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의 마지막 날에 제2회 대포초등학교 정기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전통복식을 멋있게 차려입고 의젓하게 연주에 임했는데, 훌륭한 강사진이 지도해주시다 보니 초등학생들이 수준 높은 음악들을 잘 소화해 내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연주단체인 런갯마당과의 협연이 더욱 공연을 빛내주었습니다.
어른에 비하면 심박수가 빠른 어린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국악들을 안정적으로 연주해 내었습니다. 느린 음악을 하면서도 어린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오프닝에서 보인 다례시연과 함께, 국악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신중하고 침착하게 행동하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인성교육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대 국악은 3+3+2박, 2+2+3박 등의 다양한 변박이 나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리듬들인데, 어린이들이 이러한 박자의 변화들을 훌륭히 소화해 내었습니다. 이것은 물론 훌륭한 지휘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대포초등학교에서 지휘 3년차를 맞는 박치영 선생님께서 여유 있고 원숙하게 음악을 리드해 주셨습니다.
1학년 어린이 14명이 나와서 장구를 연주했는데, 좋은 선생님으로부터 배우다 보니 난이도 있는 수준 높은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2학년 어린이들의 장구연주도 물론 좋았습니다. 꼬마 어린이들의 앙증맞은 장구 연주는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했습니다.
어린이들의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재미도 있었습니다. 자기 연주가 아닌 부분에서는 옆 친구와 장난을 치기도 하고, 맨 뒷줄 어린이는 무대 뒤 휘장을 치면서 휘장이 물결치듯 움직이는 걸 신기해하며 계속 건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자신이 나올 부분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히 연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성인 연주에서는 볼 수 없는 천진난만한 모습으로서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6학년 박주홍 어린이가 세 개의 모듬북을 사용하여, 악보도 없이 긴 곡을 암기로 완성도 높게 해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국악영재 혹은 타악영재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린이들의 이러한 연주들은 기특한 정도를 넘어서 감동을 주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국악영재교육의 현장을 본 것 같습니다.
음악교육은 공부할 시간을 뺏는 것이 아니고, 집중력을 높여주고 올바른 인성을 길러줌으로써 무한한 꿈과 재능을 선사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대포초등학교는 큰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학생수가 적은 것이 등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선진교육의 관점에서는 일대일 교육의 기회가 많아짐으로써 보다 충실한 지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좋은 교육기관이 학생수가 적다는 이유로 통폐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좋은 연주 잘 봤습니다.
최창균
속초가좋아 서울에서온 치과의원 원장,
음악석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