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양양군 연어산업화의 현주소
②고성군 은연어 양식사업 어디까지 왔나
③노르웨이 하베스트 북대서양 연어, 한국
식탁 점령하다
④일본 무라카미의 연어산업화 성공 사례
⑤무라카미 연어가공산업의 현주소 및 발전 전략
⑥무라카미 연어의 경제적 파급효과 진단
⑦연어산업화로 지자체 성장 동력 갖추자
연어의 성지 일본 무라카미에서는 미오모테천(삼면천)의 연어로 지역발전의 동력을 얻고 있다. 300년 전통의 연어잡이 노하우를 축적한 이곳은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터득한 연어가공 기술력과 유통망을 내세워 경쟁력 높은 상품화에 성공했다. 무라카미 연어의 가공산업은 전통방법의 소규모 시설에서 최신식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활성화되고 있다. 무라카미의 연어가공산업은 집안에서부터 공장에 이르기까지 30여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제품에 따라 손질형태 다양
무라카미 미오모테천에서 갓 잡은 연어는 일본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친다. 신선도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장인정신으로 정성을 들여 가공하는 과정을 높게 평가한다.
이곳의 연어가공공장은 규모가 큰 10곳의 공장부터 수작업으로 100년 이상 운영해오고 있는 가게까지 규모와 만드는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미오모테천의 연어 포획과 유통을 총괄하는 어업협동조합이 한 해 어획량을 확정해 포획하고 직영 공장을 비롯해 민간공장에서 판매한다. 미오모테천변에 위치한 어협의 연어가공공장에서는 갓 잡은 연어를 수십명이 참여해 할복한 후 가는 뼈까지 제거한 뒤 생연어나 말린 연어로 판매처에 납품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제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연어의 손질형태가 다양해진다. 머리가 있는 통연어부터 머리만 자른 연어, 사카비타시(염장으로 건조한 연어 살을 얇게 썰어 만든 제품)로 만드는 연어, 간장조림용 연어, 말려서 뿌려 먹기 좋게 만드는 연어 등 체계적인 선별작업이 이뤄진다.
10여 곳의 규모 있는 공장에서는 많은 인력들이 참여해 손질한 다량의 연어를 대형마트나 도쿄 등 대도시로 내보낸다. 반면, 20여 곳의 소규모 가게에서는 일정량만을 손질해 내놓고 나머지는 배를 가른 후 처마 밑이나 가게 안에 널어 말려 지역특산품으로 판매한다.
연어 브랜드로 관광객 유치
무라카미 연어의 판로는 일본 전역으로 나가는 사카비타시를 비롯해 니이가타현의 특산물을 대표하는 제품, 무라카미에서만 살 수 있는 특화상품까지 다양하다.
140년을 이어온 가게인 갓카와 같은 곳이 5~6개 이를 정도로 전통방식의 가공을 고집하는 곳이 바로 무라카미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이 가게들은 생연어가 들어오면 곧바로 할복한 후 부위별로 손질해 적당량을 판매하고 나머지는 고가의 사카비타시로 건조하는데 공을 들인다. 연어 손질은 오랜 기술력이 축적된 주인장만이 가능한데, 이유는 연어의 잔가시까지 발려내야 하고 크기나 두께가 일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치밀한 가공과정을 거치게 되면 3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 무라카미 시내의 대형마트와 일반 가게에서 유통된다.
무라카미의 연어가공산업은 가공단계부터 어떤 제품을 만들어 내느냐를 기획하면서부터 다양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역 특산품으로 연어 브랜드를 오랫동안 알리며 외부 관광객들을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노르웨이가 북대서양 양식연어의 활발한 생산으로 대규모의 생산 및 유통과정을 체계화한 반면, 일본 무라카미는 외지로 나가는 연어의 양을 제한하고 이곳에 들러야만 살 수 있는 특화상품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들 요구에 맞춰 상품화
무라카미는 연어제품의 홍보마케팅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만들어온 사카비타시는 이미 일본 전역에서 명품으로 소문이 자자해 굳이 따로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고, 일반화된 제품들은 온라인 주문과 무라카미 방문으로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갓카와 같은 전통적인 연어제품 판매처를 비롯해 대형마트를 찾으면, 손쉽게 가공된 생연어부터 다양한 연어제품까지 구매할 수 있고, 무라카미 역과 시청 등 관광안내소 곳곳에서는 연어특산품의 판매처를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무엇보다 갓카와처럼 오랜 전통을 지닌 가게는 단순히 연어제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궁금해 하면, 연어가공과정을 직접 보여주며, 말린 연어와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무라카미의 연어가공산업화는 현대적인 시설과 전통시설이 함께 공존하며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맞춰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살 수 있도록 상시화 하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무라카미 어업협동조합 고시엔 씨는 “무라카미의 연어 가공산업은 그동안 오랜 시행착오를 통해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방식으로는 수요를 다 맞출 수 없다는는 것을 파악하고 전통과 현대시설을 잘 조화시켜 안착시킨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입맛과 욕구가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에 제품과 판로를 다양화 했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무라카미시 어업협동조합이 미오모테천 바로 옆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어가공시설. 연어철이 지나 가공과정을 볼 수 없었지만, 지난 겨울 손질한 연어가 아직도 처마 밑에 걸려 있다.
무라카미 이요보야 회관 옆에 있는 토산품 전문점에서 한 소비자가 연어제품을 고르고 있다.
■전문가 인터뷰 / 진덕희 강릉원주대 교수
“연어손질과정부터 관광테마화 준비 필요”
진덕희 교수는 “무라카미 연어산업화는 특화된 가공산업에서부터 시작됐고 무엇보다 오랜 전통방식의 가공과정이 현재까지 이어져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역실정에 맞게 진화해온 무라카미의 가공산업은 소비자들의 다양화된 입맛과 기호를 가장 잘 반영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무라카미의 연어가공산업화 과정에서 보듯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현장의 소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양양군도 지역실정에 맞는 연어산업화를 준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작정 대규모의 공장시설을 짓기보다는 남대천 주변 마을을 활용한 연어손질과정을 관광테마화하는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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