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이재민들에게 임시 숙소로 제공된 컨테이너가 강풍에 날아가는 피해를 입었는데, 행정기관은 무상 사용기간(6개월)이 지나 책임이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어 분통이 터집니다.”
지난 20일 오전 속초시 노학동 시 경계의 원암학사평길 예비군훈련장 건너편 산불피해현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A 씨는 울분을 토했다.
이날 A 씨와 만난 곳은 지난 4월 4일 대형산불이 발생하기 전까지 요양원이 있었던 자리다. 산불로 요양원 건물이 불에 타 피해 잔재물이 모두 철거되고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면서 폐허로 변해 버렸다. 그 곳 한 가운데를 컨테이너 한 동이 차지하고 있었다.
요양원 대표의 지인이라는 A 씨는 산불피해 소상공인들을 위해 바로 옆 순두부 음식점에 제공된 컨테이너가 지난 18일 오전 강풍에 이곳까지 굴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컨테이너가 강풍에 족히 30~40m를 굴러온 셈이다.
요양원에 지원된 컨테이너는 당초 설치 위치보다 20여m 떨어진 해오미작업장 진입로에 뒤집힌 상태로 있었다. A 씨는 얼마 전까지 요양원 대표가 컨테이너를 임시 사무공간 및 숙소로 사용했었다고 했다. 속초시가 산불피해 소상공인들을 위해 임시 사무실용으로 제공한 컨테이너다.
다행히 최근 기온이 내려가면서 야간에 컨테이너에서 지내는 이재민이 없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컨테이너는 6개월 무상 사용기간이 지나 1주일 전 요양원측이 컨테이너 시설업체로부터 170만원에 구입했다.
A 씨는 “18일 오전 바로 건너편 군부대에서 ‘요양원 자리에 있던 컨테이너가 강풍에 날아갔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현장에 달려와 보니 컨테이너가 뒤집힌 상태로 해오미작업장 진입로를 막고 있어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은 원래 바람이 강한 곳이어서 컨테이너를 설치할 때 단단히 고정시키든지 아니면 이재민들에게 철저한 주의 관리를 당부했어야 했다”며 “만약 야간에 사람이 있었다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고 했다.
또 “컨테이너가 해오미작업장 진입로를 막고 있다 보니 작업장 측에서 치워달라고 해 속초시에 협조를 요청했는데 시에서는 무상 사용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분통이 터진다”며 “컨테이너가 파손돼 사용이 어렵고 안에 있던 컴퓨터와 냉장고, 에어콘, 쇼파 등의 집기류도 모두 망가져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컨테이너 시설업체는 “A 씨가 업체 측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고집해 대화가 잘 안됐다”며 “20일 오후나 21일 오전경에 해오미작업장 진입로에 있는 컨테이너를 치우도록 하겠다”고 했다.
속초시는 “컨테이너 시설업체가 20일 오후 해당 컨테이너를 다시 원래의 자리로 갖다 놨다고 알려 왔다”며 “컨테이너의 무상 임대 기간이 만료돼 시에서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 컨테이너 시설업체와 피해 이재민이 서로 접점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속초지역 산불피해 소상공인들에게 제공된 컨테이너가 강풍에 날아가 바로 옆 해오미작업장 진입로를 막고 있어 한 주민이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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