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9일 관계기관과 한창해운은 그동안 중단된 북방항로를 다시금 열기 위하여 일본에서 1만7천500톤급 선박인 ‘신 니혼카이’에 ‘한창 강원호’ 간판을 덧붙여 속초항으로 들여왔다. 이는 속초와 러시아 슬라비안카, 일본 마이즈루를 연결하는 북방항로 평화크루즈페리를 운항하기 위해서다.
속초항 북방항로는 2004년 4월경부터 동춘항운이 1만2천톤급 화객선을 투입해 속초항과 러시아 자루비노, 중국 훈춘을 운항했다.
그러나 2010년 10월 경영악화로 운항이 중단되자, 2013년 3월 19일 우여곡절 끝에 대아항운과 스웨덴 스테나라인의 합작법인인 스테나대아라인이 운항을 재개하였으나, 눈덩어리처럼 불어나는 누적 적자액을 감당하지 못하여 2014년 6월 27일 운항을 중단했다.
또 다른 사업자 DBS크루즈가 나름 운항재개를 위해 노력하다가 2015년 8월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북방항로는 수년간 중단되었다가 강원도와 속초시의 계속적인 노력으로 한창해운이 운항을 재개한다는 기뿐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운항선박은 자력항해가 되지 않아 예인선에 끌려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배를 들여올 때부터 예인선에 끌려 들어오는 모습에서 많은 의구심을 자아냈는데, 선사측은 2019년 11월 중 여수항으로 선박을 이동시켜 수리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더니 또다시 2020년 1월로 미루었다.
1월이 지나 2월이 시작되었는데 배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수리비가 80억~100억이 소요된다고 하니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기왕에 수리할 선박이라면 일본에서 바로 여수항이나 마산항으로 끌고 가 수리하면 비용면에서 훨씬 절감이 될 텐데 속초항까지 굳이 끌고 와 5개월여 이상을 속초항에 묶어놓은 이유를 모르겠다.
필자는 지금 강원도와 속초시가 그간 북방항로 재개를 위하여 노력한 것에 대해 질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북방항로의 재개가 그 무엇보다도 어렵고 현안업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관계공무원들의 그간 노고에 심심한 박수를 보낸다.
다만 필자는 관계기관이 국민정서와 시국을 생각하지 않음은 물론 시민을 기만하는 듯한 언행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2019년 8월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였다. 강제징용 배상문제로 발단이 된 한·일 갈등이 유례없는 경제보복으로 이어지며 국내에서도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며 온 국민이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를 부르짖으며 일본의 보복에 힘을 합쳐 싸울 때, 강원 한창호라는 이름의 배가 속초항에 나타났다. 그것도 일본선박사 이름인 ‘신 니혼카이(Shin Nihonkai)’라는 간판을 버젓이 달고…….
우리말로 직역하면 ‘신 일본해’라는 일본 회사명을 그대로 달고 속초항에 수개월째(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기에 정박이라고 하기엔 어쩐지 낯간지럽다) 고박해놓은 상태다.
관계기관에서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고 관심이 있었으면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생각 있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신 일본해’라는 선사명을 지우고 선박을 끌고 왔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노 재팬(NO JAPAN)”이라는 민간차원의 캠페인은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동해를 세계적으로 온전히 일본해로 인정받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저들의 그간 행태를 대한민국의 국민이면 모두가 알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한민국 동해의 정중앙 항구인 속초항에서 언제까지 일본해의 망령이 깃든 ‘신 일본해(Shin Nihonkai)’라고 적힌 선명을 보아야 하는 것인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 데에도, 이에 한술 더 떠 일본에서 자력으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배를 끌고 왔는데도, 속초시장은 상반기 중에 북방항로가 재개된다고 각종 언론매체를 통하여 홍보하고 있다. 북방항로가 속초시장의 공언(공적인 발언)과도 같이 상반기 중 다시 열리기를 속초시민과 함께 간절히 기원한다.
이원찬
전 속초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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