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축제위원회(이하 축제위)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축제위 사무국 직원 3명 모두가 지난달 말일자로 동시에 해고된 후, 속초시는 작년까지 축제위가 맡았던 실향민문화축제를 10일 출범하는 속초문화재단에 위탁하기로 하면서 축제위의 위상이 크게 축소되는 모양새다.
축제위는 작년 3월 이경우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2018년 설악문화제 음향사고 등의 책임을 물어 최택수 사무국장을 해고하려고 했으나 내부 진통 끝에 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12월에 이경우 이사장이 다시 최 국장을 해고하려 했고, 축제위 이사회가 1월 초 최 국장을 1월 31일자로 해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사무국 다른 직원들은 부당 해고라며 반발했고, 이들도 최 국장과 같은 날짜로 해고됐다.
이런 과정에서 시는 축제위가 5월 말에 열릴 실향민문화축제를 준비하기 힘들다고 보고 신설되는 속초문화재단에 실향민문화축제를 넘기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축제위 사무국 직원이 모두 해고된 점이 이러한 결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향후 설악문화제도 축제위에 맡기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설악문화제는 축제위의 가장 주된 사업으로 이마저도 담당하지 못하게 된다면 축제위의 존립 근거가 현저히 축소된다.
축제위는 신규 채용을 진행 중이지만 3명의 채용절차가 마무리되고 실무자가 업무를 시작하려면 최소 몇 주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축제위가 지난달 말에 마감한 신규 채용 서류 접수에 지원자들이 적었고 사무국장 지원자는 1명밖에 없었다. 이에 축제위는 추가로 서류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이경우 축제위 이사장은 “작년 3월 취임 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최택수 사무국장을 해임하려고 했다. 그간 업무를 진행해오면서 더 이상 이 문제를 끄는 것은 차후의 사업 진행에 좋지 않다는 판단으로 서둘러 해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최 국장 해고에 대해 2018년 설악문화제 음향 사고에 대한 책임, 이사장과 사무국장의 잦은 의견 마찰, 인적 쇄신을 통한 축제위원회의 변화를 주된 해고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최 전 사무국장은 “음향업체 선정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입찰 심의위원들이 했다. 이경우 이사장이 실무와 행정에 대해 잘 몰라 내가 원칙과 규정을 얘기한 것을 이사장이 잘못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축제위의 한 이사는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너무도 답답한 심정이다. 최대한 빨리 새로운 인물을 뽑아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축제위의 위상 변화에 대해 이경우 이사장은 “속초축제위원회가 그동안 맡아왔던 실향민축제를 못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축제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큰 행사들을 속초문화재단 등에서 맡게 되더라도 축제위가 할 수 있는 사업은 많다. 앞으로 각종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또한 문화 관련 수익사업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2019 실향민역사문화축제 개막식에서 진행된 실향민 피난행렬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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