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교동 유미자 씨
지적·발달장애 자녀 4명과 힘겨운 삶
병원에 입원해서도 어머니는 집에 있는 자녀들 걱정뿐이다. 끼니는 거르지 않는지, 날씨는 추운데 집안은 어떻게 해놓고 지내는지 도무지 맘이 편치 않다.
속초 교동의 한 연립주택에 사는 유미자(46, 가명) 씨는 이달 초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가족은 지적·발달장애가 있는 4명의 자녀와 별다른 직업이 없는 남편까지 6명이다. 강아지와 함께 비좁은 집에서 생활고를 겪으며 힘겹게 살고 있다. 막내아들(13)을 제외하고 세 자녀 모두 특수학교인 속초청해학교를 다녔다. 아들인 셋째(20)는 올해 청해학교 졸업반인데, 정원이 차서 전문반 진학이 어려운 상황이다.
어머니가 병원에 있는 동안 지적장애 2급인 큰 딸(24)이 청소와 빨래, 식사 등 집안일을 맡아하고 있다. 장애인 일자리를 대기하고 있는 둘째 딸(23)이 언니를 도와주고 있지만, 청소나 빨래를 꼼꼼하게 하지 못하고 먹는 것도 부실하기만 하다.
유씨와 남편은 정기적인 수입 없이 일용직 일을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가정이 아닌 일반 저소득 가정으로, 식비와 난방비, 공과금, 통신료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남편은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없고 일하는 날보다 집에서 쉬는 날이 더 많다. 간간이 펜션이나 모텔 등의 청소 일을 하는 유씨가 사실상 6명의 가정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교통사고로 일을 하지 못하면서 경제적으로 더욱 궁핍한 상황이다.
유 씨도 지적장애 경계선 상에 있는 상태여서 정리정돈을 잘하지 못해 집안환경도 위생적이지 못하다. 2년 전에 청소를 하다가 발목 인대를 다쳐 수시로 발목이 쑤시고 저려 청소일도 힘에 붙인다.
지적장애 2급인 막내는 바우처로 발달자활 감각 치료를 받고 있는데, 월 2만원씩 내는 자부담이 수개월째 밀려 있는 상태다. 공과금과 연립주택 관리비는 물론이고 전화요금도 내지 못해 수시로 전화가 끊긴다. 가끔 이웃들이 옷가지 등을 가져다주고 속초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이 겨울을 또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라윤숙 사회복지사는 “자녀들이 지적장애라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한데다 경제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가정”이라고 말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라윤숙 사회복지사가 지난 18일 병원에 입원한 유미자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성군 간성읍 전기서 씨
14년째 루게릭병 투병…인공호흡기로 연명
고성군 간성읍에 살고 있는 전기서(63) 씨는 루게릭병으로 인해 7년 전부터 와상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삶을 연명하고 있다.
눈 깜박이는 것 말고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한다. 14년 전 사업실패 후 발병된 루게릭병은 전 씨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절망을 안겨 주었다.
현재 장애1급에 해당하는 심한장애등급을 받아 월 27만원의 의료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병원비, 약값, 의료용 침대 렌탈료, 산소호흡기, 기저귀 값에 요양비까지 생계비를 제하고도 60만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 27만원의 정부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에는 기흉 증상까지 더해져 최소 3개월에 한 번씩 춘천성심병원에 입·퇴원을 반복하는 상황이라, 그 비용만 해도 이들 가족에겐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부모의 생계와 병원비는 전적으로 큰아들의 월급으로 충당해 왔는데, 아버지의 병원비 때문에 늘어난 빚은 남은 가족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고성군에서도 전기서 씨의 안타까운 상황을 접하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현재 긴급의료지원도 한도 초과로 더 이상 지원이 힘들다고 한다.
아버지 때문에 결혼도 못한 아들과 남편의 오랜 병구완에 지쳐버린 아내는 우울증까지 생겨 “여보, 우리 이제 그만 끝내자”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고 한다.
비록 말을 하지 못하지만, 눈을 깜박이며 마음을 전하는 남편을 보며 “이렇게 살아있는데, 어떻게 호흡기를 떼겠냐”며 가슴을 치는 아내의 눈물, 가슴이 해질 대로 해진 이들 가족에게는 의료비와 생계비 지원이 너무나도 간절한 상황이다.
김미영 기자 nurugo@hanmail.net
전기서 씨는 7년 전부터 와상상태로 온몸이 굳어진 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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