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조양동 이미현 씨
남편 남긴 은행 빚에 젊은 엄마 불안한 삶
모든 게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어둡고 숨 막히는 이 긴 터널을 언제,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 캄캄하다.
지난해 5월 암으로 남편을 잃은 이미현(38, 가명) 씨는 속초 조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7살, 5살 어린 자녀와 힘겹게 살고 있다. 남편이 생전 사업을 위해 이 씨 명의로 받은 은행 채무가 원금 1억원, 이자 1억5천만원으로 모두 2억5천만원에 달해 채무 상환 독촉과 압류에 시달리며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며 받는 급여는 통장이 압류돼 묶여 있어, 현재는 조건부 수급자로 받는 20만원의 정부보조금이 수입의 전부다. 집세와 생활비 외에 병원비도 나가야 한다. 그나마 다니는 교회와 속초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도와줘 버티고 있다. 채무 은행이 10곳이나 되다보니, 여기저기서 채권 추심이 들어오고 있다. 기자가 복지관 직원과 방문한 날도, 은행의 유체동산 압류 집행 예고장이 날아들었다. 이 씨는 집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가 문만 두드리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은행 빚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계획도 세울 수 없어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남편은 ‘요막관암’이란 희귀암으로 고생하다 사망했다. 2016년에 혈뇨, 돌발성 난청, 대상포진 등의 증상이 나타났지만, 경제적 부담이 된다고 검사를 받지 않고 견디다 2017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천에서 살다가 남편이 원해 지난 3월 속초로 이사를 왔다.
남편은 거의 집에서 투병생활을 했다. 대소변을 혼자 못보고 거동도 불가능했다. 폐에 물이 자주 차 그 때마다 잠을 자지 못하고 숨을 쉴 수 있도록 주물러 줘야 했다. 이 씨도 24시간 붙어서 남편을 간병하느라 심적으로 지쳐있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자궁선근증과 내막증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빈혈이 심하다. 남편을 일으켜 세우고 누이고 옮기느라 팔목 근육이 고무줄 늘어지듯 늘어나 힘을 쓰지 못한다.
아이들도 아빠를 잃은 후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특히, 딸은 아토피가 심하고 야뇨증에 치아도 삭아 무너져 내렸다. 아이들은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사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엄마가 더 일을 해야 하고 아프게 될까봐 걱정 돼서다. “엄마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는 한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박미정 사회복지사는 “가족관계도 단절된 상태로 연고도 없는 속초에서 정신적·경제적으로 너무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젊은 엄마에게 희망을 주고 힘이 되도록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재환 기자
박미정 사회복지사가 이미현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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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읍 거마리 김선화(가명) 씨
홀로 딸 다섯 키우며 힘겹게 생계 이어가
양양읍 거마리에서 사업에 실패한 남편을 대신해 딸 다섯을 홀로 키우고 있는 김선화(가명, 36)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아직 젖도 떼지 못한 생후 11개월의 막내딸과 갓 돌을 지난 넷째를 보면 어떻게든 살아야지 하는 생각에 눈물이 마를 새 없다.
6년 전 경기도 청평에서 남편과 함께 양양으로 이사 온 그는 시댁에서 해준 종자돈으로 처음에는 버섯농사를 지었지만, 잘 안 돼 다시 대출을 내 굼벵이 농사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면서 3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빚까지 지게 됐다.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게 되면서 은행에서는 땅과 집을 차압했고, 남편은 빚을 갚기 위해 서울로 올라간 후로는 거의 연락이 닿지 않아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사업실패로 인해 하루아침에 빨간색의 차압딱지가 붙으면서 한 때 단란했던 이 가정은 해체 직전까지 몰린데다, 김 씨는 우울증까지 심해져 약을 달고 살 정도로 건강도 악화됐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인 큰 딸과 초등 6학년인 둘째, 4학년 셋째가 엄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생각에 김 씨는 그래도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자신을 다독이면서 막막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악화된 우울증과 어린 딸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일을 할 수 없는 그는 현재 양양읍내의 한 중국집에서 하루 4만5천원의 시간제 일을 하고 있고, 여섯 식구가 근근이 입에 풀칠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비와 전기세, 교육비는 고사하고 갓 돌이 지난 넷째와 생후 11개월의 막내딸에게 필요한 귀저기와 분유, 이유식값 조차 턱 없이 모자라 애를 태우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조건도 안 돼 정부지원마저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한테 제대로 된 간식조차 못 해주는 엄마 심정이야 오죽하겠어요. 부모 잘못 만난 죄 때문에 아이들만 불쌍하죠. 제가 너무 큰 죄를 짓는 것 같아 어미로서 마음이 찢어져요.”
찬바람이 더욱 세찬 요즘에는 언니들이 어린동생들을 위해 바람막이라도 되겠다면서 바로 문 옆에서 서로를 꼭 곁 안고 잠을 청하며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양양군 드림스타트 담당자가 김선화 씨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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