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동 숙박업소 ‘봄은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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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동 숙박업소 ‘봄은 오는데…’

신종 코로나로 걱정 태산 / 겨울철 문 닫고 봄철 영업 재개 / 수학여행 취소·연기되지 않을까 / 숙박협회, 총회 열어 대책 논의

등록날짜 [ 2020년02월17일 11시45분 ]

“내부 사정으로 당분간 휴업합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난 11일 오전, 설악동 C지구 설악산 진입도로변 숙박업소 출입문에 부착된 안내문이다. 이 숙박업소는 겨울 동안 영업을 안 한 듯 출입문이 자물통으로 굳게 잠겨 있었다.
설악동에서 영업 중인 대부분의 숙박업소들은 몇 년 전부터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한 겨울철에 문을 닫았다가 수학여행 시즌이 시작하는 봄철에 영업을 재개한다.
관광객들이 뜸한 겨울철에 문을 열어봤자 난방비는 고사하고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어 업소 스스로 관광 비수기를 견뎌내기 위한 고육책이다.
이 업소도 이런 이유로 겨울철 문을 닫으면서 새봄을 기약하는 안내문을 출입문 유리창에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인 관광시즌을 앞두고 있는 설악동의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달랐다. 예전에는 이맘때쯤이면 보통 3월에 진행되는 전국 일선 학교의 수학여행 현지답사단 방문을 앞두고 이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 때의 악몽이 다시 재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전국의 일선 학교가 수학여행과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금지 또는 연기하면서 설악동 숙박업소가 된서리를 맞았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에 이은 잇따른 악재에 지역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었다.
이에 설악동 지역사회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은 “보통 다음달이면 전국의 일선 학교에서 설악동 숙박업소로 수학여행 현지답사를 오는데, 신종 코로나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현지답사는 물론, 메르스 사태처럼 수학여행이 또다시 취소 또는 연기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업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엄 회장은 이어 “설악동을 찾는 수학여행단이 매년 크게 줄어 지금은 10여개 업소 정도만 수학여행단을 받고 있는데, 코로나로 수학여행단 유치 업소가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설악동번영회에 따르면 설악동이 수학여행지로 각광을 받았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한 해 평균 2,000여개의 학교가 설악동을 찾았다. 하지만 2000년 중반 이후 매년 감소하기 시작해 2013년에는 100여개 학교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80년대 80여개의 달하던 설악동 숙박업소도 현재는 영업난 등으로 35개 정도로 감소했으며, 이마저도 관광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20여개 업소만이 문을 열고 있는 실정이다. 수학여행단을 상대로 영업 중인 업소는 현재 10여개에 불과하다.
한 숙박업주는 “관광비수기인 겨울철에 쉬고 봄이 시작하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재개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로 여행 심리가 위축돼 수학여행단은 물론 일반 단체관광객들까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엄산호 회장은 “11일 오후 설악동 숙박협회 총회를 열어 코로나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가졌다”며 “미세먼지 없는 청정마을, 바가지 요금 없는 관광지 등을 집중 홍보해 코로나 사태를 정면 돌파할 생각”이라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지난 11일 오전 설악동 진입도로변 한 숙박업소 출입문에 조만간 문을 열겠다는 의미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봄철 영업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업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고명진 (mjgo9051@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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