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교동 차미옥씨
심한 이석증에 혼자서 생활 못해
속초 교동의 한 아파트에서 고등학생 아들과 살고 있는 차미옥(41) 씨는 혼자서 일어서거나 서 있지 못한다. 그를 괴롭히고 있는 심한 이석증 때문이다. 평형감각을 잃어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질병이라 비틀거리고 이내 넘어진다. 얼마 전에도 혼자 있다가 넘어져 발을 다쳤다. 앉아 있어도 어지러움증이 가시지 않는다.
청각과 시각장애(4급)까지 겹쳐 잘 듣지 보지도 못한다. 글을 써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지난 24일 차 씨 집을 방문했을 때도 사회복지사는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한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음식, 청소, 빨래 등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보니, 음식은 주로 배달을 시켜 먹고 집안 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여기저기 쓰레기가 쌓여 있고 옷가지가 널려 있다. 혼자서 음식을 차려 먹지 못해 한 끼만 먹거나 굶기도 한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에서 1주일에 한 번씩 도시락을 배달해 주고, 요양보호사가 주 1~2회 방문해 청소나 빨래를 해주고 있다. 특히, 속초시시각장애인협회 회원들이 가끔 찾아와 말벗이 돼주고 청소도 해줘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혼자 바깥 외출을 할 수 없는 차 씨가 일주일 단위로 서울에 있는 병원을 다닐 수 있는 것도 시각장애인협회 회원들이 동행해 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청력을 나아지게 하려고 인공와우이식 수술을 받아 병원에 다니고 있다.
30대 초반에 두 번에 걸쳐 뇌종양 수술을 받으며 힘든 투병생활을 한 차 씨는 지금도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뇌수막염으로 한 달 넘게 중환자실에 입원해 죽을 고비를 넘겼었다.
차 씨는 1녀1남을 두고 있다. 큰 딸은 다른 지역에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며 대학(2년)을 다니고 있다. 고2 아들은 가정형편이 좋지 않고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느라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 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 한부모가정과 장애에 따른 지원만 받고 있다. 한 달 수입은 주거비 20만원과 한부모가정수당 20만원, 장애수당 2만원에 3년 전 이혼한 남편이 보내주는 양육비 50만원 등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 걸로 아파트 월세(40만원)와 병원비, 생활비를 모두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조준미 사회복지사는 “뇌종양과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심한 이석증에 시각·청각장애까지 있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초생활수급자 지정과 함께 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조준미 사회복지사가 글을 써서 차미옥 씨와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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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읍 성내리 임서영(가명) 씨
홀로 어린 아들 키우며 아픈 여동생 돌봐
“제가 건강해야 아들과 여동생을 돌볼 수 있기 때문에 힘들어도 앞만 보면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양양읍 성내리에서 한 부모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임서영(가명, 41) 씨는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과 잦은 병치레로 정상생활을 못하는 여동생을 함께 돌보며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7년 전 아들을 낳은 지 100일 만에 남편과 이혼한 후 서울에서 양양으로 이사 온 그는 혼자 아들을 키우면서도 당뇨와 갑상선염으로 고생하는 여동생까지 보살피며 한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여동생은 합병증이 심해 200만∼300만원이 들어가는 수술을 해야 하는 처지인데다, 월세(35만원)와 식비, 약값, 교통비 등을 합쳐 매월 250만원 이상이 들어가 자신의 현재 급여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심한 당뇨를 앓고 있는 여동생은 당뇨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가정의 매월 식비는 100만원 이상 들어간다고 한다.
“제가 영업직으로 일하는 동안 아픈 여동생이 아들을 많이 봐줘서 그나마 일할 수 있어요. 여동생만 보면 가슴이 미어지고 아프지만, 그래도 세 식구가 함께 모여 웃으며 살 수 있다는 게 행복한 것 같아요.”
양양에서 속초까지 매일 출퇴근을 하며 받는 급여는 최저임금인 월 평균 170만원 정도. 월세와 기름 값, 식비를 제하고 나면, 여동생 약값은 고사하고 수술비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생활은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다.
임 씨는 2년 전에는 밤늦게 퇴근하다, 고라니와 부딪쳐 고관절 수술까지 받아 나이에 비해 몸이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다. 그래도 매일 저녁 퇴근하면 반겨주는 아들과 여동생이 있어 힘든 생활을 버텨내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은 양양군 드림스타트의 도움을 받아 학원도 다니지만,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갑상선염을 앓고 있는 여동생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당장이라도 수술만 하면, 좋아질 수 있는 여동생이 자신의 형편 때문에 더 악화되는 것 같아 눈물이 마를 새 없다.
매일 퇴근하면서 여동생이 하루빨리 좋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는 임서영 씨는 아픈 여동생이지만, 아들과 함께 세 식구가 생활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연신 굵은 눈물을 흘렸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군 드림스타트 담당자가 임서영 씨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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