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4월 발생한 고성·속초산불은 고압전선 자체의 노후와 한국전력의 부실시공, 부실관리 등 복합적인 원인에 따른 것이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고성경찰서는 한전 직원 7명과 유지·관리를 담당하는 시공업체 직원 2명 등 9명에 대해 업무상 실화·업무상 과실치사상·전기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국과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산불 원인을 수사한 경찰은 전선 자체의 노후, 부실시공, 부실관리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선이 끊어지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전선이 끊어져 산불 원인을 제공한 해당 전신주를 포함해 이 일대의 전신주 이전·교체 계획을 한전이 2017년 수립하고도 2년여 간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사유지 내 위치한 전신주를 계획대로 이전·교체했다면 부실시공으로 노후한 전선이 끊어져 산불로 이어지는 재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전기배전과 관련한 안전관리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에 통보했고,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경찰은 한전의 업무상 실화에 무게를 두고 8개월간 한전 나주 본사와 속초지사 압수수색 등 집중적인 수사를 펼쳐왔다.
하지만 고성속초 산불 이재민들은 “한전 봐주기 수사로 의심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장일기 속초고성산불비상대책위원장은 “중실화도 아닌 업무상 실화라니 한마디로 참담하다”며 “경찰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재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20일 고성·속초 산불에 대한 경찰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한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사과드리며, 현재 이재민 피해보상을 신속하고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손해사정을 거의 마무리 하고, 손해금액이 확정된 이재민을 대상으로 보상금 일부를 선지급했으며, 최종 보상금액을 결정하기 위해 특별심의위원회를 운영 중”이라고 했다. 또 “향후 한전의 책임(과실)비율에 대한 ‘특별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최종 피해 보상금액을 확정한 후 개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향후 수사와 관련해서는 “지리적 특성과 당시 이례적인 강풍에 따른 불가항력적 요인 등 사실관계 사항에 대해서는 앞으로 진행될 법적 절차에 따라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월4일 오후 7시 17분께 시작된 고성·속초 산불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 전신주의 고압전선이 끊어져 ‘전기불꽃’(아크)이 낙하하면서 발생했다. 산불로 고성·속초지역 산림 1천267㏊가 불에 타고 752억원의 재산피해를 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김미영 기자 nuru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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