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움트고 자라는 바다를 동경하고 바닷속을 늘 궁금해 하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청년이 되어 해군에 입대했고, 스쿠버다이빙을 배웠습니다. 성년이 되어서도 바다의 생명력을 잊지 못했던 소년은 이제 직접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키우는 어부가 되었습니다.”
㈜하성바이오 한동목(42, 사진) 대표의 이야기다.
6년 전 고성에 귀어한 한 대표는 고성에서 나는 피문어와 참가리비를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어려서 막연히 동경했던 바다는 이제 삶의 터가 되었고, 이곳에서 그는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고성 해양심층수농공단지 내 위치한 ㈜하성바이오 제품은 피문어와 참가리비 두 종류다. 그가 이들 수산물을 선택한 데엔 고성 바다의 특징이 한 몫을 담당했다. 고성바다는 다른 해역에 비해 수온이 낮아 한류성 수산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깨끗한 바다와 차가운 수온이 만들어낸 문어와 가리비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육질이 찰지고 쫀득해, 가공 후에도 신선함과 쫄깃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어, 현지가 아닌 다른 지역에도 고성의 바다 맛을 전할 수 있겠단 자신감에서 시작했다.
“당일 조업·가공·출고”
그러나 아무리 좋은 품질의 수산물이라도 가공과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한 대표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당일 조업, 당일 가공, 당일 출고”를 택했다. 또 생물에서 포장까지 3시간을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지켜온 결과 깨끗한 고성 앞바다에서 자란 참가리비와 갓 잡은 문어를 싱싱함 그대로 고객의 식탁까지 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성바이오는 고성 앞바다에서 산란을 마치고 자란 15kg 내외의 식감 좋은 중문어만을 가공한다. 참가리비는 가장 우수한 양식법으로 알려진 채통식(통발 형태의 바구니에 종패를 넣어 키우는 방식)을 적용해 2년 동안 키운 15cm이상의 참가리비만 선별해 상품 가치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고성 해양심층수로 해감하고 증숙(스팀으로 쪄내는 방식) 후 –60℃에서 급냉 처리를 해 마치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듯한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수산물 추적제 도입
한 대표는 최근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산물 이력제가 아닌 수산물 추적제를 도입했다. 수산물 추적제란 수산물에 대해 언제 어디서 잡혔고, 누가 가공을 했고, 어떤 경로로 소비자한테 전달이 됐는지를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수산물 추적제를 적용해 안전성과 신뢰도를 높여 매출로 연결하겠다는 것이 한 대표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이다.
이렇게 품질선별, 가공, 유통까지 모든 부분에서 타 업체와의 차별화를 고집해 온 덕에 대형식품매장, 호텔, 고급 일식집 등 판매처를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만 문어 80톤, 가리비 20톤 정도가 판매되었고, 지난해부턴 수협을 통해 군 식자재로 납품까지 하고 있어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성게알·비단멍게 신제품 개발
한 대표의 고성사랑은 남다르다. 6년 전 고성에 귀어한 후 고성 어민 후계자로 살아가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고성의 청정바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수산물을 지역 특산품으로 세상에 내놓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신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인 품종은 성게알과 비단 멍게다.
한 대표의 꿈은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다. 고성군의 지역 특산물을 상품화해, 전국은 물론 해외 시장까지 발을 넓힐 계획으로 현재 미국과 일본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표는 “바다에서 나고 자란 것도 아닌데, 바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고성에 귀어하면서 나는 새 삶을 얻었고, 제2의 고향인 고성에서 젊음을 무기로 계속 도전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 고성 바다의 참맛을 세상에 알리는 일, 내겐 그 일이 하나의 사명과도 같다”고 말했다.
바다를 동경했던 소년의 꿈은 이렇게 이뤄지고 있었다.
김미영 기자 nurugo@hanmail.net
㈜하성바이오 한동목 대표가 바다에서 조업을 마치고 나와 포즈를 취했다.
㈜하성바이오 동해가문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피문어와 참가리비의 생물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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