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중앙로 82번길.
김진기안경원에서 해안쪽 청초호길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 거리가 요즘 핫하게 떠오르고 있다. 그리 길지 않은 거리지만, 음식점을 비롯해 세탁소, 미용실, 옷가게, 노래방, 카페, 인테리어소품점, 편의점에 수입주방용품점과 네일아트숍까지 중심가에 있을법한 웬만한 상가들은 다 들어서 있다. 최근엔 전을 파는 주점과 백반집도 문을 열었다.
이 거리에 김흥래(62)·엄봉숙(57) 씨 부부가 운영하는 ‘고구려삼계탕’이 있다. 부부는 중앙로 82번길에서 사람 좋고 마음씀씀이가 넉넉한 이웃으로 꼽힌다.
부인 엄봉숙씨는 동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미역국이고 밑반찬이고 수시로 음식을 해다 드린다. 한 치매노인에게는 자식이 하듯 일주일이 멀다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시게 했다. 2011년에 이 곳으로 삼계탕집을 옮겨왔으니, 그렇게 온정을 나눈지 어느새 10년이 다 돼 간다.
김진기 전 속초시의회 의장의 부인인 이경숙 씨가 홀로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아바이 안심콜 서비스’ 자원봉사를 하는 것을 보고, 이 씨 편에 어르신에게 정기적으로 삼계탕을 보내고 있다.
여름철이나 특별한 때에는 경로당이나 주변 어르신들을 초청해 삼계탕을 대접하기도 한다.
“저희집이 종가집이라 대가족이 살았어요. 할머니 밑에서 자라면서 배운 게 가난한집이나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아야한다는 거예요. 어르신들을 보면 꼭 저희 할머니 같아서 뭔가 해드리고 싶어요.”(부인 엄봉숙 씨)
‘고구려삼계탕’의 겉절이배추김치와 깍두기는 먹어 본 사람이면 ‘엄지척’할 정도로 알아준다. 바쁜 삼계탕집을 하면서도 김치는 직접 담근다. 간혹 다녀간 손님들이 찾아와 김치를 부탁하는데 주저 없이 푸짐하게 내어준다. 의료원에 입원한 어르신 환자들이 이 곳 김치를 먹고 싶어 자녀들을 시켜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이들 부부는 2006년에 삼계탕집을 시작했다. 남편 김흥래 씨는 대한렌트카 속초지사장으로 17년간 근무하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그만뒀다. 보험회사에도 다니다 강릉에서 삼계탕집을 크게 하는 조카의 권유로 요리법을 전수받아 최종열 산부인과 골목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 곳은 속초에서 삼계탕집으로 꽤나 유명한 집이다. 지역주민들이 모임이나 단체 회식 장소로도 많이 찾는다.
국내 유명 브랜드의 생닭만 쓴다. 생닭은 손질한 상태로 들어오지만, 부부는 기름을 제거하고 다시 깨끗하게 한 마리씩 손질해 사용한다. 핏기가 없어야 잡내가 나지 않는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찹쌀이고 대추, 밤, 인삼, 은행 등은 신선한 국내산만 넣는다. 소금도 직접 볶고 파도 씻어서 말려 사용한다.
손님이 많아도 그날 준비된 재료만 판매하는게 철칙이다.
이 곳 삼계탕은 진한 국물과 담백한 맛으로 정평이 나있다. 삼계탕이나 김치를 먹어본 손님들은 사시사철 변함없이 똑같은 맛이라 믿음이 간다고 한다.
부인 엄봉숙씨는 “장사는 손님과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점 주인은 손님이 오면 음식을 정성껏 맛있게 만들어 공손하게 대접하는 게 약속이고 의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음식점 주방은 청결과 위생이 기본이라고 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고구려삼계탕 김흥래·엄봉숙 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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