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작년에 산불 피해가 컸던 고성군 토성면의 인흥초등학교에서 졸업식이 있었다. 인흥초교는 규모가 작은 시골 학교로 도시 소재의 학교와는 졸업식 분위기가 달랐다. 작은 학교의 특별한 졸업식 풍경을 전한다.
졸업생 특성 따라 여러 개 표창장
인흥초교는 조용한 시골에 위치한 조그만 학교이다. 전교생 수가 50명이 조금 넘고 학교는 숲과 농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인흥초교와 재학생들은 작년 4월에 발생한 산불로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교직원들이 화재에 적극 대처했지만, 교정의 숲과 작은 별채가 불타 복구공사가 진행됐다. 이러한 이유로 작년에는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기가 어려웠다. 인흥초교의 복구공사는 상당히 진척됐지만. 여전히 마무리 작업을 남겨둔 상태다. 학생 가정의 피해도 컸다. 재학생 80%가 주거지 전소 등의 피해를 당해 학교에서는 피해 아동을 위해 성금을 모금했고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피해 학생들을 돕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3일, 인흥초교에서는 유난히 길었던 2019년을 뒤로 하고 교육과정을 마무리하는 졸업식이 진행됐다. 졸업생은 7명으로 이들 중 반 이상이 산불 피해자이다. 3명은 집이 전소됐고, 1명은 해당 가정에서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집을 잃고 아직도 임시거처에서 살고 있는 학생이 있다.
지난해 힘든 일을 겪었지만 이날 졸업식장에 선 학생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천진난만한 얼굴엔 장난기가 어려 있었고 한 명씩 호명돼 사람들 앞에서 표창장을 받을 때는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
학생 수가 작은 만큼 졸업식은 더 알차게 치러졌다. 졸업장은 졸업생 각자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사진으로 띄워 놓고 한 명씩 충분한 시간을 가진 상태에서 여유롭게 건네졌다. 표창장은 아이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여러 종류가 준비됐고 1인당 몇 개씩 받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졸업생 대부분이 졸업장을 급하게 받고 지나가며, 졸업식에서 주인공이기보다 박수부대가 되는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지난 6년간 있었던 일을 동영상으로 보여줬다. 7명의 학생이 골고루 등장했다. 저학년 때의 모습이 나오자 6학년 학생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깔깔댔고 동영상 배경 음악의 노래 가사에서 이별이 언급되자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건강해라”
졸업생 부모들도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졸업생들에게 축하와 당부의 말을 들려줬다. 그중 한 장애 학생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북받친 감정을 드러냈다. 어떤 학부모는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언제나 건강해라”고 얘기하며 자식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표현했다.
졸업식이 끝난 후 교실에서 진행된 마무리 시간에서 담임교사의 진심 어린 말들이 이어졌다. 학생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에도 용돈 사용, 외출, 동영상 시청, 독서, 휴대전화 이용, 교우 관계 등에 대해 걱정이 담긴 말들을 한가득 들려줬다. 그리고 특별한 시간이 하나 더 마련됐다. 아이들이 부모님들을 위해 만든 상들을 양친 한 명씩에게 수여하고 안아주는 시간이었다. 어느새 훌쩍 덩치가 커진 아이가 주는 상에 부모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인흥초교는 현재 한 학년당 학생 수가 10명 내외로 학생 수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초등학생이 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속초 등 도시 지역에서 일부러 인흥초교로 자녀를 전학시키는 이들이 심심치 않다. 작지만 내실 있는 시골 학교의 매력이 학생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광호 기자 campin@hanmail.net
인흥초등학교 졸업식에서 졸업생과 참석자들이 ‘졸업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흥초교 졸업생이 본인이 손수 만든 상을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달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