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교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딸과 함께 살고 있는 김영옥(52)씨는 온갖 지병으로 인해 약을 달고 산다.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는 더 벌어야 하는데, 아픈 몸이 마음 같지 않다.
김 씨는 8년 전 혈액종양내과에서 백혈구호산구증가증으로 매달 강릉아산병원에 나가 진료를 받고 약을 받아오고 있다. 오래 전부터 갑상선기능저하증도 앓고 있어 피로감이 심하고 평생 호르몬 약을 복용하며 견뎌야 한다. 임파선이 안 좋고 염증이 자주 생겨 때때로 항생제로 치료하고 있다. 1년 반 전부터는 당과 간 수치가 높아 이에 따른 약도 복용하고 있다. 병원에선 입원해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유하기도 하고 심해지면 골수검사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석증(어지럼증)도 그를 괴롭히는 고질병이다. 길가에서 수차례 쓰러진 적이 있어 외출이나 바깥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여기에 허리협착증과 고관절, 발목 이상도 통증에 시달리게 한다.
김 씨는 얼마 전까지 식당 배달일과 모텔·펜션 청소를 했지만, 쭈그려 앉아서 청소하다보면, 관절에 무리가 가고 통증도 심해 일을 그만뒀다. 현재 수입은 기초생활수급비로 나오는 월 70만~80만원이 전부다. 먹고 입는 것은 둘째 치고 병원비와 교통비에 딸의 미용학원비까지 늘 허덕인다. 그나마 속초종합사회복지관의 후원으로 버텨나간다. 김 씨는 월세를 전전하다 올해 한국토지주택(LH)공사의 지원으로 대출을 받아 연립주택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수급자가 안 되면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집에서 나가야 한다.
김영옥 씨에게는 딸이 희망이다. 수시로 “엄마, 괜찮냐”며 전화하는 착한 딸이다.
“아이가 더 크게 꿈을 가져줬으면 좋겠는데, 저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미안해요.”
미용사가 꿈인 딸은 학교 동아리에서 춤을 추다 발목 부상을 입어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발목 인대가 70~80% 손상돼 3차례나 DNA 주사를 맞혔다. 미용 관련 고등학교에 진학할 생각이었지만, 엄마 곁을 떠나면 치료도 못 받고 고생할까 걱정돼 설득 끝에 일반 고등학교에 가기로 결정했다.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임혜옥 사회복지사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공부에 열정을 갖고 있는 딸을 잘 교육시키고 싶은 의지가 크다”며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재환 기자
김영옥 씨가 임혜옥 사회복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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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 고성군 간성읍 이향희 씨
기초생활수급 중단…생명 이어갈 희망 잃어
“내일이 오는 게 너무 두려워요. 그냥 나에게 내일은 깜깜한 밤이에요.”
불도 켜지 않은 차디찬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고는 한 걸음 떼기도 힘든 이향희(63) 씨는 고성군 간성읍에 있는 월세방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이렇게 보내고 있었다.
8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좌측 편마비로 뇌병변장애(3급)를 얻게 되었고, 식도와 폐기능이 저하되어 위관삽입을 해야 했다. 입으로 음식 섭취가 힘든 이 씨는 위관영양식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최근 청천병력 같은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동안 받아왔던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어 기초생계비와 의료급여가 중지된다는 통보였다. 이유는 이혼 후 연락이 끊겼던 아들과 다시 연락이 되면서 부양의무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에게 그 어떤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초생계비와 의료급여중단은 이 씨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제 정부에서 지원받는 것은 장애수단 4만원, 주거지원 8만8,200원이 전부다.
현재 사는 곳도 먼 친척의 호의로 보증금 없이 월 20만원을 내고 방 한 칸을 빌려 쓰고 있는데, 지금 상황이면 월세는커녕 생명과 직결된 위관영양식도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들과의 연락이 이 씨에겐 기쁨이 아닌 더 큰 절망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제 삶 자체가 지옥이 되어버린 그는 ‘그냥 이대로 다 끝났으면 좋겠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고성군 희망복지센터에선 어떻게든 이 씨를 구제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정해진 원칙이 있어 딱한 사정을 알고도 지원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 그에게 필요 것은 긴급 생계비와 의료비다.
불 꺼진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이향희씨의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란 간절한 기도가 모두의 마음에 전달되길 바란다.
김미영 기자 nurugo@hanmail.net
거동이 힘든 이향희 씨는 좁고 어두운 방 안에 앉아 막막한 하루를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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