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전, 속초 교동 남부새마을금고 인근 거리가 귀에 익은 트로트곡에 맞춘 장구소리로 들썩거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 서서 사진을 찍고 흥에 겨워 박수를 치며 장단을 맞췄다.
‘고고장구’라고 쓴 하얀 티셔츠에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카우보이모자를 쓴 6명의 여성이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그야말로 ‘신명나게’ 장구를 두들겼다. 장구통을 빨강, 노랑, 녹색으로 색칠한 특이한 장구다. 일명 고고장구다.
한곡을 끝내고 숨을 고르더니 이내 진성의 ‘안동역에서’가 이어졌다. ‘신명난 고고장구 아라리 흥마당’(단장 정만자)이 이날 발대식을 앞두고 사전 거리공연을 펼친 것이다.
아라리흥마당은 40~50대 여성 11명으로 구성된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소속의 재능기부 동아리이다. 지난 4월 결성해 재능기부 공연을 해오다 정식으로 발대식을 열었다. 그동안 요양원을 비롯해 교동작은음악회, 속초종합사회복지관 한가위축제, 사회복지한마음대회 등에서 공연을 하면서 지역에서 어느 정도 알려진 봉사단이다. 얼마 전에는 속초시자원봉사센터가 연 ‘2019 홀로어르신 친한친구 만들기 추억한마당’ 무대에도 올라 행사 분위기를 달궜다.
‘행복한 재능기부.’ 아라리 흥마당을 만든 이유다. ‘고고장구’로 지역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단원들은 ‘행복’을 공연료로 받는다.
아라리 흥마당을 이끌고 있는 정만자(57) 단장은 오래 전부터 속초시자원봉사센터와 한국부인회, 속초시여성예비군 등에 소속돼 봉사활동을 벌여왔다. ‘홀로어르신 친한친구 만들기’ 자원봉사는 5년 째 하고 있다.
정 단장이 고고장구에 빠진 건 지난해부터다.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드리는 봉사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어요. 그래서 신명나는 고고장구를 배우게 됐지요.”
매주 서울의 고고장구분원을 다니며 열정적으로 고고장구를 배웠고, 동호회 회원들을 모집해 복지관 동아리로 봉사활동에 나섰다. 내친김에 고고장구 지도자 자격증까지 땄다.
아라리흥마당 발대식은 남부새마을금고 옆 건물 지하에 마련한 아라리흥마당 공연장에서 진행됐다. 이 곳은 교육과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하는 장소다. 발대식에 복지관 어르신들을 초대해 오카리나와 노래, 품바, 고고장구 공연도 보여주고 점심식사도 대접했다. 기름은행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복지관에 난방유도 기탁했다.
“앞으로 분기별로 이 곳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공연도 보여드리고 식사도 제공할 계획이에요.”
정만자 단장은 속초 교동에서 ‘농협목우촌 또래오래치킨 속초점’을 운영하고 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아라리 흥마당 정만자 단장
아라리 흥마당이 지난달 17일 발대식을 앞두고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앞줄 가운데가 정만자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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