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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 엄마의 방
등록날짜 [ 2019년11월25일 16시37분 ]

엄마의 방을 물려받았다.
아버지와 엄마가 쓰시던 방이다.
5년 전 고락을 함께 했던 아버지가 떠나시고 룸메이트를 먼저 보낸 상실감으로 일 년 내내 밤이면 밤마다 어두운 거실에 홀로 앉아 우셨던 엄마.
이 먼 타지에 와 당신만 남기고 홀연히 앞서 가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서글픔에 몸서리치도록 억울해하시더니 결국은 기억을 잊고, 사람을 잊고, 사물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는 병을 얻으셨다.
치매는 5년간 야금야금 엄마의 머릿속에 뿌리를 내렸고 엄마는 그 사이 보물과도 같은 자식들과의 많은 이야기를 잃으셨다. 그리고 대신 아버지를 다시 살려내셨다.
새색시 시절로 돌아 간 엄마는 기억이 날 때마다 아버지를 기다렸고 그 기다림의 대가는 섭섭한 눈빛, 꺼져가는 빛바랜 목소리로 일관되어 엄마의 병을 더 재촉 시켰으니 눈물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어찌 병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덕분에 나도 아버지를 기다리는 몹쓸 습관이 생겼고 볕 좋은 여름날 벤치에 앉아서 엄마와 함께 아버지를 기다리며 커피를 마시는 것이 행복했던 내 삶의 50대 후반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이제 그런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준 엄마는 한 많은 이 세상을 떠나셨고 남겨진 나는 피를 토해내는 애끓음의 그리움과 함께 뼈 속 깊이 새겨진 “애기야~ 엄마가 죽으면 그리울 거라 했냐, 안했냐.”에 가슴을 치며 늙어 갈 것이다.

엄마의 마지막 일상생활이 묻어있는 작은 방.
벽에는 요양보호사와 함께 만들었던 물고기 그림이 붙어있고 붙박이장에는 즐겨 입던 보라색 스웨터가 걸려있다.
검정색베레모는 또 어떠한가!
3년 전 아들과 함께 대학로 소극장으로 연극을 보러 간 일이 있었는데 그때 평화시장에 들러 고심 끝에 샀던 검정베레모다.
밑창이 다 닳은 단화, 주머니에 넣고만 다니던 손수건, 여름에 입던 주름치마, 둥근 여름모자,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울릴 것이고 보고픔의 흔적이 가득한 한 여인의 작은방은 온전히 내 것이 되고자 이별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엄마의 방을 물려받았다.
이명숙
속초여고총동창회 부회장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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