 수치를 보면 송강리 주민들이 왜 크게 반발하는지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급격한 마을 주변 환경 변화가 송강리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송강리 몇몇 주민은 농지 축소, 미관 저해, 환경 파괴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을 주변 환경이 불과 몇 년 새 바뀌어서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소규모 유휴부지 설치 바람직”
본지 지난 기사(2020년 2월17일자 ‘거진 송강리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반발’)에서 언급했듯이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른다면 적어도 현재 진행 중인 송강리의 태양광발전시설 조성 사업은 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잘 따른다면 위치상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해당 장소는 배후에 산지가 넓게 펼쳐져 있어 천연기념물인 원앙을 비롯해 살쾡이, 수달, 노루, 오소리, 북방산개구리 등의 생태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마을과 떨어져 있어 마을의 미관을 직접적으로 해친다고 보는 것도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환경문제 전문가들의 얘기를 더 들어보면 현재 고성군 전역, 나아가 전국에서 추진되는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사업에 대해 생각해볼 점은 있다.  
한 환경운동가는 “태양광발전시설 사업자들이 급격하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을 주민들과 갈등이 발생한 경우가 전국에 많다”고 지적했다. 사업을 진행하기 전, 즉 토지를 매입하거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기 전부터 주민들과 소통을 진행한다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토지를 이미 매입하고 구체적인 사업추진계획도 다 마련한 상태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형식적으로 들으려고 하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갈등의 원인을 태양광발전시설 사업자들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자들이 제시한 마을발전기금을 둘러싸고 마을 주민들이 개발회사에 무리하게 대립각을 세우거나 혹은 주민들 간에 갈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한 환경문제 전문가는 태양광 사업 진행 경향의 근본적 문제점을 짚었다. 태양광 패널은 기본적으로 유휴부지, 즉 도시의 건물 옥상·주차장, 농촌에서는 농사를 짓다가 버려진 땅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소규모로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개발업자가 뛰어들어 산을 깎는 등의 방식으로 대단위로 개발하려고 하면 갈등을 유발하기 쉽다는 견해이다. 태양광 산업 관련 협회의 관계자도 태양광 패널은 유휴부지에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설립된 ‘햇빛발전협동조합’들은 조합원들과 활발하게 논의하며 소규모의 유휴부지에 사업을 추진해 가기에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소위 ‘태양광 기획부동산’들은 수천 평 이상의 땅을 매입해 부지를 분할 판매하는 식으로 투자를 유도해 태양광발전을 ‘에너지 전환’보다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접근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태양광 기획부동산’들이 추진하는 사업은 이윤을 중심에 두기에 갈등이나 사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자체, 조례 제정으로 설치 제한
한 시민운동가의 말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을 둘러싼 갈등은 전국적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그는 “전국적으로 2018년 말에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둘러싼 갈등들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각 지자체들이 무분별한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태양광을 둘러싼 갈등은 최근에 점차 잦아들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고성군의 경우 ‘고성군 군계획 조례’ 중 2018년 5월에 신설된 조항에 따라 태양광발전사업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은 태양광시설이 주택, 관광지, 문화재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보존할 필요가 있는 집단화된 우량농지, 생태계·자연경관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지역에 입지하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사업 허가 업무를 맡고 있는 고성군 경제체육과 이무일 주무관은 “‘고성군 군계획 조례’에 따라 올해만 해도 서른 건이 넘는 태양광발전사업을 불허했다”며 “해당 건은 주로 태양광발전시설 부지를 쪼개서 분양하려는 목적을 지닌 사업들”이라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이 광범위하게 보급되는 것은 좋지만 지속 가능한 환경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이윤 추구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태양광발전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거진읍 송강리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발전시설. 마을 주민들은 산림을 깎아서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보기 흉하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광호 (campi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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